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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와 돈

변호사와 돈은 친한 사이인가, 먼 사이인가?

흔히 변호사는 돈 잘 버는 직업으로 알려져 있다. 샐러리맨보다 별반 나을 게 없다고 해도 엄살로 봐버린다. 과거에 ‘변호사를 산다’는 말이 통용된 점에 비추어 ‘가난한 변호사’를 형용모순으로 보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러나 변호사 수가 급증하면서 변호사의 수입이 과거에 비해 현저히 줄어든 게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변호사를 산다’는 말을 듣게 되면 몹시 기분이 언짢아진다. 실상은 돈과 거리가 먼데, 돈으로 살 수 있는 물건 취급을 당하니 억울하기 짝이 없다.

물론 언론보도에 따르면 변호사들 중에 상상을 뛰어넘는 고소득자도 있다. 판·검사 출신으로 단기간에 수십억 내지 백억 원대의 소득을 올려 물의를 빚은 사례가 그것이다. 총리 후보로 내정되었다가 변호사 개업 후의 몇 개월간 수임액이 매월 몇억에 이르렀다는 이유로 낙마한 경우도 있다. 최근에도 검사장 출신 변호사가 수사를 받던 재벌기업과 2년 간의 자문계약을 체결하면서 자문료 17억 원을 일시불로 받은 사실이 보도되었다. 전관 변호사가 아니더라도 공항 소음 관련 국가배상 소송에서 수백억 원의 수임료를 받았다가 의뢰인과 송사를 벌인 변호사도 있다. 상상불허의 수임료를 지불한 의뢰인이 ‘변호사를 산다’는 말을 쓰는 것은 어색할 게 없어 보인다.

문제는 이런 언론보도를 접한 가족이나 친구들이 나를 쳐다보는 시선이 결코 유쾌하지 않다는 점이다. 속 사정을 아는 가족이 돈에 관한 한 무능한 변호사로 보는 것은 그래도 참을 만하다. 그러나 친구들이나 친지들로부터 당연히 골프 회원권이나 콘도 회원권 한두 개쯤은 갖고 있을 것으로 짐작하는 언사를 접하면 왠지 낯 뜨거워지고 무력감을 느낀다.

한국고용정보원이 지난 4월 펴낸 『2018년 한국 직업 정보 보고서』에 따르면 변호사의 연평균 소득은 7,410만 원으로 조사대상 600개 직업 중 38위였다. 1위는 기업 고위 임원(1억 5,367만 원)이고, 2위 국회의원(1억 4,052만 원), 3위 외과 의사(1억 2,307만 원), 4위 항공기 조종사(1억 1,920만 원), 5위 피부과 의사(1억 1,317만 원), 6위 내과 의사(1억 1,007만 원), 7위 도선사(1억 943만 원), 8위 치과 의사(1억 367만 원), 9위 정신과 의사(1억 277만 원) 등의 순이다. 그 뒤를 이어 12위 행정부 고위 공무원(9,806만 원), 16위 대학총장 및 학장(9,390만 원), 20위 한의사(9,297만 원), 24위 대학 교수(8,157만 원), 25위 판사(8,117만 원), 29위 회계사(7,963만 원), 37위 초등학교 교장 및 교감(7,455만 원)이 차지했다. 눈에 띄는 것은 흔히 돈과 거리가 멀어 보이는 대학 교수와 판사가 변호사보다 더 많은 연봉을 받고 있는 점이다.

30년 이상 변호사 생활을 한 고교 동창이 했던 말이 기억난다. 변호사가 돈 받지 않고 남의 일처리를 도와줄 수 있으면 최상의 직업이라는 말이다. 모든 문제는 돈을 받고 의뢰인의 일을 처리해 주는 데서 비롯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친구사건이나 친족사건을 대리하게 되었을 때 수임료로 얼마를 받을 것인지 여간 고민되는 게 아니다. 시중에 통용되는 표준수임료가 없으니 얼마를 받아야 구설수에 오르지 않을지 걱정이 아닐 수 없다.

1999년경까지는 변호사법 제19조와 변호사보수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라 변호사 보수액에 관한 규정이 있었다. 그런데 그 무렵 제정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의 적용이 제외되는 부당한 공동행위 등의 정비에 관한 법률’에 따라 2000년 1월부터 변호사법 제19조가 삭제되어 보수기준이 폐지되었다. 이제 변호사윤리장전 제31조 제1항에 ‘부당하게 과다한 보수의 약정 금지’라는 규정만 남아 있다. 그러나 규정 내용이 추상적이어서 누구에게든 정당성을 주장할 수 있는 적정 수임료가 얼마인지 언제나 궁금하다.

어떻든 변호사 수가 급증하면서 변호사의 평균 연봉이 현저히 낮아지고 있는 것은 확인된 사실이다. 2018년 기준 평균 연봉 서열 38위가 이를 뒷받침한다. 예외적인 경우가 있지만 변호사가 돈 잘 버는 직업이라는 고정관념도 머지않아 청산될 것이다. 그에따라 ‘변호사를 산다’는 말도 어불성설이 될 날도 머지않았다.

어느 원로법조인은 “변호사는 면기난부(免飢難富)”라고 했다. 굶어 죽을 염려는 없으나 그렇다고 부자 되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변호사가 별달리 돈과 관계 없는 직업으로 정착되는 것이 결코 손해는 아닐 것이다. 면기난부를 실천하면서 존경받는 변호사가 된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싶다.

강병국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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