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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과정에서의 변호인 조력권에 관한 단상


최근 검찰 조사입회 과정에서의 경험담이다. 평범한 직장인인 의뢰인은 회식 후 술에 취해 직무집행 중인 경찰관에 대해 공무집행방해 등을 저지른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게 되었다. 의뢰인은 경찰 단계에서부터 고의가 아닌 우발적 실수였다는 점을 일관되게 주장하였으나 경찰에서 기소 의견으로 송치된 사건이었다. 경찰 단계에서는 변호인의 도움 없이 혼자 조사를 받았지만 검찰 조사에 이르러서는 변호인 입회하에 조사를 받게 되었는데, 이는 사건 당시 상황에 대한 소명과 법리적 설명 부분에 있어 의뢰인 혼자 진행하기에는 명확한 한계를 느꼈기 때문이었다.

처음 피의자가 되어 본 의뢰인들이 통상적으로 그러하듯이 많이 위축되어 사건의 핵심적인 부분을 제대로 진술하지 못하였기에 변호인으로서 부족한 부분을 보충한다는 생각으로 몇 마디 보태고 있었다. 그때 조금 떨어진 책상에서 듣고 계시던 검사님께서 갑자기 일어나셔서 엄격한 목소리로 한마디를 하셨다.“변호사님, 지금 변호사님이 조사받는 거 아니시잖아요. 그만 말씀하세요.” 순간 당황스러우면서도 많은 생각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변호인 조력권을 강하게 주장하며 항의를 해야 할지 아니면 조용히 순응을 할지 결정해야 하는 순간이었다. 선택은 후자였다. 아무래도 소명을 하고 설득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항의를 한다면 잃는 것이 더 많을 수 있고, 현행 형사소송법 및 검찰사무규칙 등의 규정과 기존 관행이 강력한 항의를 하기에는 명백히 불리하게 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검사님 입장에서는 현행 규정과 관행에 의거하여 부당한 신문이 없었는데 본인의 승인을 받지 않고 변호인이 의견 진술을 하여 제지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변호인 입장에서는 의뢰인이 제대로 진술을 못하고 있으면 성심껏이를 보완해 주어야 하는 것을. 그리고 그러한 필요성 때문에 의뢰인이 경찰 단계에서와는 달리 검찰 단계에서 변호인 조사 참여를 요청하였던 것임을 망각할 수 없었다. 그러나 위와 같이 변호인의 조력이 제한되는 상황 때문에 종종 의뢰인들에게 ‘우리나라는 미국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듯이 변호사가 수사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발언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면서 사전에 양해를 구하고 조사에 들어가기도 한다.

그렇게 말을 해 주어야 하는 상황이 썩 유쾌하지만은 않다. 카를로스 곤 전 르노닛산 회장이 일본에서 레바논으로 탈출한 다음 ‘일본 검찰은 변호인 입회도 하지 못하게 하고 조사를한다’며 일본 사법시스템을 신랄하게 비판할 때 속으로 은근히 비웃었는데 우리의 변호인 조력권에 관한 현실도 어떠한 관점에서 보면 ‘오십보백보’가 아닌가 하는 생각 때문이다. 과연 수사 단계에서 변호인 조력권을 포함하여 우리의 인권보호에 관한 규정과 관행들이 선진화되어 있고, 국제적 기준에부합한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가?

이러한 문제의식은 단지 개인의 것만은 아니다. 올해1월 서울지방변호사회는 법무부 산하 법무·검찰개혁위원회와 대검찰청 산하 검찰개혁위원회에서 논의된 사항들을 바탕으로 국민의 인권과 변론권의 실질적 보장을 위해 수사 등 검찰권 행사에서의 각종 인권보호조치가 즉각 시행되어야함을 법무부 장관에게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하였고, 대한변호사협회도 지난해 10월 변호사들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근거로 사법개혁은 변호인 조력권부터 보호해야 한다는 취지의 성명서를 발표한 바 있다.

검찰과 경찰도 많은 노력을 하고 있고 이에 따라 과거에 비해 개선된 점들도 많다.하지만 여전히 수사 단계에서의 변호인 조력권의 ‘실질적’ 보장이 미흡함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제 우리도 수사 단계에서의 국민의 인권과 변호인 조력권의 실질적 보장에 관하여 전향적이고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는 단지 문제의식과 문제 제기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형사소송법 개정과 관행 개선 등을 포함하여 과감하고 신속하게 실행하여야 하는 단계에 왔다고 생각한다. 법조계가 중지를 모아 빠른 시일 내에 국민의 인권 보호를 위한 변호인의 조력권 확대와 실질적 보장을 이루어 낼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해 본다.

김승현 변호사
●법무법인 Y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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