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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의 날도 빨갛게 물들길 바라며

달력을 보니 2020년도 어느덧 4월 중순을 지나 5월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곧 5월이다. 5월의 시작인 5월 1일은 근로자의 날이다. 근로자의 날의 존재를 또렷이 알게 된 것은 대학에 입학하고 나서였다. 5월 1일에도 늘 평범하게 등교했었기에, 달력에 ‘빨간 날’이 아닌 ‘검은 날’에 불과한 근로자의 날을 휴일로 인식을 하지 못했던 터다. 대학 새내기 때 얼떨결에 선배들을 따라 ‘메이데이 기념 달리기’(정확한 명칭은 기억이 나질 않는다)에 참여하면서 ‘메이데이’를 알게 되었다. 그리고 대학 졸업 후 평범한 직장인이 된 첫해, 눈치가 보여 연차도 쓰지 못하고 허덕이던 중 사수가 5월 1일에는 쉴 수 있으니 힘내라고 해 준 때에서야 ‘근로자의 날’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다. 그때에도 달력에는 검은 날로 되어 있던 근로자의 날의 존재를 미처 알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검은 날이면 어떠냐, 쉬면 됐지 싶었을 뿐, 왜 색이 다른지 의문을 풀려고 하지는 못했다.

왜 근로자의 날이 ‘빨간 날’이 아니라 ‘검은 날’인지 알게 된 것은 변호사가 되어 노동청에서 근무를 시작하게 된 이후부터다. 노동청에는 근로자의 날을 전후로 하여 문의 내지는 민원이 빗발치곤 한다. “우리 회사가 근로자의 날 출근하라고 하는데 신고하고 싶어요.”라는 평범한(?) 민원부터 근로자의 날에 연차로 대체한다는데 이것이 불법인지 아닌지, 포괄임금제로 약정하여 근무 중인데 근로자의 날 근무하면 휴일근로 수당을 받을 수 있는지, 경비일을 하고 있어 24시간 격일제 근무 중인데 근로자의 날도 꼭 근무를 해야 하는지 등, 학교에서 노동법 수업을 들었을 뿐인 초년생 변호사로서는 알 수 없는 문의들도 있었다. 근로자의 날에 관한 의문을 풀어야 했기에 알아보다 나는 처음으로『근로자의 날 제정에 관한 법률』이 따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위 법에 의하면 5월 1일, 근로자의 날은『근로기준법』에 의한 휴일로서, 즉 법정 휴일에 해당한다. 2018. 3. 2. 휴일에 관한 근로기준법이 개정되기 전까지는, 근로자의 날과 주휴일 만이 근로기준법상 휴일이었다. 그런데 대부분의 회사가 주휴일로 지정하는 일요일은 빨간 날인데, 왜 근로자의 날은 검은 날이지? 이제 그 의문을 풀때가 됐다 싶었다. 우선 빨간 날의 정체를 알아야 했는데, 빨간 날을 우리는 흔히 공휴일이라고 하지 않는가. 혹시나 싶어 찾아보니 있었다. 공휴일에 관한 대통령령이.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이 존재하고 있었고, 위 규정 제2조가 ‘공휴일’을 규정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공휴일 규정에는 일요일은 포함되어 있었지만 근로자의 날은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즉, 근로자의 날은 ‘법정 휴일’이되 ‘법정 공휴일’은 아니라서, 공휴일만 빨갛게 칠하겠다는 원인을 알 수 없는 원칙을 고집하는 달력은 근로자의 날을 검게 내버려 두고 있었던 것이다.

어쨌든 아무리 검어도 근로자의 날은 모든 근로자에게 보장되는 유급 휴일이다.『근로기준법 시행령』 [별표 1]에 의하면 휴일에 관한『근로기준법』 제55조는 4인 이하 사업장에도 적용되기 때문에 아무리 영세한 사업장이라도 근로자들을 쉬게 해 주어야 한다. 하지만 모든 사업장을 강제로 쉬게 할 수는 없는 노릇. 사용자들은 필요한 경우 근로자들에게 근로자의 날도 출근할 것을 지시할 수 있다. 다만 휴일근로에 따른 대가를 지급해야 할 뿐이다. 물론 휴일근로에 대하여 0.5배의 가산수당을 지급하는 규정은 4인 이하의 사업장에는 적용되지 않으니, 4인 이하 사업장은 일한 시간만큼을 지급하면 된다. 혼선이 빚어지는 것은 경비직과 같은 감시·단속적 근로자의 경우다. 『근로기준법』 제63조는 감시·단속적 근로자에게는 같은 법 제4장과 제5장에서 정한 휴일에 관한 규정은 적용되지 않는다고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술하였듯이 근로자의 날은『근로자의 날 제정에 관한 법률』에 명시되어 있다. 따라서 감시·단속적 근로자에게도 근로자의 날은 보장된다. 비록 0.5배 가산수당에 대한 규정은 적용되지 않는 것이지만, 특별법에 의한 유급 휴일로서 근로제공을 하지 않더라도 일 소정근로시간만큼의 임금이 지급되어야 하는 것이고 근로를 제공한다면 일 소정근로시간만큼의 임금이 더 지급되어야 하는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혼선을 줄이기 위해 ‘근로자의 날 관련 근로기준법 적용지침(임금근로시간정책팀-3356, 2007. 11. 13.)’을 마련하면서 위와 같은 내용을 명시하였다.

이 즈음이면 노동청에서 늘 접하던 질문들을 떠올려 볼 때, 필자는 근로자의 날에 관한 많은 혼동은 결국 다 색에서 나오는 것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많은 사람들이 “근로자의 날도 빨간 날인데 왜” 라고 했던 것을 떠올리면 말이다. 근로자의 날도 공휴일이었으면 좋겠다. 공무원도 근로자라는 사실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는 것인데, 공무원도 일 년에 하루 좀 같이 쉰다고 국민에 봉사한다는 공무원으로서의 특별한 의무나 지위가 사라지는 것도 아닌데, 근로자의 날도 공휴일이 된들 무엇이 문제일까? 이상 법원이 쉬지 않기에, 근로자의 날에도 출근해야 하는 변호사의 푸념을 마칠까 한다. 올해 근로자의 날에도 서초동의 로펌들은 관공서는 아니지만, 그래도 문을 열고 있을 것이다.

김혜림 변호사
●법무법인 Y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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