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방변호사회가 나아가야 할 길

신록의 상큼한 향기가 아직도 코끝에 남아있는데 벌써 짙푸른 녹음이 아름다운 7월이 다가왔습니다. 무더위에 법정 출입이 힘겨운 혹서기지만 그래도 넥타이를 매지 않고 법정에 다닐 수 있어 그나마 위안이 됩니다. 혹서기에 넥타이를 매지 않는 것이 뭐 그리 대단한 일이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회원들의 작은 고통과 불편함까지도 해결해 주려는 집행부의 마음을 느낄 수 있어 참 좋았습니다. 

저는 지난 해 12월부터 시한부(?) 기획이사를 맡았기 때문에 집행부를 칭찬해도 민망함이 좀 덜하기에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이제 소임을 다하였기에 기획이사 직을 물러나면서 회원들과 집행부 임원, 그리고 사무국 직원들에게 작별인사 겸 6개월 동안 기획이사 업무를 수행하면서 느낀 소감과 우리 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몇 자 적어 보려고 합니다. 

우리 회는 이제 회원 1만 명을 넘어 조만간 2~3만 명 시대를 맞이해야 합니다. 경기침체, 법률시장 개방, 변호사 수의 증가 등 많은 어려움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회원들의 수임사건 수는 월 2건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 되었고 상황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흔히 이렇게 얘기 합니다. “회가 회원들에게 해 준 것이 뭐냐, 회비와 경유비만 꼬박꼬박 받아가고 회원들의 권익을 위해 도대체 무엇을 했는가.” 공감이 가는 말입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변호사회는 구조적으로 회원들에게 경제적 이익을 줄 수 있는 단체가 될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하여 회에 면죄부가 주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회는 회원들이 변호사의 기본적 사명을 하면서 업무에 충실할 수 있도록 필요한 여건을 마련해 줄 책임이 있기 때문입니다.

진정사건 처리, 의무연수, 공익활동, 회비 및 경유비 징수 등 필연적으로 긴장관계가 형성될 수밖에 없는 부분도 있지만 회원들을 최대한 배려하려고 한다면 불편한 문제는 상당부분 해소될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사무국의 업무시스템을 현실에 맞게 개선하고 업무효율화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합니다. 지금의 사무국은 우리 회가 친목단체의 성격이 짙은 시기에 만들어진 토대를 약간 수정하여 운영되고 있기에 효율화에 근본적인 한계가 있습니다. 물론 그동안 개선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는 않았지만 직원 수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공제기금의 단계적 정산, 변호사 인감제도 폐지, 중복위원회 통·폐합, 임원보수의 현실화, 진정사건 예비조사제 도입, 사무직원 등록절차 간소화 등은, 업무효율화는 물론이고 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 훌륭한 정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집행부의 문제, 특히 회장에게 모든 권한이 집중되는 현재의 시스템은 회의 안정적인 운영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으며, 일관성 있는 정책추진을 어렵게 할 수도 있습니다. 회장의 권한을 견제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재정적자를 초래하는 사업에 대한 의결절차를 엄격하게 하고 의결에 찬성한 이사들에 대한 책임규정을 만들어 대규모 기채나 회에 재정적 부담을 가중시키는 사업이 회장의 독단적인 결정으로 추진될 수 없게 해야 합니다. 재정건전성은 모든 단체나 조직의 유지에 있어 필수불가결한 요소이기 때문이며, 우리 회의 재정상태 역시 이러한 점을 염려해야 하는 상황에 이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민법 제681조의 선관주의의무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원고 청탁을 받은 시기가 공교롭게도 사임시기와 맞물려 지면으로나마 작별인사를 드릴 수 있는 행운까지 덤으로 얻고 떠납니다. 그동안 행복했습니다. 

2014. 7.

서울지방변호사회 전 기획이사
이백수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