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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쉬트 클럽BOOK 서평

책의 제목부터 도발적이다. ‘치킨쉬트 클럽’이라, 직역하면 ‘닭똥 클럽’이요, ‘겁쟁이들’이라고 하면 너무 점잖고, ‘겁쟁이 자식들’ 정도면 무난할까. 저자의 비아냥거림의 표적이 된 대상은 아이러니하게도 미국 연방 검사들이다. 법무부 로고에 새겨진 정의의 여신(Domina Justitia)을 섬기는 용기백배해야 할 그 연방 검사들 말이다. 어쩌다가 이런 빈정거림의 대상이 되었을까? 궁금증이 생긴다면 당장 책을 펼쳐 드시길 권한다. 도발적인 제목을 미끼 삼아 독자를 낚는 책이 아닐까 하는 우려는 접어두셔도 좋다. 노파심에 약간의 정보를 드린다면, 저자는 수정헌법 제1조가 언론 출판의 자유인 나라에서 저널리즘의 化神들에게 수여하는 퓰리처상을 수상한 경력의 소유자라는 점.

책은 미국 금융자본주의의 발전사를 가로질러 전개된다. 70년대까지는 마블 시리즈의 히어로처럼 미국 뉴욕남부지방검찰청과 연방 증권거래위원회(SEC) 등 법 집행기관의 영웅들이 활약한 시대였다. 자본시장의 질서는 그들의 손아귀에서 비교적 질서정연하게 움직였다. 그러나 80년대로 접어들면서 규제 완화의 물결이 밀려오기 시작한다. 낙수효과로 유명한 레이거노믹스를 필두로 시장의 자유와 경쟁을 최우선의 가치로 두는 자본주의 질서가 자리 잡기 시작했고, 급기야 신자유주의로 명명되어 전 세계의 지배적 가치로 자리매김한다. 규제기관의 예산은 삭감되고 설자리가 좁아진 법 집행의 영웅들도 쓸쓸히 소속된 기관을 떠난다. 그렇게 창이 무뎌진 것이다. 동시에 방패 역할인 법률가 집단에는 혁신적인 비즈니스 수익모델 개념을 도입한 로펌 전성시대가 열린다. 창과 방패의 균형추가 방패 쪽으로 현저히 기울어져 버린 것이다.

불난 집에 기름을 부은 것은 대공황 이후 제한되다 클린턴 행정부에서 다시 허용된 상업은행의 투자은행 업무 겸업이었다. 상업은행들은 현란한 금융공학으로 중무장한 채 화려한 로펌 군단의 호위를 받는 거대 금융투자 기업들로 재탄생한다. 이들이 만들어 낸 금융투자 상품은 끊임없이 알을 낳는 황금거위처럼, 파생에 파생을 거듭한다. 그렇게 거품은 부풀어 올랐고, 거듭된 역사가 증명하듯 실체보다 부풀려진 허상은 어느 순간 반드시 터지기 마련이다. 2008년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전 세계를 공포와 혼돈의 도가니 속으로 몰아넣으면서 그렇게 예정된 운명처럼 찾아왔다.

저자는 위와 같은 역사적 맥락 속에 미국 연방 검사들의 거대 기업에 대한 수사극을 얹어 놓았다. 그동안 이어져 오던 기업 수사는 2000년대 초반에 이루어진 ‘엔론’과 ‘아더 앤더슨’에 대한 회계 부정수사로 파국을 맞는다. 법무부와 뉴욕동부지방검찰청 연방 검사들로 구성된 ‘엔론 TF’의 담대한 열정과 노력으로 경영책임자 등에 대한 기소가 이루어졌으나, 이후 법원에서 무죄가 선고된 것이 사달이었다. 이미 미국의 최대 회계 기업 중 하나였던 ‘아더 앤더슨’은 기소 이후 업무를 수행하지 못해 파산했고, 2만여 명의 실직자가 발생한 뒤였다. 때를 만난 듯, 재계와 정치권 등 여론의 비판은 들끓어 올랐다. 거대 기업 기소에 대한 경제적 효과 등의 부작용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비판의 십자포화가 법무부와 연방 검사들의 머리 위로 쏟아져 내렸다. 그 트라우마는 어떤 결과로 이어졌을까? 바로 책 제목이 제시하는 바대로이다. 검사들은 수사 결과에 큰 위험이 따르는 거대 기업 기소를 포기하고 기꺼이 ‘치킨쉬트 클럽’의 회원으로 등록한다. 거대 기업을 대상으로 한 ‘수사와 기소’가 떠난 빈자리는 ‘불기소 협약’과 비교적 손쉬운 스트리트 범죄에 대한 ‘대량 수감’(Mass Incarceration) 현상이 대체한다. 실제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거대 금융기업의 경영자가 처벌된 사례는 거의 없었다. 그 결과 ‘대마불사’(Too Big To Fail) 보다 더 좋은 것이 ‘Too Big To Jail’이라는 자조적인 신조어가 탄생하기도 했다.

작가는 이러한 ‘부정의’에 분노한다. 거대 기업 수사에 대한 리스크 감수가 두려워 겁쟁이가 되어버린 검사들에게, 법 집행기관 근무 경험을 기반으로 최선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전문 로펌의 변호사들에게, 한때 미국 사회의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상징이자 헌법의 아버지들에게서부터 이어진 전통(Lawyer-Statesman)을 방기한 채 과도한 상업화의 길로 들어서버린 법률가 집단에 대해서 분노한다. 아마도 저자의 그 순수한 분노가 이 책의 원동력이었을 것이다.

자, 필자의 짧은 길 안내 역할은 여기까지이다. 마에스트로의 작품이 영혼을 흔들어 감상 후에 더 큰 숙제를 남기듯, 독자 또한 책 읽기가 끝난 후 실체가 분명하지 않지만 풀어야 할 숙제를 받은 느낌을 지울 수 없을지 모른다. 결국 그 모두는 독자의 몫이다.

이정봉 부장검사
●서울남부지방검찰청
경제·지식재산범죄전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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