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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깅스 도촬’ 사건을 계기로 살펴보는 성적 수치심에 대한 판단 기준

일명 ‘레깅스 도촬’사건에서 ‘성적 수치심’에 대한 판단에 따라 1심과 2심이 엇갈린 결론을 내린 사안이 나왔습니다(의정부지방법원 2019. 10. 24. 선고 2018노3606 판결).

사실관계
본 건은 버스를 타고 가던 피고인A가 하차를 위해 단말기 앞에 서 있는 피해 여성 B의 모습을 보고 휴대전화 동영상 기능을 통해 레깅스 바지를 입고 있는 B의 엉덩이 부위 등 하반신을 약 8초 동안 몰래 촬영한 혐의로 기소된 사안입니다. 1심은 A의 행위를 유죄로 인정하여 벌금 70만 원 및 성폭력치료프로그램 24시간 이수명령을 내렸지만, 2심에서는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

관련법률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 ① 카메라나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를 이용하여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촬영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성적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타인의 신체를 촬영하는 것’의 의미
대법원은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할 때 객관적으로 피해자와 같은 성별, 연령대의 일반적이고 평균적인 사람들의 관점에서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신체에 해당되는지를 고려함과 아울러, 피해자의 옷차림, 노출의 정도 등은 물론, 촬영자의 의도와 촬영에 이르게 된 경위, 촬영 장소와 촬영 각도 및 촬영 거리, 촬영된 원판의 이미지, 특정 신체 부위의 부각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구체적·개별적·상대적으로 결정하여야 한다고 일관되게 그 기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대법원 2016. 1. 14. 선고 2015도16851 판결 등 참조).

본 건의 판단 기준
본 건 사안에서는 ① 피해자가 엉덩이 바로 위까지 내려오는 다소 헐렁한 어두운 회색의 운동복 상의를 입고 있었고, 발목까지 내려오는 검은색 레깅스 하의에 운동화를 신고 있어 외부로 직접 노출되는 피해자의 신체 부위는 목 윗부분과 손, 그리고 레깅스 끝단과 운동화 사이의 발목 부분이 전부였던 점, ② 피고인이 특별히 피해자의 엉덩이 부위를 확대하거나 부각시켜 촬영하지는 아니하였던 점, ③ 특별한 각도나 방법으로써 촬영한 것이 아닌 일반인의 시야에 통상적으로 비춰지는 그대로를 촬영하였던 점, ④ 피해자가 입고 있던 레깅스가 비슷한 연령대의 여성들 사이에서 일상복으로 활용되고 있고, 과거 유행하였던 이른바 ‘스키니진’과 소재 면에서 차이가 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몸에 밀착하여 몸매를 드러낸다는 점에서 별반 차이가 없어 레깅스를 입은 젊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성적 욕망의 대상이라고 할 수 없는 점 등이 판단 기준이 되어 무죄가 선고되었습니다.

유사 사안들(하급심 포함) 및 주목할 점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대법원이 그 판단 기준에 대해 상술한 바 있음에도 불구하고 추상적·주관적인 기준을 개별적·구체적인 각 사안에 적용할 때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유사한 장소에서 유사한 신체 부위를 찍은 사건들이라도 상이한 결과들이 축적되기도 합니다. 본 건과 유사하게 대중교통에서 여성의 다리 등 하반신을 찍은 것에 대해 유·무죄가 엇갈린 사안을 몇 가지만 소개하자면, 야간에 버스 안에서 휴대폰 카메라로 옆 좌석에 앉은 여성(18세)의 치마 밑으로 드러난 허벅다리 부분을 촬영한 피고인에 대하여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죄의 유죄를 인정한 사례가 있고(대법원 2008. 9. 25. 선고 2008도7007 판결), 지하철 승강장 등에서 짧은 치마, 반바지, 또는 몸에 달라붙는 긴 바지를 입고 있는 젊은 여성들의 앉아 있거나 걸어 다니는 모습을 촬영한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 사례가 있는가 하면(서울중앙지방법원 2014. 5. 23. 선고 2014고단2013 판결), 버스 정류장에서 교복을 입고 서있는 17세 여학생의 다리를 휴대전화로 촬영한 피고인에게 유죄를 선고한 사례(울산지방법원 2015. 3. 19. 선고 2014고단3552 판결) 등이 있습니다. 결국 ‘어느 부위를 촬영하면 유죄다’ 라든가, ‘어떤 옷차림을 촬영하면 무죄다’라는 식의 획일적인 판단 방법에는 한계가 있기에 변호사로서는 사건 현장의 모든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수사 대응 전략 또는 소송 전략 등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이번 사건에 사회적 이목이 집중된 것을 계기로 상고심에서 기존의 판단 기준에 더불어 ‘성적 수치심’을 판단할 의미 있는 새로운 기준이 나올지, 기존의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며 1심과 2심 중 어느 것을 지지하는 판결이 나올지 등 그 결과가 주목됩니다.

주성완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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