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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신고와 손해배상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19년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연간 수출액은 5,424억 1,000만 달러, 수입액은 5,032억 3,000만 달러에 달한다. 해마다 등락이 있기는 하지만 해가 거듭할수록 우리나라의 수출입액은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고, 이에 따라 수출입신고와 관련한 법적 분쟁 건수도 날로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나 역시 여러 관세 관련 사건들을 수행하면서 종종 맞닥뜨렸던 사건은 수입업체와 관세법인 사이의 수입신고 분쟁과 관련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이었다.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기에 유사한 사실관계를 기반으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한두 건 맡아 수행하였으나 상반된 결과가 나와 이에 대해 느낀 바를 이 글을 통해 공유하고자 한다.

기본적인 사실관계는 이러하다(구체적인 사건 내용을 밝힐 수 없어 약간의 각색이 들어갔음을 밝힌다). 두 업체는 모두 해외에서 원자재를 수입하여 국내에서 가공한 후 완제품을 만들어 판매를 하는 회사인데, 원자재에 대한 수입신고를 관세법인에게 각각 위임하였다. 그런데 관세법인은 해당 원자재가 관세가 부과되는 물품임에도 HS코드를 잘못 기입하여 영세율을 적용받도록 수입신고를 해 버렸고, 이로 인해 업체는 세관으로부터 관세 및 가산세를 부과받게 되었다. 이에 해당 업체는 관세법인에게 책임을 묻고 손해를 배상하라고 요구하였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관세법인을 상대로 법적 대응을 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나는 소송을 제기하기 전 먼저 관세법인의 주 수입원인 통관 업무 관련 보수지급채권을 가압류하자고 조언하였다. 결국 신청이 받아들여져 가압류 결정이 내려졌다. 여기까지가 두 사건의 공통된 사실관계이다.

첫 번째 사건의 경우, 보수지급채권에 대한 가압류 결정이 내려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해당 관세법인으로부터 우리와 합의를 하고 싶다는 연락이 왔다. 매달 지급받는 통관비용을 주 수입원으로 하는 관세법인으로서는 자금줄이 가압류로 인해 완전히 막히게 되고, 통관 과정에서 관세법인의 과실로 사고가 발생하였다는 사실이 다른 고객들에게 알려지는 상황이 부담스러웠기에 이 문제를 빠르게 수습하고 싶어 했다. 결국, 관세법인에서 해당 업체에게 관세 및 가산세의 상당 부분을 배상해 주기로 합의하였고, 첫 번째 사건은 이렇게 업체 입장에서 해피엔딩으로 일단락되었다.

반면, 두 번째 사건은 첫 번째 사건과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었다. 가압류 결정이 내려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해당 관세법인이 가압류 결정에 대해 해방공탁을 한 것이다. 본안 소송에서도 관세법인 자신에게는 해당 업체에 대한 일체의 손해배상책임이 없다는 취지로 항변을 해 왔다. 그 결과 관세법인 측의 선관주의 의무 위반이 인정되어 가산세 부분에 대해서는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나, 관세 부분은 특별손해에 해당하고, 이를 당시 관세법인이 알거나 알 수 없었으므로 손해배상책임이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해당 업체가 다른 수입 방식으로 영세율을 적용받을 수 있었음에도 전문가인 관세법인이 영세율이 적용된다고 하기에 그 말만 믿고 수입한 것이라는 사실을 입증할 만한 자료가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해당 업체 입장에서는 너무나도 억울한 상황이었다. 관세법인이 처음부터 해당 수입물품에 관세가 부과된다고 미리 알려주었으면 다른 방법을 통해서 수입했을 것이었다(당시에 영세율을 적용받아 수입을 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존재했다). 그러나 관세법인이 해당 물품을 영세율로 수년간 신고를 하는 바람에 이를 믿고 수입을 지속해 온 업체는 누적된 수억 원에 달하는 관세를 한 번에 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앞서 해피엔딩으로 일단락되었던 첫 번째 사건을 경험하며 업체들의 사정을 익히 알게 되었던 나였기에 두 번째 사건의 결과는 더없이 안타까웠다. 사내 법무팀이 없는 영세 업체들로서는 추후 법적 분쟁이 발생할 것을 대비하여 평소 관세법인과 나누었던 대화 내용들을 이메일이나 문서 등으로 남겨놓아야 한다는 점을 꼼꼼하게 신경 쓰지는 못했을 것이다.

결국, 해외로부터 물품을 수입하는 업체들로서는 이와 같은 안타까운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처음 관세법인에게 수입신고를 맡길 때부터 통관절차와 관련한 사고이력이 있는지를 철저히 따져보아야 한다. 동시에, 책임감 있고 실력 있는 관세법인을 찾아 수입신고를 맡기는 것이 최우선일 것이다. 또한, 관세법인이 수입신고를 잘못하여 관세, 가산세 등의 손해가 발생해 소송으로 갈 만약의 경우를 대비하여 평소 담당자와 관세법인 사이에 이루어진 업무 과정 및 대화 내용들을 이메일, 문서 등으로 반드시 남겨두어야 한다. 그래야만 분쟁이 소송상 판단을 받게 되더라도 가산세액뿐만 아니라 관세 부분에 대해서도 손해로 인정받을 수 있는 여지가 있을 것이다.

정열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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