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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욱 변호사 인터뷰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반갑습니다. 아직 제가 변호사로서 성공했다거나, 후배변호사들에게 귀감이 될 정도의 변호사는 아닌데... 아주 조금 더 일찍 시작해서 조금 더 많은 일을 경험했을 뿐이죠.

엔터테인먼트 분야 전문가이신데, 업무 관련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올해 상반기를 기준으로, 엔터테인먼트·저작권·미디어 분야 사건을 절반 정도 한 것 같고, 나머지는 일반 기업사건으로 보이네요.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는 10여 년간 연예인들과 매니지먼트사들, 음반제작사, 음악 저작권자들, 드라마·영화제작사, 게임 개발사, 유명 화가, 웹툰 작가, 출판사, MCN크리에이터 등 다양한 분야의 고객들을 대리했습니다. 가장 최근 사건은 아이유를 대리하여 악플러들을 고소한 건입니다. 아이유의 절친한 친구인 설리의 자살 이후에 악플러들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커져가는 시기이기도 한데, 무분별한 악플을 다는 것이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의 한계를 넘어서 범죄가 될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 인식을 넓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엔터테인먼트 분야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예전에 다니던 로펌이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던 곳이었습니다. 변호사 2년차 때, 저녁 식사를 하면서 엔터테인먼트팀의 선배님들에게 저도 엔터테인먼트사건을 해 보고 싶다고 말씀드렸더니, 흔쾌히 사건들을 수행할 기회를 주셨습니다. 처음에는 이 분야에 대한 이해도가 낮아서, 사건을 하나 맡으면 관련 논문이나 판례들을 모두 출력해서 3공 파일로 쌓아놓고 무작정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도 다른 분야를 할 때와는 달리 힘들다는 생각이 별로 안 들어서, 적성에 맞나보다 생각했었습니다. 생각해 보면, 사법연수원 시절부터 엔터테인먼트 분야에 관심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실무 연수 기간에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선배변호사님들의 강의를 듣기도 했었고, 관련 분야의 책들도 사서 읽어봤습니다.

우리가 갑자기 평소와 달리 아파트에 관심을 가지면 아파트에 대한 광고나 기사가 더 눈에 잘 띄고, 중개업소에 붙어 있는 호가가 적힌 전단지도 그냥 지나치지 않게 되듯이, 어떤 분야에 대해서 꾸준히 관심을 갖게 되면, 자연스럽게 좋은 기회를 발견할 가능성도 높아지는 것 같습니다. 단지 여러 사건들을 맡게 된 것이 ‘운’이 좋았다고도 이야기할 수 있겠지만, ‘운’은 다른 말로 하면 기회이고, 기회는 관심을 가질 때 비로소 제 곁으로 찾아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처음 엔터테인먼트 분야를 시작하고자 하는 변호사들이 어떻게 이 분야에 접근할 수 있을까요?
모든 분야에 동일하겠지만,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일을 하고 싶다면, 책만 열심히 읽고 공부한다고 해서 전문성을 쌓을 수 있는 것은 아니고, 결국은 사건과 고객이 있어야 합니다. 처음에 선배들로부터 “엔터테인먼트 분야는 진입장벽이 높지 않다”는 말을 들었는데, 10여 년이 지나고 나서 보니, 이 말은 맞는 부분도 있지만, 현실과 다른 부분도 있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처음 시작한 사건이 음악 분야와 관련한 사건이라고 하더라도, 문화 산업은 서로 유기적이고, 관련 법리도 서로 차용할 수 있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음악 분야뿐만 아니라, 공연, 드라마, 영화, 게임 등과 같이 유관 분야로 업무 영역을 확장해 나가기가 비교적 수월한 편입니다. 이런 의미에서는 진입장벽이 높지 않다고 할 수 있겠지만, 엔터테인먼트팀이 잘 조직화되어 있는 로펌에 들어가지 않는 한, 첫 단추를 끼우는 일이 만만치 않겠죠. 이런 경우에는 어떻게 고객의 외연을 확장해 나갈 수 있을까 하는 방법론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것입니다.

가장 기본적인 첫 단계는 주위 지인들 중에 엔터테인먼트 분야에 종사하는 분들을 통해서 인맥을 소개받는 것이고, 이것이 어렵다면 엔터테인먼트 분야에 종사하는 분들을 많이 만날 수 있는 곳으로 과감히 뛰어드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저도 첫 직장에서 금융팀에 있었지만, 당시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주최하는 해외 연수 프로그램에 지원하여, 엔터테인먼트 분야에 종사하는 분들과 1주일 간 연수를 받았고, 이 당시 만났던 분들이 1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사건은 물론이고 지인들을 많이 소개시켜 주고 있습니다.

물론 인맥의 범위만 늘린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양한 분들에게 사심 없이 도움을 준다는 생각으로 간단한 질문이라도 성심성의껏 연구하고 답을 주고, 그러한 진심이 통할 때 이들이 변호사의 홍보대사 역할을 해 주는 것으로 그 보답을 받는 것 같습니다. 명함만 교환한다고 절대 바로 사건이 들어오지는 않습니다. 요새는 주위에 아는 변호사 한 명 없는 분들은 찾아보기 어렵거든요. 처음 만난 후 인간적인 신뢰가 쌓이고, 또한 직업적인 신뢰를 얻는 데까지 몇 달이 안 걸리는 분들도 계신가 하면, 몇 년이 걸리는 분들도 계십니다. 당장의 소득을 바라고 만나면 그분들이 제일 먼저 알고 만나기를 꺼려하게 되므로, 사심 없이 인간 대 인간으로서 인간적인 신뢰를 쌓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그렇게 인간적인 신뢰를 쌓은 분으로부터 비록 업무가 생기지 않더라도 그 사람을 얻으면 그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면 되는 것입니다.

기억에 남는 사건 혹은 일화를 소개해 주신다면?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은 5인조 걸그룹이었던 “카라” 멤버 중 3인을 대리했을 때입니다. 9년 전 전속계약 분쟁이 보도될 무렵, 인터넷을 통해서 기사를 확인하게 되었고, 속으로 ‘내가 맡으면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데..’라고 생각했는데, 신기하게도 몇 시간 후 비서로부터 전화 연결이 왔습니다. “카라” 사건으로 미팅이 가능한지 묻는 전화였고, 결국 수임을 하여 몇 달간 진행하면서 결국 합의를 통해 분쟁을 마쳤습니다. 기획사와 원만히 합의를 한 직후에 일본의 신오오쿠보 거리에 갈 기회가 있었는데, 거기서 카라의 MD 상품을 사려고 한류숍을 방문한 수많은 일본인들을 보면서 뿌듯함을 느꼈던 기억이 납니다.
 

 홍보 방법에 대해서도 고민이 많은데요.
저는 지금 맡고 있는 고객에게 “최고의 변호사”라고 인정받는 것이 가장 큰 전문화이고, 가장 큰 PR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른바 각 분야의 최고라 불리는 쟁쟁한 선배변호사님들도 고객들이 하나둘씩 “최고”라고 인정하고, 그러한 평판이 쌓여서 현재의 모습을 만든 것이지, 처음부터 “최고”이셨던 것은 아닐 것입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인터넷 광고나 언론 기사 활용을 통해서 홍보를 하고, 그것을 통해서 사건을 많이 맡게 되는 방식으로 전문화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는 있겠지만, 그러한 경우라도 사건을 의뢰한 고객으로부터 최고라는 평가를 받지 못하면, 사상누각이나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최고”라는 것은 꼭 결과가 좋아야 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선배변호사님께서 “진정한 최고의 변호사는 패소하더라도 고객으로부터 감사인사를 받고 다시 찾아오도록 만드는 변호사”라고 말씀하셨던 것을 늘 생각하곤 합니다.

자기관리와 자기계발도 더더욱 중요해지는 요즘입니다.
존경하는 조승식 변호사님으로부터 제가 저년차일 때 “변호사로서 풍요로운 삶을 살기 위해서는 어학 하나, 운동 하나, 악기 하나는 꾸준히 배워야 하고, 10년만 지나면 대가는 못 되더라도 일가는 이룬다”라는 조언을 들었습니다. 처음에는 그 의미를 잘 몰랐고, 저년차가 배울 시간이 어디 있나 했는데, 제 경험상으로는 1주일에 한두 시간 골프를 배울 시간, 하루에 20~30분 정도 어학을 배울 시간, 1주일에 한두 번 악기를 배울 시간 정도는 바쁜 와중에도 내려면 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가끔 불가피한 스케줄과 업무로 건너뛰는 날이 있더라도 포기하지 않는 것, 완전히 놓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조금씩 몇 년간 지속하면, 고수는 아니더라도 중급 정도 수준에는 오를 수 있는 것입니다. 저는 저년차 때는 점심을 빨리 먹고 1주일에 한두 번이라도 영어회화와 일본어 회화를 공부하였고, 4년 전부터는 중국어, 2년 전부터는 베트남어를 틈틈이 배우고 있으며, 핑거스타일 기타도 5년 전부터 한 달에 한 번을 가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레슨을 받고 있습니다. 골프도 마찬가지입니다. 더 이른 나이에 시작하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어서, 저년차 후배들에게는 늘상 이 이야기를 해 줍니다.

저년차 변호사들에 대한 조언도 부탁드립니다.
저도 실천에 부족함이 많지만, 사무실의 저년차 후배변호사들에게 항상 하는 이야기는 “변호사는 해결사다”라는 말입니다. 법학전문대학원에서 시험공부를 하면서 답을 내는 것과 현실에서 변호사 업무를 하는 것은 마인드 자체가 달라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판례를 찾아보니, 이 사안에서는 고객의 패소 가능성이 높습니다”라는 결론은 해결사로서는 부족한 답인 것 같습니다. 해결사로서는 기존 판례와 고객 사안의 다른 점들에도 주목해야 하고, 다른 시각에서 볼 여지가 없는지도 살펴봐야 하며, 더 나아가 패소 가능성이 높을 때는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가장 고객의 이익에 부합하는지에 대해서도 자문을 해 주어야 할 것입니다. 기계적으로 판례에 부합하는 결론만 낸다면 A.I.에 맡기면 되는 것이고, 그렇다면 변호사의 존재 의미가 별로 없어지게 될 것입니다. 사건의 이면에 있는 등장인물들의 관계를 종합적으로 파악하고, 향후 사업적인 득실에 대해서도 고객으로부터 충분히 설명을 듣고 이를 고려해 지금 이 순간에 고객이 어떤 스탠스를 취하는 것이 가장 이익인지에 대해서 알려주는 게 우리 변호사들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의 포부도 궁금합니다.
후배변호사들에게 “이제 시작”이라는 말을 많이 합니다. 우선 저희 사무실이 ‘엔터테인먼트 산업 전반을 잘 이해하고, 실질적인 솔루션을 제공하는 믿음직스러운 로펌’이라는 평판을 더욱 확고히 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저 혼자만의 힘으로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모두가 유기적으로 협력하고, 최선의 솔루션을 찾기 위해서 언제든 머리를 맞댈 수 있어야 하고, 더 나아가 이를 위해서 즐거운 사무실을 만드는 ‘인화’라는 가치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저는 현재 사단법인 한국블록체인콘텐츠협회의 고문변호사로서, 블록체인 기술과 콘텐츠를 접목시키는 것에 보다 관심을 갖고, 이에 대한 법률자문을 늘려나가려고 하고 있습니다. 아직 제대로 법제화가 되지 않아 “블록체인” 분야가 갖는 한계가 있으나, 단순히 사행적인 수단으로서의 블록체인 기술이 아니라 실제로 참신한 콘텐츠와 연결시키려는 노력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고, 그러한 시도를 하는 회사들에 대해서 자문을 해 주는 것은 매우 보람된 일인 것 같습니다.

최근에는 베트남 시장에 진출하고자 하는 고객들에게 자문을 하고 있는데, 향후 베트남 사무실을 개설할 계획이고, 최근에는 카자흐스탄과 같이 생소한 나라로도 눈을 돌리려고 합니다. 무모한 도전일 수 있지만 제 경험상 새로운 분야에 대한 시도만으로도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고, 매너리즘에 빠지기 쉬운 변호사로서의 생활에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도 되는 것 같습니다. 형제처럼 지내는 서울대학교 조영태 교수님(인구학)의 강력한 권유도 있었지만, 추위를 싫어해서 겨울에는 따뜻한 나라에서 보내고 싶다는 바람으로 베트남 자문을 시작했는데, 실제로 다른 나라에서 따뜻한 겨울을 나게 될 수 있을지 아니면 카자흐스탄같이 한국보다 더 추운 나라에서 보내게 될지 저도 제 미래가 궁금합니다.

● 인터뷰/정리 : 장희진 본보 편집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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