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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과 마음 사이

이혼사건 상담 중반부에 늘 하는 질문이다. “그래서 어쩌다가 두 분이 멀어지게 되었나요?” 대답을 들어보면 모두 나름의 사연이 있고 또 제각기 억울한 점도 많다. 그런데 길고 긴 하소연의 끝맺음은 대개 비슷하다. “어휴 그 사람은 정말 말이 안 통해요. 변호사님, 이런 사람이 또 있어요?”

이런 질문을 받을 때 부부간 관계회복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항상 일독을 권하는 책이 있다. 바로 말 길, 마음 길, 사이(관계) 길에서 헤매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이서원 저, 『말과 마음 사이』이다.
이 책은 1부 말, 2부 마음, 3부 사이 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편에는 저자가 24년간 가정폭력과 아동학대 상담전문가로 활동하며 겪은 여러 일화들이 적재적소에 배치되어 있다. 실제 있었던 사례들을 바탕으로 저자의 친절한 표현력까지 더해 어른들을 위한 착한 동화를 읽는 느낌이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따뜻하고 편안하게 읽다가도 머리와 가슴을 울리는 충격과 반전을 자주 느낄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아무 죄의식 없이 하던 말들, 의도하지 않은 실수를 범했던 자신을 뒤늦게 발견할 때면 설명하기 힘든 부끄러움과 자책이 밀려온다. 다행히 저자는 문제 제기에 그치지 않고 같은 대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과 더 나은 관계를 위한 말 사용법과 마음 읽는법을 제안한다.

2부 마음편 ‘남편의 외도에 화가 나는 이유’에 나오는 사례이다. 남편이 아내 몰래 회사 여직원과 5년 동안 외도를 했다. 아내는 이 사실을 알고 남편을 폭행하는 것은 물론 남편과 함께 죽자며 차도에 뛰어들기도 했다. 남편은 나름 용서를 구하였으나 아내의 마음은 풀리지 않았다. 남편은 “아내가 화가 난 것은 이해한다”면서도 더 이상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답답해만 했다.

그러나 저자는 “아내는 화가 난 것이 아니다”라고 단언한다.“화가 난 게 아니라 슬퍼하고 있다. 크게 슬퍼하고 있다”고 알려준다. 슬픔을 느낄 때는 무엇인가를 상실했을 때이며, 소중한 것을 잃어버리고 다시 찾을 수 없을 때이다. 아내는 남편의 외도로 자신이 소중하게 여기던 것-남편에 대한 믿음, 결혼 생활의 아름다운 꿈, 아이들에게 부모로서의 본보기, 도덕적인 자부심, 친정 식구들에게 떳떳함, 여자로서의 자존심, 남편과 살고 싶은 마음 -을 너무나 많이 잃었기 때문에 슬퍼한 것이다. 화를 내고 있다는 현상만 본다면 이 기저의 감정은 좀처럼 읽어내기가 힘들다.


화를 내는 사람은 피하고 싶고, 슬퍼하는 사람은 위로해 주고 싶은 것이 사람의 마음이다. 상대방의 화만 보면 회피하게 되지만, 정작 보아야 할 것은 화 아래 자리 잡은 슬픔과 상실이다. 이러한 마음을 정확히 읽었을 때 상대방에게 진실하게 사과하고 용서를 구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이 책은 알면 보이고 모르면 보이지 않는 실생활의 크고 작은 말과 마음의 사용법을 친절하게 알려준다.

이러한 사례 외에도 글자 하나의 차이가 불러일으키는 큰 차이 ‘안 갔네 와 못 갔네’, 서로를 살릴 수 있는 말 한마디 ‘너도 힘들지?’, 선택의 기로에서 도움이 되는 ‘인생사 6:4’, 오래 봉사하고 싶은 분들이 반드시 읽어야 할 ‘남 위해 하는 일은 오래 못 간다’와 ‘나에게도 좋은 사람이 나인가’ 등 상처받고 힘든 마음을 보듬어 주는 60가지의 따뜻한 이야기들이 있다.

가족들과 마찰이 있을 때, 의뢰인이나 동료들과 부딪칠 때, 부하 직원들이 유독 나를 어려워하는 것 같을 때와 같이 인간관계와 관련된 크고 작은 고민이 있다면 편하게 읽어보시기를 권한다. 또한 자기 전에 왠지 좋은 꿈을 꾸고 싶은 회원님들께서도 침대 머리맡에 이 따뜻한 책을 가져다 놓으시기를 추천한다.

황수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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