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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숙 변호사 인터뷰

부동산 개발 금융 업무에 전문성을 가지고 대표변호사로 법무법인 재상을 오래 운영하셨고, 최근에는 법무법인 바른의 파트너변호사로 새롭게 시작하셨습니다. 부동산 개발 금융에 관해 주로 어떤 일들을 해 오셨나요?
부동산 개발을 할 때의 기초적인 토지 관련 법률관계자문이나 금융 구조에 대한 자문을 주로 하고 있습니다. 금융기관에서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할 때 도시개발조합이 사업에 필요한 자문을 하다가 사업자인 조합에 대한 자문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재개발과 재건축도 다루게 되었습니다.

부동산 개발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는 정말 창조적인 영역입니다. 그래서 부동산 관련 비즈니스 영역에서 일하는 건 엄격한 자문만으로도 한계가 있고, 현장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관련 소송을 수행할 때에도 마찬가지고요.

부동산 개발 금융 업무에서 자문과 소송을 같이 할 수 있는 변호사의 장점은 무엇일까요?
자문만 하는 경우 계약서 문구 하나하나에 완벽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어요. 하지만 현장에서는 법적으로 완벽하지 않더라도 사업을 진행해야 하는 경우가 있고, 어느 정도의 리스크는 감수하고 나아가야 할 때가 있습니다. 자문과 소송을 같이 할 수 있다면 재판에 간 경우 재판부가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에 대한 종합적인 판단이 가능해진다고 봐요. 관련 분쟁에서 직접 판사를 설득한 경험이 축적되면 ‘이 정도 리스크는 있지만 보완 요소가 있다’라는 인사이트를 가질 수 있는 거죠. 거꾸로 소송에서는 자문을 했던 경험이 도움이 많이 됩니다. 현장에서 어떤 연유로 그런 계약이 만들어진 것인지 구조를 알고 있기 때문이죠. 변호사들이 사업에 대한 자문을 할 때 지나치게 완벽한 계약을 하고자 보수적으로만 접근하면 자칫 딜브레이커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두 영역을 다 이해하는 것이 도움이 많이 됩니다.

부동산 개발 금융 분야의 전문성을 쌓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저는 동기들에 비해 7~8년 늦게 변호사가 되었어요.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시장에 나오니 빠른 친구들은 이미 자기 분야의 스페셜리스트가 되어 있었죠. 늦게 시작한 만큼 빨리 따라가고 싶어서 정말 열심히 했습니다. 승소하기 어렵거나 새로운 사건이 들어와도 저는 모든 사건을 다 감사하게 받았어요. 그러다 보니 까다롭고 어려운 사건들을 많이 맡게 되었고, 이런 경험이 점차 쌓이다 보니 사무실 내에서 아무도 하지 않았던 일들을 제가 해 내는 것들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비즈니스 영역에서 일하는 것을 좋아하고 즐거워한 것도 있지만, 꼭 부동산 개발 금융에서 전문가가 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일을 가리거나 고르지는 않았습니다. 주어진 일을 열심히 했고, 힘든 문제도 놓지 않고 풀어나간 경험이 또 다른 사건과 연결되고, 그게 전문성으로 연결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부동산 개발, 재개발, 재건축이라 하면 여러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현장이나 조합 내의 갈등을 떠올리게 되는데요, 기억에 남는 사건이 있으신지요?
주민의 50%가 반대하는 재개발 사업이 있었습니다. 초기에는 다들 동의를 해서 상당한 기간 사업을 진행하던 중이었는데, 뒤늦게 실상을 안 주민들이 반대를 한 겁니다. 주민들이 반대할 때는 이미 많이 늦은 상태였고, 조합이 설립된 지 15년이나 지나 조합설립무효 소송을 했다가 패소한 상태에서 저에게 찾아왔습니다.

이 사건의 주민들이 살던 동네는 매우 영세한 곳이었고, 주민들은 처한 상황에 대한 불만은 컸지만 제도에 대한 이해는 부족한 상태였습니다. 저에게 찾아와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했고 어떤 분은 한이 맺혀서 분신하겠다고도 하셨어요. 보통 이런 사건은 변호사들이 꺼리는 일입니다. 보상금 증액을 받아도 미미하고, 재감정을 받아도 큰 차이가 없어서, 의뢰인을 만족시킬 수준의 결과를 내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었습니다.
까다롭지만 수익을 기대할 수도 없는 사건인 거죠. 하지만 전 이분들을 보면서 ‘이대로 놔두면 여기는 피눈물이 흐르는 현장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떻게든 최선을 다해 돕겠다는 마음으로 정말 적은 수임료만 받고 현장에 들어갔습니다.

그분들이 원하는 것, 주장하고 싶은 것을 재판부에 정말 충실하게 전달하는 역할을 하면서, 동시에 의뢰인들에겐 제도에 대해 설명하고 이해시키는 일을 계속 했습니다. 결국 대부분이 합의를 했고, 약간의 증액된 금액을 받고 이주를 하셨죠.

저는 이런 현장에서 변호사가 역할을 제대로 한다면 재개발 현장에서 일어나는 비극, 용산참사 같은 일들을 방지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억울함을 호소하는 분들을 위해서 충분히, 감동할 정도로 싸워 주고, 동시에 법적 한계도 잘 설명해서 고조된 갈등과 분노를 조금씩 낮출 수 있게 도와주는 거죠.

요즘 부동산은 전 국민의 관심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고, 변호사들도 마찬가지일 거라 생각이 드는데요. 변호사님과 같은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으려면 후배변호사들은 어떻게 접근을 하면 좋을까요?
변호사가 부동산 영역에서 법률전문가로 활약할 수 있는 분야가 많겠지만, 그중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 관련 영역은 변호사의 도움이 많이 필요한 영역입니다. 도시정비법이 워낙 복잡하고 개정이 많이 되어서 관심을 가지고 계속 공부해야 유효하고 정확한 자문을 할 수 있거든요. 전문성을 획득하기 좋은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부동산 관련 소송을 하면서 동시에 강제집행에 대해 전문성을 쌓아 두면 정말 유용할 것입니다. 판결을 받아도 집행이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실무적인 능력을 쌓아 강제집행 관련 분야에서 특기를 가지게 된다면 의뢰인들에게 사랑받는 변호사가 될 수 있을 겁니다.
다만 전문성은 변호사가 원해서 얻는 부분도 있지만, 결국 어떤 클라이언트를 만나서 어떤 사건을 수행했느냐에도 달려 있다 생각합니다(웃음). 자기에게 다가오는 일을 진지하게, 깊이 있게 파다 보면 전문성은 자연스럽게 생긴다고 봐요. 요즘 뜨는 시장이나 유행하는 영역을 따라가기보다, 누구도 보지 않는 곳을 바라보고, 스스로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분야에 몰두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변호사님은 13년 동안 대표변호사로 법무법인을 운영하셨는데 어떤 이상을 가지고 운영을 하셨는지, 운영하면서 좋았던 점이나 힘들었던 점은 없으셨는지요?
일을 하다 보니 제가 직접 의뢰인과의 관계를 만들어 책임을 지고 일을 해 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습니다. 주어진 일에만 만족하기보다 한 발 더 나아가 일해 보고 싶었죠. 그리고 ‘좋은 회사’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도 컸습니다. 회사는 자아를 실현하는 공간이고, 노동으로 자신을 평가받는 것은 사회적 인간으로서 매우 큰 의미가 있으니까요. 이를 위해 좋은 회사가 갖춰야 할 여러 가지 면모가 있다고 생각하고, 구성원들이 보람을 느끼며 다닐 수 있는 환경을 주고자 노력했습니다.

그런데 작은 로펌을 운영하다 보면 지속 가능한 경영을 함에 있어서 재정적으로도 인적으로도 자원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끼게 될 때도 있습니다. 아무래도 작은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다보면 풍랑에 영향을 많이 받는 것처럼 말이죠.

개업을 준비하고 있거나 고민하고 있는 후배들에게 해 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우선 자신을 믿고 불안해 하지 말라고 말해 주고 싶어요. 의뢰인이 오고 안 오는 문제는 외부적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사무실 운영은 열심히 한다는 것만으로 되는 일이 아닐 때가 있으니 열린 마음으로 상황을 받아들이는 것도 필요하고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일은 나에게 온 사건 하나하나를 정성을 다해서 하는 것이고, 그 정성이 가장 좋은 영업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변호사님이 생각하는 좋은 변호사란 무엇일까요?
한 사람의 인생에 축적된 갈등과 응어리가 폭발하는 것이 곧 소송인데, 마음의 응어리가 폭발할 때 이를 현명하게 해결하고 넘어가게 돕는 것이 변호사의 일이라 생각합니다. 소송을 하는 동안 당사자는 사건에 사로잡혀 마음에 평화가 없습니다. 이 고통을 잘 끝내게 해 주어야 더 이상 문제에 갇혀 있지 않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 살아갈 수 있죠. 문제를 가장 잘 푸는 방법은 물론 이기는 것이겠지만, 이기지 않더라도 응어리가 풀리는 방법은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선을 다해 싸우고 결과에 승복할 수 있게 된다면 말이죠.

지더라도 결과를 수용할 수 있게 돕고, 지는 소송도 어떻게 임하느냐가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네 가지 조건이 필요합니다. 첫째는 변호사가 의뢰인의 입장을 충분히 인식하고 그 사람의 마음에 가 닿는 것입니다. 변호사마저 의뢰인을 이해하지 못하면 의뢰인의 억울함은 풀릴 수가 없습니다. 둘째는 사건에 최선을 다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때로는 의뢰인의 요구가 말이 안 된다는 생각이 들거나, 질 게 뻔하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중요한 세 번째 조건이 있습니다. 의뢰인이 왜 억울해 할까를 끝까지 듣는 것입니다. 의뢰인의 주장이 법리적으로 말이 안 되고, 틀린 말을 해 봐야 판사가 알아주지 않을 거라 생각해 전달조차 하지 않으려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억울함에는 분명 이유가 있고, 잘 듣다 보면 의뢰인의 말을 법적 언어로 풀어낼 방법들도 생기고, 주장할 단서와 해법을 찾을 수 있습니다. 끝으로 아무리 해도 안 되는 일은 의뢰인에게 법적 한계가 있음을 잘 설명해 이해시키고, 스스로 객관화를 할 수 있게 돕는 것입니다. 다만 자칫 상대편을 든다는 등 오해를 살 수도 있으니 첫 번째의 신뢰 관계 형성이 전제가 되어야 합니다. 내 편이고, 유능하고, 최선을 다하는 법률전문가라는 신뢰를 얻었다면, 그런 변호사가 어찌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해 설명을 하면 의뢰인의 분노나 고통, 응어리진 마음에도 압력이 서서히 빠질 수 있습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 소송에서 지더라도 결과를 수용할 수 있게 되죠.

수년이 지나도 사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법원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는 분들을 보면 마음이 아픕니다. 사법제도가 이들의 문제를 제대로 풀어주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죠. 각 변호사들이 자신의 사건에 임할 때 충분히 역할을 해 주면 지고 이기고를 떠나 의뢰인은 사건을 마무리 짓고 새로운 단계로 넘어갈 수 있을 겁니다.

많은 의뢰인에게 항상 성심을 다하면서 변호사로서 마음이 지치지 않을 방법은 무엇일까요?
물론 변호사와 의뢰인 관계라는 점을 항상 잘 생각하고, 선을 넘지 않도록 스스로를 잘 보호해야 합니다.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고 변호사로서 도와주고 있다는 점을 명확하게 해야 하죠. 의뢰인과 나를 너무 동일시해서도 안 되지만 그렇다고 너무 기계적으로 대해서도 안 돼요. 변호사 때문에 상처받는 사람들도 정말 많습니다.
의뢰인에게 감정이입을 과하게 하면 오히려 사건을 해결할 방법이 잘 생각나지 않게 됩니다. 사건에서 좀 떨어져서 밖에서 바라보는 여유가 생겼을 때 해법이 생각나죠. 법률전문가로서 사건에 개입한다는 것의 의미가 곧 ‘문제에서 떨어져 객관적으로 본다’라는 것을 생각하면 의뢰인과의 감정의 거리를 좀 더 잘 조절할 수 있을 것입니다.

두 아이의 엄마가 된 후 변호사가 되셨는데, 변호사로서의 열정적인 생활 모두를 다 해 내는 것이 힘들지는 않으셨는지요?
결혼을 하고 첫째 아이를 가졌는데, 임신을 한 상태로 고시 공부를 하려니 정말 힘들었습니다. 전처럼 나이브하게 공부했다간 영영 마음씨 좋은 아줌마로만 남게 될 거라는 생각이 그때 들더군요. 첫째를 출산하고 그 해 10월부터 정말 열심히 공부해서 다음 해에 1차를 붙고, 그 다음 해에 2차에 붙었어요. 연수원에서 둘째를 낳았는데, 연수원에서 임부 연수생으로 유명했어요(웃음). 힘들었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힘들었는데, 조건이 나쁘다고 꼭 불리한 것만은 아니라 생각합니다. 조건이 어려웠을 때 더 간절해 지고 더 많은 노력을 할 수도 있으니까요. 이런저런 이유로 늦게 변호사가 되었는데, 공직은 성향에 잘 맞지 않았고, 비즈니스 로이어가 매력적으로 느껴져 기업 자문 업무를 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나이도 많고 애도 둘이나 있으니 대형로펌 같은 곳에서는 저를 선호하지 않았죠. 그래서 자문과 송무를 다 할 수 있는 다이내믹한 사건이 많은 부티크펌에서 일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처음 변호사가 되어서 정말 열심히 잘 하고 싶었기 때문에 새벽 2~3시까지 일하던 날도 예사였습니다. 물론 평일에는 아이들을 제가 볼 수 없었죠. 하지만 아이들에게 엄마가 정말 사랑해 준다는 느낌이 들도록 노력했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주말에 최선을 다했습니다. 아이들은 자립적으로 잘 자라주었고, 지금은 저의 가장 큰 지지자들이에요.

성공이라는 것을 양적으로 측정할 수 있다면 아마 전 일과 가정 두 가지에서 조금씩은 부족한 점수를 받을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둘을 합산해서 보면 하나만 절대적으로 성공한 것보다는 낫지 않을까 생각해요. 지칠 때도 있지만 도망치지 않으려고 했고, 사건과 스트레스에 압도당하지 않고 오히려 끌어안으니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앞으로 변호사로서 어떤 소망을 가지고 계시는지요?
13년간 부티크펌을 운영하면서는 좋은 로펌을 만든다는 보람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큰 규모의 로펌으로 옮겼으니 동료변호사들도 행복하고 클라이언트도 저를 더 신뢰하고 만족할 수 있는 관계를 만들었으면 합니다. 조직 안에서 좋은 영향을 줄 수 있고, 기여를 하는 사람이 되면 좋겠고요. 그리고 훗날에는 정말 동네 구멍가게 같은 곳에서 오며 가는 사람들 상담도 해 주고, 차비만 받고 법정에 나가는, 그런 할머니변호사가 되는 꿈을 꿔요(웃음).

마지막으로 후배변호사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변호사들은 자칫 자신이 얼마나 성실하고 훌륭하고 옳은가에 갇히게 될 수 있습니다. 정말 많은 노력을 하고 훌륭한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런 생각을 하기 쉽죠. 하지만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인격적으로 훌륭한 사람이 되는 것에 대해서도 생각했으면 좋겠습니다. 다른 사람에게도 좋은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면 변호사로서 더 빛을 발하고 기쁨을 느낄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그래서 후배변호사들이 변호사로서 행복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인터뷰/정리 : 김인희 본보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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