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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에 관한 추억최고의 맛집과 음식은 고향집 밥상인 듯

맛집 리스트는 완성될 수 있는 성질이 아닌듯하다. 맛집이 흥망성쇠를 겪어 문을 닫기도 하고, 주인장이 바뀌어 옛 맛을 잃기도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사나 근무지 변경으로 인해 맛집과의 거리가 멀어지면 자연히 발길이 뜸해져 맛집 리스트에도 변화가 불가피하게 된다.

되돌아보면 직장 생활을 시작하기 전까지는 별달리 즐겨 찾는 맛집이 있었던 것 같지않다. 1970년대까지는 아직 외식문화가 생기기 전이었고, 기껏해야 중국음식점이 외식의 대표적 장소였다. 기억에는 중학교 입학을 앞둔 13살 무렵 어느 겨울날, 선친의 인솔 하에 온 가족이 중국음식점에 갔던 것이 최초의 외식 경험이다. 그전에는 배달을 시켜 집에서 중화요리를 먹은 적은 있지만 음식점을 찾아간 기억은 그때가 처음이다. 그 후 서울에서의 학창시절에는 남대문시장의 붕장어 횟집이 친구들과 가끔씩 찾던 대표적 맛집이었다. 당시 서울에는 생선회를 파는 곳이 거의 없었고, 남대문시장의 ‘목로 횟집’이 해안 도시에서 자란 나의 입맛을 채워주는 유일한 맛집이었던 것같다.

그 후 신문사에 취업하면서 점심을 먹기 위해 광화문 일대의 맛집들을 순례했다. 지금도 신문로 파출소 골목길에서 성업 중인 ‘안성 또순네’가 당시 러시아 공사관 터에서 신문로로 내려오는 언덕길에 자리하고 있었고, 덕수궁길의 정동극장 옆 ‘남도식당’이 추어탕을 유일한 메뉴로 내놓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독보적 명성을 유지하고 있다. 그 무렵 사회부 사건기자로서 경찰서에 출입하면서 서울 지역 곳곳의 맛집을 경험했다. 어렴풋이 기억나는 곳은 방배동의 설렁탕집, 옥외갈비집인 ‘삼원가든’, 강동경찰서 초입의 한우 대창구이집, 동대문경찰서 부근의 ‘함흥곰보냉면집’ 등이다.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에 불어닥친 마이카 붐은 맛집의 반경을 획기적으로 넓혀 놓았다. 대중교통이나 도보로 갈 수 있는 영역을 훌쩍 뛰어넘어 소문난 맛집에는 고객과 차량이 줄을 이었다. 바야흐로 외식문화가 싹트기 시작한 시점이다. 맛집은 이제 고객의 입맛에 들어야 할 뿐만 아니라 주차장이 필수가 되었다. 아직도 변변한 주차장 없이 빼어난 맛 하나만으로 승부하는 업소가 없진 않지만 아무래도 주차가 불편하면 찾아가는 발길을 주저하게 만든다. 마이카 붐을 타고 맛집은 주말 나들이의 명소로 등장했다. 아이들이 모두 초등학교에 다니던 시절, 안양에 있는 수리산 등산을 갔다가 우연히 들렀던 ‘윤가네 칼국수’가 그 후 20여 년 이상 즐겨 찾는 맛집 리스트에 올랐다. 또 어느 겨울날 아이들과 평창의 스키장을 찾았다가 우연히 들렀던 오대산 입구의 ‘할매청국장’이 나의 맛집 리스트에 등재되었다. 이곳은 그 후 오로지 한 끼를 먹기 위해 자동차로 편도 2시간이 걸리는 길을 마다않고 방문하는 곳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몇 해 전 주인장이 바뀐 뒤로는 발길이 뜸해졌다. 그 대신 오대산 월정사로 가는 길 초입에 있는 두메산채 전문점이 새로운 맛집 명소가 되었다.
 


요즈음 친구들과 함께 가는 맛집으로는 교대역 주변의 ‘큰집(일명 포항물횟집), 임금님밥상, 샘밭막국수’ 등이 있다. 광화문 부근으로 나가는 날에는 다동의 ‘부민옥’, 북창동의 ‘남도한식 정든님’, 독립문역 사거리에 있는 ‘대성집’ 등이 친구들을 만나는 장소가 된다. 가족과 주말에 가는 맛집으로는 논현역 부근의 ‘진동둔횟집’, 매봉역 부근의 ‘갯바위’, 양재전화국 교차로 부근의 ‘설마중’, 서초구청 맞은편의 ‘임병주 산동손칼국수, 예촌’ 등이 대표적이다.

맛집은 대체로 가까운 곳에 있으면 자주 가게 되고, 멀리 떨어져 있으면 아무래도 찾아가는 빈도가 떨어진다. 일생일대의 맛집을 발견한 적이 있지만, 멀어서 단 한 번 가본 것 외에는 다시는 가보지 못한 맛집도 있다. 20여년 전 어머니와 함께 고향 근처를 드라이브 하다가 들렀던 허름한 시골 식당의 추어탕 맛을 잊을 수 없다. 미꾸라지를 통째로 맑게 끓인 추어탕을 허겁지겁 정신없이 먹었고, 눈물이 나도록 맛있었던 기억이 있다. 진주에서 함안 쪽으로 가는 국도변의 식당이었는데, 그 후로는 그 근처에 갈 일이 없어 다시는 그 신비한 추어탕을 먹을 기회를 갖지 못했다.

이런 점에서 맛집은 어쩌면 영겁의 시간 속에서 우연히 마주친 인연이라고 보고 싶다. 사실 어릴 때 먹어보지 못한 음식은 커서 다른 사람들이 맛있다고 상찬을 늘어놓아도 별로 입맛이 당기지 않는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문화 수용 능력에 관한 명언은 음식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다면 입맛, 그리고 맛집과의 인연은 어릴 때 어머니가 해 준 음식에서 결정된다고 볼 수 있을것 같다. 결국 가장 뛰어난 맛집과 음식은 어머니의 손맛이 깃든 고향집 밥상이 아닐까 싶다.

강병국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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