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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플? 묻고 더블로 가 !!!

얼마나 아파해야 우리 작은 소원 이뤄질까...♪
- 故 신해철의 “슬픈 표정 하지 말아요” 중에서

대한민국 대중음악 역사를 일필휘지로 써내려왔던 신해철. 그는 생전에 수많은 악플과 사투를 벌이곤 했다. 2010년대 자신의 홈페이지 신해철닷컴의 폐쇄령을 비롯하여 자신의 싸이월드에 악플을 달았던 팬들을 집요하게 찾아가 똑같은 악플로 응징해 주는 강골파였다. 대스타 답지 않게 의연하지 못하고 경솔했다는 비난도 있을 수 있지만, 그동안 악플로 인하여 소중한 생명의 희생, 여린 마음의 상처들이 끊이지 않았다는 점을 생각하면 언제까지 얼마나 더 아파해야만 하는 건지..

또다시 안타까운 희생이 있었다. SM의 걸그룹 에프엑스 출신 설리가 꽃다운 나이 25세로 이 세상의 모든 악플과 이별을 했다. “브래지어는 액세서리”라고 소견을 밝히는 등 그 누구보다도 당당했던 그녀였기에 이번 사건을 바라보는 대중의 충격은 무척 크다. 최진실의 극단적 선택 이후 악플 사건이 터질 때마다 악플 방지에 대한 목소리는 높았지만, 이번만큼은 지지 않으려는 모습이다. 한국연예매니지먼트협회가 연예인 악플에 대한 강경 대응책을 발표한 것을 비롯하여, 정치권의 악플방지법 발의도 이어지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설리의 본명에서 따온 ‘최진리법’ 청원이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설리가 악플의 밤을 지새우고 저세상으로 가면서 이 세상에 전하려는 진리는 무엇일까? 가히, 이 땅에서 악플과의 전쟁은 시작되었다.

 인터넷 실명제는 2007년 전격적으로 도입되었지만, 2012년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근거로 헌법재판소의 전원일치 위헌 결정에 따라 폐지됐다. 하지만, 그 이후 한국 사회의 양극화가 더 심화되고 정치권에서 비롯된 극단적인 혐오, 분노를 부추기는 문화가 대중과 가장 직접적으로 접촉하는 연예계를 거쳐 페미니즘까지 전방위적으로 확산되면서, 악플러들에게 표현의 자유는 지나친 사치라는 비난이 뒤따랐다. 결국 악플의 대처 방안은 사이버 공간상 표현의 자유에 대한 한계를 설정하는 작업으로 귀결된다. 그러나 표현의 자유는 내재적으로 인격적 법익 등과 충돌을 예정하고 있기 때문에 그 한계의 설정은 제로섬 게임이다. 마치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만큼이나 어렵다. 그래서, 최진실사건 이후에도 악플 사고는 끊이지 않았다. 많은 남성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던 가수 유니의 안타까운 소식도 있었고, 일본에서 한류를 뜨겁게 이어가던 만능 연예인 박용하의 갑작스러운 이별 뒤에도 악플러들이 공공의 적으로 암약하고 있었다. 죽음이라는 극단적 참극을 피해서 그나마 다행이었지만, god의 손호영 등도 악플과의 피비린내 나는 전쟁에서 치명상을 입어야만 했다.

 모든 가수들, 연예인들이 나약하게 당하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가수 이승환은 올해 7월 ‘김반장’이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진 김선진 등 누리꾼 50명을 명예훼손, 모욕죄 등으로 고소하였다. 이승환의 소속사에 의하면, “법적 대응을 마음먹은 이상 피고소인들에 대해 무관용 원칙으로 수사기관에 철저한 수사를 요청하면서 형사상 책임을 묻는 것에 그치지 않고, 민사상 손해배상도 제기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외국 팝스타들은 악플러와의 전면전 대신에 소셜미디어를 떠나는 우회전략을 선택하기도 한다. 저스틴비버는 자신의 여자친구에 대한 악플을 피하기 위하여 소셜미디어를 더 이상 애용하지 않는다. “Shape of You”, “Thinking Out Loud” 같이 감미로운 음악을 들려주는 싱어송라이터 Ed Sheeran은 악플에 지친 나머지 트위터 계정을 폐쇄하면서 악플을 원천 봉쇄했다. 새로 태어난 아들에 대한 살인 위협을 온라인에서 받았던 Adele의 소셜미디어 계정 역시 더 이상 존재하지 아니한다. Demi Lovato는 톡 내용이 이내 사라지는 스냅챗을 이용하라고 권고하는가 하면, Iggy Azalea는 악플러를 싸잡아 저질이라 비난했던 기자회견 날,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은 본인이 아닌 매니저가 관리할 것이라는 회피 전략을 구사했다.

 악플 문제는 복잡한 원인으로 발생한다. 인간의 본성 밑바닥에 숨어있는 공격성, 특히 익명이라는 방어막으로 인하여 극대화되는 폭력 성향에서부터 시작된다. 갈수록 성찰은 희미해지고 즉각적 언어폭력만 난무하는 온라인 환경은 얼굴 없는 살인자들을 양산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실명제는 답이 될 수 없다. 그렇다고, 악플러에 대한 고소 및 처벌 강화만이 능사가 아니다. 혐오 표현이나 차별의 폐해에 대한 경각심이 우러나와야 하며, 사회적 불평등, 불만 해소를 통해 공동체적 유대감이 우선 확보되어야 한다. 동시에 미디어, 포털의 철저한 반성이 필요하다. 악플을 확대 재생산하는 장을 제공하는 미디어나 포털사이트도 책임의식을 통감해야 한다. 광고 수익과 직결되는 클릭 수를 올리기 위하여 연예인 악플을 교묘하게 이용하는 미디어, 포털의 폐습은 이제 끊어야 한다. 기자가 일부 키보드 킬러의 악플을 취재원으로 활용한다면 제2의 설리사건은 계속된다. 여성을 지나치게 ‘성적 대상화’하는 세태를 방관하거나 부추기는 기성 언론, 나아가 여성을 내세운 성상품을 제작하는 연예기획사도 바뀌어야 한다. 먹잇감을 제공받는 악플러와의 공생관계를 끊어야 한다.

드루킹사건의 여파로 포털 댓글 자체를 폐지하자는 극단적 의견도 나온다. 하지만, 여론을 형성하고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댓글은 살려야 한다. 다만, 표현의 자유가 인간의 생명, 존엄성을 넘어설 수는 없다. 악플 전쟁에서 전사하는 설리는 살리되, 표현의 자유만이 능사라는 진리는 죽어야 한다. 악플은 가슴에.. 묻고 더블로 가!!!

이재경 교수
● 건국대 글로벌융합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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