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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인문학두드림_"놀애꾼", 가객 송창식 / 유재원
노래꾼(가수, 歌手)은 타고날까 아니면 만들어질까. 지난번 글에 작가(作家)는 만들어진다는 취지로 이야기를 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가수의 경우는 어떨까. 글이 작가의 어깨에 쌓인 먼지 더께이듯이, 노래가 가수에게도 그럴까? 물론 가수의 삶과 경험이 그대로 노래에 묻어 들어가는 것도 맞다. 김소희 명창, 장사익, 빌리 홀리데이, 메르세데스 소사같은 분들의 곡조를 듣다보면 노래꾼이 어떤 삶을 살아왔던가를 알 수 있게 되기도 한다. 작가와 가수는 이런 점에서 많이 통한다.   
 
그런데 노래 세상에는 가끔씩은 이상한(?) 노래꾼이 있다. 노래에 무슨 한(?)이 맺혀있는 것도 아니고 노래를 아주 매끄럽게 부르는 것도 아닌데, 노래를 가지고 ‘놀고 있는’ 사람이 있다. 노래를 “놀 애(노는 도구)”로 활용하는 예술인이라고나 할까. 대부분의 노래꾼은 노래를 잘하고 노래를 즐기며 노래를 뽐내지만, 이런 “놀애꾼”들은 그냥 노래한다. 밥을 먹으면서 노래하고 망치를 두드리면서 노래하며 자다가 일어나서도 노래한다.  
 
“노래 좀 잘해 보자”, “노래로 성공해 보자”라는 것들은 놀애꾼에게 아무 의미가 없다. 어쩌면 놀애꾼에게는 놀이, 노름, 노래가 모두 하나같이 느껴질 것이다. 놀애꾼에게 물어 보자.  
 
 
“사는 게 뭐요? 왜 노래를 하오?”  
“뭐 있겠소? 잘 놀아 보자는 거 아닌가. 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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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의 놀애꾼으로 송창식이라는 분을 소개해 본다. 타고난 미성도 아니고 그냥 트여있는 시원한 목소리다. 허나 박자는 늦기 일쑤고, 가락을 잇기보다는 읊조리거나 흥얼거린달까. 노래의 면면은 더 가관이다. 「고래사냥」, 「왜 불러」, 「피리부는 사나이」, 「참새의 노래」, 「푸르른 날」을 들어 보면 이건 뭐 컨츄리도 아니고 포크도 아니고 타령도 아니다. 더구나 「내나라 내겨레」, 「가나다라」, 「선운사」, 「토함산」을 듣다보면 서유석 과(科)인지 모를 애국심, 민족혼 등등 별별 생각이 들게 한다. 그나마 송창식의 작품 중 「우리는」, 「나의 기타 이야기」, 「사랑이야」같은 곡에서 그나마 말쑥한 발라드의 풍미를 조금 볼 수 있다 할까. 
 
송창식이 궁금하지 않은가. 송창식은 놀애꾼이자 기인이다. 아직 달달거리는 고물벤츠를 몰고, 오후 2시에 일어나서는 스스로 개발한 돌기운동을 1시간 넘게 한단다. 물론 삶의 일정도 없다. 공연이 있으면 하고 없으면 쉰다. 그냥 논다. 그리고 혼자 논다. 
 
예전 일이다. 귀공자 댄디보이 윤형주가 ‘쎄시봉’(유명했던 음악카페)에 갔더니 웬 더벅머리가 노래를 하고 있더란다. 노래는 어디서 배웠는지 조용히 읊조리고 힘껏 내지르는데 ‘참 드문 목소리다.’라는 생각이 들었단다. 나중에 온 조영남도 송창식을 보고는 ‘저거 뭐야?’ 할 정도로 신기했던 모양이다. 부모도 없는 가난한 청년인데 예술고등학교를 관뒀다는 소개 외에는 그다지 볼 것도 없는 더벅머리가 쎄시봉의 고정 싱어가 되었다나 뭐라나. 뭐 그런 전설도 있다. 
 
놀애꾼 송창식에게 노래는 그냥 삶이다. 새벽에 혼자 기타를 들고 작곡하는 시간을 즐기고 허허 읊조린다. 어느 다큐에서 송창식이 했던 말 중에 참 기억이 남았던 것은 “살면서 내게 안 좋았던 일들은 결국 내게 참 좋았던 일”이라는 거다. 이 쯤되면 그에게 ‘노래하는 신선’이라는 별명이 붙을 만하다. 하지만 놀애꾼의 히트곡인 「고래사냥」은 풍기문란을 조장하고 데모꾼들의 선동가로 쓰인다고 해서 금지되었고, 영화 <바보들의 행진>에 삽입된 「왜 불러」는 “왜 불러~, 안 들려~, 부르지마”라는 가사가 반말인 데다가 영화 속에서 경찰관이 부르는데 도망을 가면서 이 곡을 부르는 등 반항적이라는 이유로 금지되었다. 나중에 놀애꾼은 “억울했다. 그럴 메시지나 의도가 전혀 없었다.”라고 거듭 해명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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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윈폴리오 시절 윤형주(좌), 송창식(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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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곡 「왜 불러」가 삽입된 영화 『바보들의 행진』>
 
암튼, 이 놀애꾼의 노래 중에 꼭 들을 만한 어느 것을 꼽기가 쉽지 않다. 하나같이 맛깔스럽다고나 할까. 그래도 한두 곡을 꼽자면, 「담배가게 아가씨」와 「애인」이라는 곡이다.  
 
요즘도 종종 리바이벌되고 있는 「담배가게 아가씨」는 포크라고도 하고 한국적 록이라고도 하는 기괴한 곡이다. 멜로디라는 것은 따로 없고 ‘아니리’를 읊는 것처럼 가사를 지껄이는 노래랄까. 놀애꾼은 전례도 없는 이런 황당한 곡을 만들었는데 생각보다 팬이 많자 스스로도 무척 당황했으리라. 가사의 내용도 별건 없다. 담배가게의 아가씨가 예쁘다는 거고, 꼴뚜기와 용팔이가 딱지를 맞았는데 창식이가 기사처럼 나선다는 이야기 정도랄까. 그런데 무척 중독성이 있다. 나이를 먹지 않고 세월을 타지 않는 드문 곡이다. 
 
「애인」이라는 곡은 가사가 참 애처로운 곡이다. 놀애꾼이 단지 타령과 넋두리만 늘어놓는 푼수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 준다고나 할까. 진정 놀애꾼이라면 이런 노래 정도는 불러줘야지 하는 기대를 만족시켜 주는 곡이다. 가사의 내용은 떠나간 연인을 슬퍼하는 노래인데, 여름 장마기간에 듣고 있자면 여운이 참 깊이 남는다. 
 
  
여름의 문턱을 넘고 있는 시기다. 올해 전반기 업무를 마무리하시는 분들도 계시고 늦게나마 휴가를 떠나시는 분도 계시리라 본다. 이런 시기에 마음 편히 놀애꾼의 한 곡조를 들어 보는 것도 나름의 휴식과 위안이 되시리라 기대하고 싶다. 
 
놀애꾼의 노랫가사를 남겨본다. 사랑을 먹고 살아온 이장희가 쓴 「애인」의 노랫말이다. 
 
 
 
 
「애인」 
  
어제 나는 슬펐네 
그 여자는 떠났네 
  
떠난다는 말없이 
사라져가 버렸네 
 
눈이 몹시 커다란 이름 모를 아가씨 
난 사랑했었네 
 
   첫눈에 반해 버렸네 
어제 나는 울었네 
  
그 여자는 떠났네 
눈이 몹시 커다란 이름 모를 아가씨 
 
   난 사랑했었네 
첫눈에 반해버렸네 
  
어젠 비가 내렸네 
종일토록 내렸네 
 
   쏟아지는 빗속에 사라져가 버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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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원 변호사
사법시험 제45회(연수원 35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입법조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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