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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첫 대법원 공개변론 경험기

변호사 업무를 하면서 회원 여러분들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이나 경험은 어느것인가요?
저는 올해 그런 경험을 하였습니다. 바로 지난 5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공개변론을 수행한 것입니다.
처음 공개변론을 한다는 통지를 받았을 때, 공개변론을 경험한 지인이 주위에 없어 물어볼 수도 없었고 게시판이나 인터넷을 검색해도 자세한내용을 찾기 힘들어 막막한 마음만 앞섰던 기억이 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글을 통해 회원님들이 공개변론 절차를 진행하게 될 경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하는 마음을 가지며 부족한 글을 써 봅니다.

올해 1월 중순 경 대법원에서 사무실로 걸려온 한 통의 전화, 그 전화는 2016년 상고를 한 뒤 3년간 아무 소식이 없던 사건이 전원합의체로 회부되어 공개변론을 할 예정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어안이 벙벙했고, 공개변론이 어떤 절차인지 기사나 판결로만 들었을 뿐 자세한 내용은 아무것도 몰랐기 때문에 불안한 마음이 앞섰습니다.

잠시 이야기하자면, 이 사건에서 저는 원고 측 대리인이었고 사무실을 옮긴 뒤 처음 인수인계받은 사건으로 1심에서는 각하 판결을 받았습니다. 각하 판결이라니... 직원이 “변호사님, 각하 판결 선고되었습니다”라는 이야기를 했을 때 처음에는 ‘각하? 잘못 들었겠지?’라는 생각이 들었고, 실제 판결문을 받아봤을 때 그 충격은 너무나 컸습니다. 기각이면 원래 어려운 사건이었다고 설명이라도 할 수 있지만 각하는 의뢰인에게 말도 못 하고, 1심에서 2년 넘게 끌어온 뒤 인수인계 받았던 사건이라 전혀 예상도 하지 못 했기 때문입니다. 솔직히 ‘내가 변호사로서 자격이 있는 것인가’라는 자책도 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항소심도 기각된 상황에서 상고한 지 3년여 만에 이루어진 전원합의체에의 회부는 저희 법인뿐 아니라 저와 의뢰인에게도 마지막 희망의 끈이었습니다.

회부 통지를 받은 지 40일 정도가 지난 뒤 가진 공개변론 1차 준비모임.
1차 준비모임은 양측 대리인들, 변론 진행과정을 주관할 담당 재판연구관님, 공보 등을 담당하는 기획연구관님, 그리고 이 모든 절차 등을 주재하는 수석 재판연구관님과 함께 약 1시간 정도 진행되었는데, 긴장하며 들어간 수석 재판연구관실에서 연구관님들은 누구보다 따뜻하고 공손하게 저희를 대해주셨습니다. 또, 이 사건과 관련된 학회에도 이미 수차례 참석하고 수많은 관련논문을 모두 숙지한 뒤 너무나 구체적이면서도 명확하게 쟁점을 알려주시는 재판관님들과의 대화는 대리인인 저를 부끄럽게 만들었습니다. 저도 모르게 회의를 마친 뒤 친한 변호사님께 연락하여 “변호사님, 아무나 재판연구관 하는 게 아닌가 봐요”라며 감탄하였고, 1차 모임은 그분들이 준비하는 과정에 누를 끼치지 않도록 더 열심히 노력해야겠다는 자극을 강하게 받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2달 정도 남은 기간동안 어떤 절차로 진행될 것인지 빼곡히 적힌 진행 가이드라인 표를 보며, 쟁점을 살피고 참고인 선정을 위해 의견을 나누는데 약간의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이 사건의 주된 쟁점은 친생자 추정 문제인데, 친생자 추정에 있어 외관설이 30년간 변함없는 학설 및 판례였기 때문에 피고 측에서는 준비모임 때 바로 참고인을 선정할 수 있었지만, 반대의견을 제시하는 저희 쪽은 참고인을 찾기가 쉽지 않았고, 저 또한 주위에 가족법 전공 교수님이 없어 누군가를 추천할 수도 없었기 때문에 참고인 선정 절차를 마무리하지 못했습니다. 걱정이 태산 같았지만 다행히 연구관님의 도움으로 며칠간 연구관님이 간추려 주신 리스트에 적힌 교수님들의 논문을 모두 찾아보고 의견을 살폈고, 그 뒤 기획연구관님이 일일이 교수님들께 연락하여 상의 끝에 저희 쪽 참고인을 선정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대법원에서는 선정된 참고인들과 기관에 의견 제출 요청서를 보내고, 원피고 대리인에게도 공식적으로 변론준비명령을 보내 변론요지서 제출기한을 정해주었습니다. 전원합의체 판결이라 보통 사건보다 부담이 배로 큰 상태에서 국내외 논문을 여러 건 읽고 판례를 찾고 참고인 교수님이 제출하는 의견과 변론요지서의 내용이 일맥상통하도록 교수님과 서로의 초안을 공유하며 변론요지서를 작성하는 시간은 주어진 시간인 약 7주 만으로는 부족했습니다. 게다가 이 사건의 의견서를 쓰면서 동시에 본래 맡았던 다른 사건들도 진행해야 했기 때문에 시간은 더욱 빠듯했고, 결국 변론요지서 제출기한 며칠 전부터 밤을 새우고 마지막 날도 꽉 채운 11시 58분에 겨우 야간 접수를 하였습니다. 제출하고 나서도 너무 기한이 빠듯하지는 않았나 걱정만 앞섰는데, 이틀 뒤인 월요일에 2차 준비모임을 가지면서 마주친 기획연구관님은 웃으면서 “저희가 그래도 이런 사건에서 준비명령을 너무 칼같이 지키지 않았다 하여 불리하게 해 드리지는 않습니다”라고 이야기를 하여, 마음 한구석의 짐을 덜어주었습니다.

2차 준비모임에서는 공개변론 당일 사용할 PPT의 규격과 양식, 용어사용 등의 주의점을 알려주었고, 각 순서를 담당할 변호사의 지정과 시간 배분 등을 논의하여 대략적인 리허설 전 절차를 마무리하였습니다.
공개변론 일주일 전에는 1시간 정도 실제 대법정에서 리허설을 진행하였습니다. 리허설 후 질의응답 시간에 대법관님들이 질문할 수 있는 대략적인 예상 질문 리스트를 주셨는데, 질문의 양도 양이지만 각자 의견의 허점일 수 있는 부분을 날카롭게 파고드는 질문이 대부분이어서 위 질문의 답을 고민하고 내용 숙지를 하는 것은 절차 중 가장 힘들었던 과정 중 하나였습니다. 더욱이 담당 재판연구관님이 준비모임 때 “질문에 대한 답변만 무작정 외우면 실제 대법관님들이 질문 리스트 외에 있는 다른 질문을 하는 경우에도 본인이 외운 답변만 이야기하며 동문서답하는 분들이 간혹 계십니다. 그래서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모든 내용의 숙지가 중요합니다.” 라고 조언을 해 주셨기 때문에 답변 준비는 더 부담스러웠고 마지막까지도 공부를 손에서 놓지 못하게 만들었습니다.

드디어 공개변론 당일, 오전에 함께 변론을 진행할 법인 변호사님들과 회의를 하고 함께 식사를 마친 뒤 대법원으로 출발하였습니다.
실제 제 자리에서 대법관님들과의 거리가 채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더욱 긴장되었던 2시간이 넘는 변론 과정은 ‘언제 시간이 이렇게 빨리 지나갔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빠르게 흘러갔습니다. 질의 응답시간에 질문리스트에 있는 질문 외에도 몇몇 대법관님의 즉흥적인 질문이 계속되어 머리가 멍해지고 눈앞이 하얘지기도 하였지만, 나도 모르게 답변을 하면서 잃어버린 정신을 되찾아 질문에 답하였고 이후 이어지는 참고인들과의 즉흥 문답시간을 지켜보면서 참고인 교수님들과 대법관님들의 방대한 지식에 저는 마치 방청객이 된 양 감탄하기도 하였습니다.

어느덧 마지막 2분간의 최종 변론을 끝으로 공개변론의 시간은 모두 종료되었습니다.
선고 결과와 관계없이 공개변론을 진행하는 과정에의 시간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값진 경험이었습니다. 전원합의체로 선정되어 공개변론에 회부되기까지 수많은 재판연구관님들의 고민이 있다는 것을 준비 과정을 통해 알았고, 지금까지 공개변론을 진행해 온 변호사님들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이셨는지 또한 알게 되었습니다.

이 지면을 빌려 공개변론 준비를 위해 노력해 주신 재판연구관님들과, 함께 머리를 싸매며 고생한 법인 변호사님들께도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부족한 글을 마무리하겠습니다.

김혜겸 변호사
●법무법인 광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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