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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목회사 이용 시 주식 명의신탁자 확정기준 및 조세회피 목적의 인정 여부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3두13655 판결 02

01 사안과 쟁점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이하 ‘상증세법’) 제45조의2는 주식에 관한 명의신탁이 인정될 경우 조세회피의 목적이 없었던 것이 아닌 이상 명의신탁자에게 증여세를 과세하도록 규정하고 있고(2018년까지는 명의수탁자가 증여세 납세의무를, 명의신탁자는 그 연대납세의무를 각 부담하였다), 대법원은 위 증여세가 그 본질에 있어 제재의 성격을 갖고 있음을 인정하여 왔다. 이 사건에서 원고 1은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설립한 A법인의 지분을 모두 소유하였고, A법인은 같은 곳에 설립한 B법인의 지분 모두를, B법인은 같은 곳에 설립한 C법인의 지분 모두를 각 소유하였다. 내국법인인 D법인의 최대주주는 C법인인데, D법인은 코스닥시장 상장 준비 과정에서 상장 주관 증권회사로부터 외국계 명목회사에 의한 지배구조를 변경하여야 한다는 검토 결과를 제시받았다. 이에 원고 1은 싱가포르 거주자인 원고 2와 사이에, C법인이 원고 2에게 D법인 보유 주식(이하 ‘이 사건 주식’)의 명의를 대여하되, D법인의 실제 소유주는 원고 1임을 확인하는 합의를 체결하였고(이하 ‘이 사건 합의’), D법인은 이 사건 주식에 관하여 원고 2 명의로 명의개서를 마쳤다(이하 ‘이 사건 명의신탁’). 과세관청은 상증세법 제45조의 2에 근거하여 이 사건 명의신탁의 명의수탁자인 원고 2에게 증여세를 부과하고, 또한 원고 1을 명의신탁자로서 연대납세의무자로 보아 동일한 액수의 증여세를 부과하였다.

이 사건에서는 먼저 이 사건 명의신탁의 명의신탁자가 과연 과세관청 주장의 원고 1인지, 아니면 C법인인지가 문제되고(C법인이라면 원고 1에 대한 증여세 부과는 위법하다), 다음으로 이 사건 명의신탁에 조세회피의 목적이 있는지가 문제되었다(조세회피 목적이 없다면 원고 2에 대한 증여세 부과도 위법하다).

02 판결 요지

대법원은 먼저, 상증세법 제45조의2 제1항의 명의신탁재산 증여의제규정은 권리의 이전이나 행사에 등기 등을 요하는 재산의 실제 소유자와 명의자가 다른 경우에 적용되는 것이고, 이때 당사자들 사이에 명의신탁 설정에 관한 합의가 존재하여 해당 재산의 명의자가 실제 소유자와 다르다는 점은 과세관청이 증명하여야 한다는 기존의 판시 하에, 원고 1이 아니라 C법인이 이 사건 주식을 취득하여 소유하였고, C법인을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원고 1이 C법인을 대표하여 C법인이 보유한 이 사건 주식을 원고 2에게 명의신탁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이유로, 원고 1이 아니라 C법인이 이 사건 주식을 원고 2에게 명의신탁하였다고 판단하였다. 다음으로 대법원은, 명의신탁이 조세회피 목적이 아닌 다른 이유에서 이루어졌음이 인정되고, 그 명의신탁에 부수하여 사소한 조세 경감이 생기는 것에 불과한 경우에는 상증세법 제45조의2 제1항 소정의 조세회피 목적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는 판시를 한 다음, 이 사건 명의신탁에는 C법인이 코스닥 시장 상장심사를 통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뚜렷한 이유에서 이루어졌다고 인정할 수 있고, 이 사건 명의신탁에 부수하여 사소한 조세경감이 생긴 것에 불과하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은 이와 달리 판단한 원심 판단에 명의신탁 관계 및 조세회피 목적 등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하여 원심 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03 판례 평석

명의신탁 증여의제 규정은 조세회피목적의 주식 등 명의신탁을 제재하는 방법으로 증여세를 부과하는 것으로서, 그 본질이 행정벌적인 성격임에도 세금으로서의 증여세가 부과된다는 점에서 끊임 없이 그 정당성에 대하여 의문이 제기되었다. 대법원도 “명의신탁 증여의제 규정의 입법취지는 명의신탁제도를 이용한 조세회피행위를 효과적으로 방지함으로써 조세정의를 실현하기 위하여 실질과세원칙에 대한 예외를 인정한 것이다.”라고 판시함으로써(대법원 2009. 3. 12. 선고2007두8652 판결 등) 명의신탁 증여의제에 따른 증여세가 여느 조세와는 다른 제재의 성격이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첫째 쟁점과 관련하여, 상증세법 제45조의2 제1항 본문, 단서 규정 체제상, 주식명의신탁약정이 존재할 것이라는 과세요건에 대하여 과세관청에 입증책임이 있음에는 별다른 의문이 없고, 대법원 역시 동일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대법원2017. 5. 30. 선고 2017두31460 판결 등). 다만 대법원은 과세관청이 주주명부상 명의자와 실질 소유자가 다르다는 점만 입증하면, 주식명의신탁약정은 사실상 추정된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대법원 2008. 2. 14. 선고 2007두15780 판결 등).

이 사건에서 D법인의 주주명부상 명의자와 실질 소유자가 다르다는 점에는 다툼이 없으나, 원고 1이 증여세 연대납세의무를 부담하는지 여부는 원고 1이 명의신탁자(실질 소유자)인지 여부에 좌우되므로, 원칙으로 돌아가 명의신탁자가 누구인지에 대하여는 과세관청이 입증책임을 부담한다고 해석함이 옳다. 이러한 측면에서 본 판결에서 대법원이 ‘당사자들 사이에 명의신탁 설정에 관한 합의가 존재하여 해당 재산의 명의자가 실제 소유자와 다르다는 점은 과세관청이 증명하여야 한다.’라는 전제를 판시한 다음, ‘원고 1이 아니라 C법인이 D법인 주식을 취득하여 소유하였고, C법인을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원고 1이 C법인을 대표하여 C법인이 보유한 이 사건 주식을 원고 2에게 명의신탁한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원고1이 아니라 C법인이 이 사건 주식을 원고 2에게 명의신탁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한 것은 과세요건에 대한 입증책임이 과세관청에 있다는 이론에 충실한 판시이다.

나아가 본 판결에서는 C법인이 명목회사에 불과함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이 이 사건 주식의 명의신탁자를 C법인이라고 인정한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대법원은 일반적인 조세불복 사안, 즉 소득의 귀속자가 누구인지를 다투는 사안뿐만 아니라 주식의 실질적인 지배관리 여부가 문제되는 사안에서 명목회사(paper company)나 기지회사(base company)의 법 인격을 부인하지는 않지만, 조세회피목적의 존재 여부와 당해 소득의 실질적 지배관리자가 별도로 있는지를 따져서 실질 귀속자에게 소득세 혹은 법인세, 그 외 지방세 등의 과세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은 명의신탁 증여의제에 따른 증여세 사안인 본 판결 사안에서는 위와 같은 소위 실질과세원칙을 적용하지 않았다.

결국 주식명의신탁 증여의제에 따른 증여세는 실질과세원칙의 예외로서 인정되는 것이고, 헌법재판소의 초창기 결정에서 논란되었던 위헌성 논의의 연장선상에서 대법원은 아래와 같이 최근 조세회피목적의 존재를 다시 제한하여 해석하는 것과 그 궤를 같이하면서, 주식 명의신탁약정의 존부 및 그 당사자 확정의 문제를 사법상 명의신탁약정의 당사자 확정의 문제와 동일하게 본 것으로 이해된다. 이처럼 명목회사가 명의신탁자라 하더라도, 심지어 조세회피목적이 존재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실질과세원칙 등을 이유로 이를 함부로 세법상 부인할 수 없다는 점에서 본 판결의 의의는 크다.

둘째 쟁점과 관련하여, 상증세법 제45조의2 제1항 본문, 단서 규정 체제상, 주식명의신탁에 대하여 조세회피목적이 없었다는 점에 대한 입증책임은 납세자에게 있음은 분명하고, 대법원 역시 동일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은 2006년 중반에 명의신탁을 하게 된 불가피한 사정이 있고, 그 이후 실제로 회피된 조세가 없거나 부수적으로 사소한 조세경감이 있었던 경우에는 조세회피가능성이 있다는 막연한 사정만으로 조세회피목적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판시하였는데(대법원 2006. 5. 12. 선고 2004두7733 판결, 대법원 2006. 5. 25. 선고 2004두13936 판결, 대법원 2006. 6. 29. 선고 2006두2909 판결 등), 그 이후로는 실제 위 판시가 적용되어 납세자가 승소한 사례가 매우 드물었다. 본 판결은 위 대법원 판결들의 연장선상에서 1회성의 판결이 아니라, 조세회피목적의 부존재에 대한 납세자의 증명 부담을 완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적지 않다. 즉 대법원이 2006년 중반 조세회피목적의 부존재에 대한 납세자의 증명 부담을 완화한 이후 다시 엄격한 증명을 요구하는 과거의 판례의 태도로 회귀한 것이 아닌가 생각되는 상황에서, 2017년에 이어 2018년도에도 납세자의 증명 부담을 계속하여 완화하고 있고, 앞으로도 조세회피목적의 부존재에 대한 납세자의 증명 부담을 완화하겠음을 보여주는 것이 본 판결이다.

요컨대, 본 판결은 조세회피목적의 부존재에 대한 납세자의 증명 부담을 완화시키면서, 나아가 비록 명목회사라 하더라도 주식명의신탁자로 인정하여야 함을 판시한 점에서 명의신탁 증여의제에 따른 증여세의 위헌성 논의를 조금이나마 희석시키는 데 기여한 것이고, 또한 최근 합리적인 범위 내로 명의신탁 증여의제에 따른 증여세 부과를 제한하고 있는 일련의 다수 대법원 판결과도 궤를 같이하는 것으로서 타당한 판결이다.

전영준 변호사
●법무법인(유) 율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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