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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이런 책이_ 브루스 커밍스의 한국현대사 / 임제혁

 

 

브루스 커밍스의 『한국현대사』

 

 

 

 

역사란 "과거를 되짚어, 이를 통해 앞날에 대한 지혜를 얻는 것"이라고 한다. 따라서 과거를 미화하거나 각색을 하게 되면, 앞날에 대한 지혜를 얻기는커녕 앞으로 나아갈 길을 잃게 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는 것이다. 과거를 돌아보는 시각이 바로 역사관이고, 왜곡된 역사관은 과거를 곡해하는 정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미래까지도 흐리게 만드는 것이다. 


이번에 소개하고자 하는 책은 언제나 논란의 대상이 되는 한국현대사와 관련된 서적이다. 저자 브루스 커밍스는 1960년대 후반에 우리나라에 '평화봉사단'의 일원으로 왔다가 깊은 관심을 가지고 한국현대사 연구를 하였으며, 현재 시카고 대학 석좌교수이자, 빌 클린턴 행정부의 대한반도 외교정책의 이론적 틀을 제공하기도 했던 석학이다. 


그의 책은, 물론 이에 대한 여러 비판적인 시각도 존재하지만, 일본의 식민통치 시대와 1960~70년대의 산업화에 대한 객관적인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가치가 충분하다고 볼 수 있다. 

 

 

먼저 식민통치 시대에 대해 그는 행정식민주의, 개발식민주의라는 두 소주제를 통해 결국 일본은 조선을 '식민지로서 통치하고 착취하기 위한 목적'으로 자신의 행정시스템을 도입하고 일방적인 개발행위를 자행하였으며, 그것은 한국의 근대화의 초석이 아닌 지배계층의 변화만으로도 언제든 동일한 방식의 통치가 가능한 초석을 만든 것이라 결론짓고 있다. 이 와중에 정말 '조선다운 것'은 모조리 말살 되었으며, 내부적으로 '분열'을 키워드로 한 고통을 남기게 되었다는 것이다. 


갑작스러운 해방은 소위 지배계층의 공백을 만들어냈으며, 이를 채워나간 것은 불행히도 독립을 위해 헌신한 이들이 아닌 서구열강의 입김을 등에 업고 새로이 기존의 식민주의 통치방식을 대체한 조선인들과 그들의 뒤에 있던 서구열강이었던 것이다. 

 

 

책의 목차를 보면 커밍스 교수는 경제성장(또는 위기)과 정치체제(혹은 통치체제)를 각각의 장으로 나누어 다루고 있다. 일반적으로 정치와 경제는 시대별로 같이 논할 수 있을 것임에도 그는 굳이 이를 두 개의 장으로 나누어 설명한다. 왜일까?


1960~70년대의 근대화 과정에서 이를 통해 이룩한 경제발전은 눈부신 것이었지만, 그로부터 정경유착과 대재벌이 파생되었으며, 결국 근대화의 결과물은 실질적으로 공유되었다기보다는 (전반적인 생활수준의 향상과 더불어) 평균치의 수배를 이익으로 챙긴 지배계층의 공고화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자본의 편중, 지역발전의 불균형, 절차와 정당성을 중시하는 민주주의보다는 효율성과 결과를 앞세운 개발일변도의 정치철학은 다소 기형적인 구조를 만들어냈고, 이는 소위 지속적인 성장과는 거리가 먼 것이었다.


정치적으로, 그 평가는 갈릴지언정, 비정상적이고 편중된 결과의 경제성장을 주도한 것은 비판논리를 용납치 않는 통치방식이었으며, 그 통치방식의 정점에는 독재와 이를 묵인한 서구열강이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통치는 민주화의 염원을 불러일으켰고 1987년 헌법체제를 탄생시켰으나 1997년 경제위기는 다시금 시련과 숙제를 주었다는 것이다. 


경제적으로 이를 극복할 저력이 있는지, 정치적으로 과거 회귀적인 성장일변도에 대한 경향을 잠재울 수 있는 정도의 민주적 성숙도가 갖추어졌는지에 대한 숙제라는 것이다. IMF위기를 극복해가던 2001년도에 출간된 이 책은 희망적인 결론으로 마무리를 짓고 있다. 

 

 

그로부터 10여년이 더 흘렀다. 자본의 자유를 우선하는 신자유주의가 득세했고, 커밍스 교수의 희망적인 결론이 지금도 유효한지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그의 책은 현재를 되짚고 앞을 내다보는 데 조금은 불편할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사실을 왜곡하지 않은 서술을 통해 우리에게 균형잡힌 시각을 선사하고 있다. 

 

 

 

임제혁 변호사
사법시험 제49회(연수원 39기)
 법무법인 메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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