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모 변호사 인터뷰 

변호사님 안녕하세요. 무더위에 건강하게 잘 지내시는지요? 최근 회보를 통해 다양한 선배변호사님들의 훌륭한 말씀을 듣고 많은 회원들이 공감하고 있어서 회보편집위원으로서 기쁩니다. 오늘은 변호사님의 지난 활동과 후배변호사들에게 들려 주시고 싶은 말씀을 편하게 듣고자 찾아뵙게 되었습니다. 

우선 변호사님의 최근 근황은 어떠신지요.

다른 동료 변호사님들처럼 저를 필요로 하는 사건으로 법정에 나가고, 의뢰인을 만나고, 기록검토와 법률문서를 작성하면서 시간을 보냅니다. 다만 저는 제가 속해있는 법무법인 동서양재의 주사무소 운영을 실질적으로 책임지고 있는 처지라서 소속 후배변호사님들이 작성한 서류들을 검토해 그 결과를 가지고 함께 토론하고, 소송수행방향 및 입증방법 등을 논의하는 일과 의뢰인들을 만나는 일, 사무소의 재정을 관리하는 일도 함께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가능한 한 개별적인 사건처리보다는 후배변호사님들의 지도와 재정 관리에 집중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변호사님은 저작권 등 지적재산권 분야에도 많은 활동을 하시고 실제 소송을 수행하고 계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청년변호사들도 자신의 전문 분야를 키우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데, 실제 상황은 그리 쉽지는 않아 보입니다. 지적재산권 분야는 매우 특수한 분야인데, 그 분야를 시작하시게 된 계기와 기억에 남는 사건이 있으시다면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개업 초기에 이해인 수녀님의 시집을 무단으로 복제, 편집해 시화집을 만들고, 시낭송 녹음테이프까지 제작해 대량으로 배포해 저작권을 침해한 사건을 이해인 수녀님 측으로부터 수임해 심혈을 기울여 처리했던 기억이 납니다. 다행이 가처분단계에서 상대방 신문 없이 완벽하게 가처분결정을 받아 집행까지도 신속하게 진행하며  창고 하나에 가득한 저작권 침해복제물과 필름 원본 등을 남김없이 찾아내 집행관보관처분을 완료했던 일이 있었습니다. 결국 본안사건 첫 기일에 상대방이 원고 측 요구를 모두 받아들이고 신문에 사죄광고까지 게재했습니다. 그리고 원고 측에서는 가처분된 모든 물건을 인도받아 폐기했었지요. 

그 후에도 기억에 남는 몇 건의 저작권 관련사 건이 있기는 합니다. 근래에는 저희 사무소가 상당한 규모의 특허권침해사건을 몇 건 피해자 측으로부터 수임해 소송을 진행했는데 대부분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이런 사건의 문제점은, 거의 대부분이 대기업, 다국적기업인 거대자본이 중소기업 또는 개인연구가, 발명가들의 특허권을 침해한 사안이라는 것입니다. 약자의 권리를 침해한 거대자본은 대형로펌을 선임해 소송을 무한정 지연하면서 별 관련도 없는 자료를 수백, 수천 페이지씩 제출해 법원을 현혹합니다. 변호사가 승부에 집착하다 보면 다소 과장된 표현을 하거나 논리에 어긋나는 주장을 할 수도 있다는 점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심지어 명백한 허위주장이나 인신공격도 서슴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결국 가장 큰 문제는 이와 같은 거대자본의 횡포에 법원이 끌려가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입니다. 이런 말을 공개적으로 하기는 저 역시 마음이 편치는 않습니다만, 대기업들이 중소기업이나 계열화된 하청기업들의 기술, 노하우, 특허 등을 침해하거나 거의 공짜로 양도받거나 당초의 계약을 지키지 않고 파산의 위협까지 가하면서 거의 훔치다시피 하는 사례는 비일비재하고 어제오늘의 일도 아닙니다. 이 모든 것은 공정거래위원회, 검찰, 법원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현실에 원인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심오해지는 IT 분야나 전자기술 분야, 온라인프로그램과 컴퓨터소프트웨어 등에 대한 이해가 충분하지 못해 보인다는 점도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점에서 젊은 변호사님들이 벽에 가로막혀 있다는 느낌 때문에 좌절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저작권과 관련해서는 온라인상의 저작권침해가 중요한 문제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종래의 저작권법을 개정하면서 온라인상에서 저작권을 침해당한 피해자가 그 사실을 적시해 온라인사업자(OSP)에게 그 침해중지를 요구할 경우 여기에 응하면 온라인사업자에게는 더 이상의 책임이 없다는 내용의 조항을 신설했는데, 이것은 미국이 구글과 같은 다국적 거대인터넷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조항을 아무 생각 없이 그대로 옮겨온 것으로 보입니다. 그 결과 만화, 애니메이션, 무협지 등은 누군가가 마음대로 스캐닝해서 포털사이트, 웹하드 등에 올리면 순식간에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저작자가 이것을 발견해 온라인사업자에게 침해중지를 요구할 수 있을 때쯤에는 이미 그 피해를 회복할 수 없는 수준에 이릅니다. 게다가 이처럼 온라인상에 스캐닝본을 올린 사람이 익명일 경우 압수수색 등을 통하지 않고는 찾아내기도 어렵고, 찾아낸 경우에도 무자력이거나 미성년자인 경우가 많아 실효성이 없습니다. 국내의 만화시장이 포털사이트와 웹하드가 활성화되자 십여 년 사이에 반 이하의 규모로 위축되었는데, 중대한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변호사님은 과거 ‘검찰총장부인 옷로비 특별검사’ 등을 거치셨고 이후 많은 사회적 활동을 하셨습니다. 최근까지 다양한 사회적 활동을 하시고 현안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고 계십니다. 변호사로서의 고유영역에서 벗어나 사회적 활동으로 그 범위를 넓혀가려는 청년변호사들에게 필요한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법률은 사람이 국가의 구성원으로 살아가면서 경험하는 모든 영역을 규율하는 포괄적인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변호사는 법률을 다루는 직업인 만큼, 사회적 활동을 하고 현안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는 것 그 자체가 변호사로서의 고유영역에 속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자연스럽게 사회적인 문제와 접촉하게 될 경우, 그러한 접촉을 의도적으로 회피하거나 이에 대한 반응을 스스로 억압하지만 않는다면 아마도 당연히 사회적 활동을 할 수밖에 없고, 그 다음에는 현안에 대한 의견을 제시해야 하는 경우가 생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문제는 그런 활동이 경제적인 측면에서 장해가 되지 않을 것인가 하는 우려가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도움이 되지 않을지는 몰라도 결코 장해가 되지는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길게 보면 그동안 많은 선배변호사님들께서 노력해 온 결과 불합리한 법제도 등이 개선되고 인권신장도 가능했던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변호사님 제주도가 고향이지요. 최근 제주대 로스쿨 석좌교수로 활동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평소 로스쿨 학생들을 가르치시면서 느낀 점은 어떠신가요.

저의 고향은 제주도가 아니고 전남 강진입니다. 서울에서 개업해 5년 남짓 되자 여유 없고 복잡한 서울생활이 싫어진 데다 아이들이 초등학교 상급반이 되자 모두들 학원을 몇개씩 보내는데 내 아이들만 안 보내면 따돌림 당하는 상황이 될 것 같아 법원이 하나뿐이고 자연환경도 괜찮은 제주도를 찾아간 것뿐입니다. 한마디로 솔가해서 도피처를 찾아간 셈입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자라서 서울에 있는 상급학교에 진학하게 되어 하는 수 없이 서울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제가 학창시절을 고향에 계신 부모님을 떠나 서울에서 지냈던 경험이 있는데, 그래서인지 가족이 헤어져 사는 것은 가장 못할 일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제주도에 가서 아이들을 학원에 보내지 않고 키웠고, 아이들도 제주에서 살았던 일을 좋은 기억으로 가지고 있으니 내려가기를 잘 했다고 생각합니다.
 

 제주대 로스쿨이 창설되면서 당시 고충석 총장님께서 저에게 석좌교수 자리를 제안하셨습니다. 그래서 수락한 것인데, 제가 시간이 모자라고 제주대 로스쿨에서도 특강 정도를 하기로 했던 것이어서 로스쿨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느낀 점을 대답할 만한 내용은 없군요.

변호사는 변호사로서 고유업무 이외에도 인권옹호라는 공익적 활동의무가 주어져 있습니다. 변호사님께서는 평소 인권과 공익활동을 많이 하셨습니다. 현재 젊은 변호사들을 중심으로 다양한 형태의 공익변호사모임이 만들어져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공익활동에 매진하는 젊은 변호사들에게 격려의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글쎄요. 저는 변호사로서의 고유업무가 그 자체로서 인권옹호 활동으로서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가령 변호사는 평범한 민사사건이나 형사사건을 수임해 처리하는 경우에도 법절차에 따라 의뢰인의 정당한 권리를 찾아주고 의뢰인이 당연히 부담해야 할 책임범위를 넘어서 부당한 처벌을 받지 않도록 의뢰인을 보호해야 할 법적인 의무가 있다는 점은 누구나 동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그것이 바로 '인권옹호자로서의 공익적 활동의무'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비유를 하자면, 변호사를 찾아온 의뢰인들은 사회생활에서 다른 사람에 의해 상처를 입었거나 병을 얻은 사람들로 그 치료를 원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인데요, 변호사가 그 치유를 책임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제 사무실에 근무하는 후배변호사들에게 의뢰인을 대할 때에는 사실관계의 파악이나 법률적인 쟁점정리만으로 그치지 말고 의뢰인의 고통에 함께 공감하고 위로하는 상담자로서의 역할을 해야만 한다고 말하곤 합니다.
 

최근에 젊은 변호사님들이 다양한 형태로 공익변호사모임을 만들어 활동하고 있는 현상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생각으로는 변호사의 수가 과거에 비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매우 다양한 기질의 사람들이 재야법조사회에 포섭되었고, 그런 현상이 다양한 공익적 변호사모임이 형성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 측면도 있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과거에는 변호사는 돈을 잘 버는 직업 정도로 인식되던 때도 있었던 것으로 생각되는데, 이제는 일부 소수의 예외를 제외하고는 그런 시대 자체가 지나간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다만, 그래도 변호사는 부지런히 성의를 다하면 이 사회가 먹고살 수 있도록 대우해 주는 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경험으로는 힘이 들더라도 3년 정도 ‘정직’과 ‘성실’ 두 가지의 무기를 가지고 이겨내면 그때부터는 우리 사회가 보답하기 시작하는 단계로 접어들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또 돈이 안 되더라도 남이 안 하는 공익활동을 계속하면 그 자체로 재미도 있고, 생각을 같이 하는 동지로서의 동료변호사를 얻을 수 있다는 점 역시 큰 이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변호사는 사무실을 운영하면서 동시에 사회적 신뢰를 받는 공적인 존재로서의 의미가 있다고 할 것입니다. 변호사로서 마음가짐과 자세, 그리고 꼭 지켜야 할 원칙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나요.

우선 무엇보다도 의뢰인에게 헌신적이고 성실한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의뢰인은 오로지 변호사만을 믿고 의지한다는 점에서 ‘성실’이 변호사라는 직업의 첫 번째 덕목이 되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다음으로는 성실함이 요구되는 수준만큼의 ‘정직성’ 역시 중요한 덕목이 되겠지요. "하루를 즐겁게 보내려거든 이발을 하라. 한 달을 즐겁게 보내려거든 결혼을 하라. 평생을 즐겁게 보내려거든 정직하라."라는 말이 있는데 재미있는 격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 사회에서 변호사라는 직업이 일반적으로 부정직한 직업으로 매도되는 경우를 보는데, 유감스러운 일입니다. 
 

또 한 가지 변호사로서의 중요한 덕목은 전문직으로서 요구되는 정확한 법률지식을 충분히 갖추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결론은 끊임없이 공부를 해야 한다는 것인데, 공부하는 방법은 수임한 사건에 관해 심도 있고 광범위한 리서치를 하는 것입니다. 저는 제 사무실에 근무하는 젊은 변호사들에게 말하기를, 먼저 사건에 관계된 모든 법조문을 추출하여 다시 한 번 꼼꼼히 읽고, 다음에는 교과서의 관계된 부분을 숙독하고, 그 다음에는 관계된 판례를 모두 찾아 분석해 변천과정을 이해하고, 그 다음에는 주석서, 단행 논문, 가능하다면 외국판례와 논문까지 읽으라고 합니다. 알고 있다고 스스로 믿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도 반복적으로 그렇게 하라는 것이지요. 그러면 자기가 정확하게 알고 있다고 확신했던 부분 중에 오류가 있다는 사실을 가끔 발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습관만 들이면 따로 법률공부를 하지 않아도 실력 있는 변호사라는 말을 들을 수 있겠지요.
 

이상 세 가지가 변호사가 견지해야 할 덕목 내지 원칙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자신은 고등학교에 다닐 당시까지 의사가 되고 싶었는데, 어찌하다 보니 법률업을 직업으로 갖게 되었고, 가끔 이 변호사라는 직업이 '일은 나 혼자 다 해야 하고, 판단은 남이 하고,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또 나 자신이 져야 하는 신통찮은 직업'이라고 불평하면서 변호사가 된 것을 후회합니다만, 의사가 되었더라도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환자가 죽어가는 것을 보면 똑같은 느낌이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변호사는 과도한 정신적 압박에 시달리는 직업군입니다. 다양한 스트레스 관리 방법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평소 스트레스 관리 혹은 건강 관리는 어떻게 하시는지요.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기 위해서는 수임사건으로부터 일정한 거리를 두고 객관성을 유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재판의 승패에 지나치게 집착하면 패소할 경우 심한 좌절감에 빠지게 되고, 정직하지 못한 의뢰인을 만날 경우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허위주장이나 위조된 증거를 제출하는 과오를 저지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어떤 변호사님들은 의뢰인 본인보다도 더 당사자처럼 사건에 집착하면서 법정에서도 과도하게 흥분하고 상대방 당사자에 대해 인신공격을 하고, 심한 경우에는 상대방 대리인까지 싸잡아 공격하기도 하는데, 이런 태도는 자기 자신의 스트레스를 가중시킬 뿐만 아니라 사실관계 해석을 그르치게 할 수도 있습니다. 

자신이 항상 양지쪽에 서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스트레스가 생겼을 때 그것을 해소하는 방법의 하나는 대화상대가 되는 좋은 동료변호사와 대화를 갖는 것입니다. 때에 따라서는 법원이나 검사를 성토할 수도 있고, 동시에 사실관계의 해석, 법률적 쟁점분석 등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대화와 토론보다 더 좋은 스트레스 해소방법이나 전문가로서의 자질을 높이는 방법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그 밖에 적당한 스포츠 종목을 정해 운동을 하는 방법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나이가 들수록 근력운동이 필요하다는 전문가의 조언에 따라 일주일에 적어도 2~3회는 사무소 건너편에 있는 피트니스 센터에서 하체 근육과 허리 기립근 강화운동을 가볍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글/인터뷰 : 오영중 본보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