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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대여성인권센터 조진경 대표 인터뷰


안녕하세요. 요즘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이 이슈되면서 인터뷰 요청이 많아 굉장히 바쁘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대표님이 운영하고 계신 십대여성인권센터를 간단히 소개 부탁드립니다.

십대여성인권센터는 성매매피해 지원을 비롯한 청소년의 성에 대한 인권 향상을 위해 만들어진 비영리민간단체입니다. 현재는 여성가족부로부터 사이버또래상담사업과 서울위기청소년교육센터를 수탁 운영하고 있습니다. 십대여성인권센터는 성매매를 인간의 존엄성을 해치는 폭력과 착취로 규정합니다. 그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활동가 수준으로 운영 및 소통을 함께하는 ‘운영위원’과 변호사들로 구성된 ‘법률지원단’, 전공의들로 구성된 ‘의료지원단’, 진정성 있는 ‘심리치료사’들이 함께 협력하여 성매매 청소년 피해자들에 대한 지원시스템 마련, 법 개정, 연구작업 등의 활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십대여성인권센터를 개소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는지요?

저는 반성매매 활동을 약 20년간 해 왔습니다. 또한 성매매방지법 제정 과정에도 참여했고 ‘다시함께센터’라는 성인 성매매 여성을 위한 상담소에서 오래 근무한 경험이 있는데, 성매매를 하는 성인 여성들을 지원하는 일을 하면서 성매매 여성의 대부분이 10대 시절 성매매에 유인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성인이 되고 나서 성매매에 유인된 사람과 10대에 성매매에 유인된 사람은 트라우마나 극복 가능성 등에서 크게 차이가 있습니다. 10대부터 성매매를 시작한 여성은 삶의 동기와 의지도 없고 중·고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한 경우가 많아 사회에 적응이 어렵습니다. 성매매 여성 지원 활동을 하며 해당 여성들이 달라지고 잘 사는 것이 보여야 제가 고생한 보람을 느끼고 제 일이 의미가 있는 것인데 성인 여성을 지원하는 것만으로는 그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10대 때부터 도움을 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성폭력 등의 피해자를 지원하는 센터는 많이 있었지만 10대들의 성매매에 대해서는 범죄 가담자라는 인식 때문에 지원하는 기관이 전혀 없었습니다. 사실 그 아이들이야말로 더 힘들고 어려운 아이들인 경우가 많습니다. 대부분 어렸을 때부터 사랑받지 못해서 유기·방임되었거나 또는 친족성폭력이 있었다거나 학교폭력 등 여러 가지 폭력에 노출되어 있던 아이들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게 취약한 환경에 노출되면서 이미 상처를 입은 아이들이고 이 때문에 성매매에 노출된 것인데 아이들을 범죄자 취급하고, 오히려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을 처벌해 버리고 욕을 하니 아이들이 보호를 받지 못하고 상황이 악화되고 있었습니다.

2004년도에 성매매방지법이 만들어졌지만 대부분 자활이 가능한 20대 성인 중심으로 지원체계가 만들어졌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성매매 여성의 대부분이 20대였으니 그렇게 진행되었던 것인데 나중에 알고 보니 성매매는 생의 모든 주기에서 일어나고 특히 10대시절부터 도움을 받는 것이 너무 중요했습니다. 그런데 10대를 지원하는 기관은 전무하였기에 근본적으로 성매매 문제를 해결하고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10대들을 지원하고자 십대여성인권센터를 설립하게 되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고 계신지요?

제가 아이들을 보면서 느낀 것은 전반적으로 아이들이 자기 자신을 미워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대부분이 그동안 사랑받지 못해서 자신을 미워하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몸과 마음이 이미 버려졌으니 다시 옛날처럼 똑같아질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하여 자기혐오가 심한 아이들이 많았습니다. 자기 자신을 사랑할 수 없으니 자기를 버리는 과정에서 성매매라는 벌을 스스로 주는 것이고 성매매가 자기를 미워하는 과정인 것입니다. 담배를 피우거나 술을 마시거나 폭력을 쓰거나 자해를 하는 등으로 어떤 삐뚤어진 자기 자신이 편한 것입니다. 그런 아이들에게 좋은 사람들을 경험하도록 하고 새로운 문화를 느끼게 해 주며 자기 탓이 아니라고 알려주는 교육을 하는 곳이 바로 ‘서울위기청소년교육센터’입니다.

더불어 요즘 아이들이 인터넷으로 활동을 하기 때문에 사이버 상에서 같은 경험을 한 또래들이 찾아가는 상담을 통해 아이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줄 수 있는 ‘사이버또래상담’사업도 하고 있습니다. 교육이 가장 중요하다고 느꼈기에 2013년부터 저희는 이 두 사업을 핵심 사업으로 진행해 왔습니다.

이렇게 사업을 진행하다 보니 아이들을 직접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법률지원과 심리상담, 의료, 주거, 학업, 일자리, 부모교육 등까지 지원 업무가 확대되었습니다.

기본적으로 아이들이 성매매에서 벗어나도록 하는 것이 저희 기관의 설립 목적이지만 아이들에게 성매매를 하지 말라는 이야기는 아주 뒤에 합니다. 아이들에게 가장 심각한 문제는 성매매를 그만두는 것이 아닙니다. 왜 그렇게 취약해졌는지 찾고, 이 아이가 성매매를 하게 된 과정에서 이미 상처를 크게 받았다고 보기 때문에 아이들이 오면 취약성을 극복하고 자기 자신의 삶의 주인이 되도록 돕는 것을 가장 중점적으로 생각합니다. 그렇게 정서적으로 안정이 되고 극복하게 되면 성매매는 저절로 하지 않게 됩니다. 성매매처럼 자기 자신을 뜯어 먹는 것이 없거든요. 본인에게는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힘들 뿐만 아니라 돈이 들어오는 것도 아닙니다. 전부 아이들에게 친밀하게 다가오는 소위 말하는 “알선업자”들이 다 붙어서 뜯어 먹을 뿐입니다.

대표님께서 이 일을 하시면서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인가요?

너무 끔찍한 일들이 많으니까 정서적으로 굉장히 힘이 듭니다. 그 사람들을 어떻게 도와줘야 할지 모르겠는 때도 많습니다. 처음에는 자다가 가위에 눌리고 소리 지르면서 깨기도 하고... 정신적으로 피폐해지는 것이 가장 힘든 점입니다.

게다가 상처를 받은 아이들이 더 위험한 경우가 많은데, 그런 점에서도 힘이 듭니다. 생존 전선에 있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굉장히 판단력이 흐려져 있고, 자기가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뒤통수도 많이 당해봤고 진전이 되지 않아 정말 답답하고 정신적으로 힘들 때가 많습니다.

그리고 주변에서 정당성을 갖고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지 못하는 경향이 강하여 주변으로부터 비난당하고 공격당하는 일이 많습니다. 성매매 여성들 못지 않게 저희 기관도 그런 공격을 당하는 것 같습니다. 약 30여명의 성매매 업주들이 저희 사무실에 난입해서 점거한 적도 있었고, 저희 집이 이사 가는 것까지 알아내 집으로 전화를 하는 등 협박을 당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피해자가 아니라 돈 때문에 몸을 팔았던 애라든지 남성 성기에 집착을 하고 경험이 많다거나 변태적인 성욕을 갖고 있거나 성욕이 굉장히 많아 많은 남자들을 받으면서 즐거워한다고 생각하는 잘못된 인식들이 저에게 상처가 되고 장애가 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SNS를 하지 않습니다.

늘 너무 어려운 사람들을 만나서 그 어려운 이야기를 들어야 하고 이 위험한 사람들과 관계성을 가지면서 이들을 돕기 위하여 열심히 노력하는데 이 사람들도 나를 믿지 않고, 심지어 나와 우리의 일에 대해 언론, 공무원, 경찰, 교사, 시민들, 성매수자, 업주들 등이 모두 비난하고 있으니 항상 외로운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일을 계속하시는 원동력은 무엇일까요?

처음에는 분노 때문이었습니다. 듣기만 해도 머리가 삐쭉삐쭉 설 때가 많습니다. 사람이 사람에게 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 싶은 일들이 많습니다. 내가 볼 때는 너무나 명백한 피해자인데 왜 피해자가 아니라고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피해자가 피해자로서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일을 하다 보니 책임감과 미련 때문에 지금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간단하게 정리하면.. 내가 이 일을 알았기 때문에, 지금 현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이 일을 할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럼 반대로, 일을 하시면서 가장 보람 있었던 때는 언제인가요?

사실 보람 있었던 일이 별로 없습니다. 우리 피해자들이 잘 되어서 찾아오는 일이 없습니다. 오히려 우리를 통해서 도움받은 사람들은 우리를 만난 사실을 숨기는 것이 좋습니다. 안 그러면 자기가 성매매했던 과거를 다른 사람에게 알리는 것이니까요. 그래서 보통 잘 된 경우 나타나지 않습니다. 다만 소소하게 감사할 일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아이들이 백 점을 받아서 들고 오거나 활짝 웃으면서 왔다거나 이런 소소한 행복이 없으면 이 일을 계속하기 어려웠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법도 개정되고 그동안 승소도 많이 하며 성취감을 많이 느꼈습니다.

어떤 문제 때문에 아이들이 성매매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나요?

대부분은 취약성에서부터 시작됩니다. 그 취약성이 어디에서 오느냐가 문제인데 대부분이 돌봄의 문제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상처받은 아이들인 경우가 많습니다. 완벽한 가정은 없습니다. 다만 애정이 확인이 된 아이들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아이들에 대한 돌봄의 어려움을 폭력으로 표현을 하거나 아니면 부모의 부재, 경제적인 궁핍 등과 같이 결핍이 많은 아이들이 여러 가지 면에서 취약해지곤 합니다. 10대들의 경우 이런 가정에서 애정이 부족했기에 친밀감에 매우 취약해져 있습니다. 성매수자들이나 알선업자들의 친밀한 꼬임에 매우 쉽게 넘어가곤 합니다. 거절도 잘 못하고요.

최근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이 크게 이슈가 되고 있는데, 이 사건에 대해서는 어떻게 느끼고 계신지요?

사실 특별한 사건이 아닙니다. n번방과 같은 성착취는 그동안 계속 있어온 일이었는데 외면하고 방치하다가 이번 n번방 사건으로 크게 이슈화되어 오히려 반가웠습니다. n번방 사건이 마치 특별하게 이 지구상에서 한 번도 듣도 보도 못한 끔찍한 사건인 것처럼 떠들어대는 것에 대해서 불편하고 부담스럽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사람들이 지금처럼 관심을 가져줄 때 최대한 알리는 것이 효과가 있기에 이 끔찍한 일들에 대해 더 알리려고 시간과 에너지를 많이 썼습니다. 오랜 기간 방치해 온 이 문제에 대해 이 사건을 계기로 시스템을 전부 정비하고 법 개정도 이루어져 다행이라고 생각이 드는 한편 그전부터 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많습니다. 워낙 피해자가 많고 안타까운 일이니까요. 그리고 최근 여러 시스템에 대해 정비를 한다고 언론에서 보도하고 있는데, 시끄럽게 하고 난리인 것에 비해서 대책이 조금 떠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이것저것 쓸어 넣은 기분 있잖아요. 제목만 막 가져다가 쓸어 넣는데 현실적으로 보면 어떻게 만들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이고 실무적인 체계들이 안 보이는 느낌이 많이 들어 이대로 공허한 구호로 끝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우려가 있습니다.

요즘은 정말 범죄들이 다양해 지고 잔인한 일이 많은 것 같습니다. 10대들의 성매매는 어떤가요?

지금 이슈되는 n번방과 비슷한 경우가 가장 많은 것 같습니다. 온라인으로 친밀하게 접근해 유혹한 후 사진을 받고, 그 사진으로 협박해서 더 이상한 것을 찍게 하고, 사진과 영상을 유포하고 판매하고, 그것을 빌미로 부모나 학교에 알린다고 하며 성폭력하고, 성매매를 알선하는 범죄가 정말 많습니다. 예전에는 성매매를 따로 구별을 했었는데, 이제는 구별이 거의 안 됩니다. 성폭력을 당한 그 아이에게 성매매도 알선하고 그런 것들이 복합적으로 일어나는 경우가 많고, 성매매를 하면서 촬영이나 성폭력을 당하기도 하고요. 강간, 협박, 강요, 촬영 등 다양한 범죄들이 결합해 일어나는 특징이 있습니다.

최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성매매를 한 모든 청소년은 피해 청소년으로 규정되어 피해 회복과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위와 같은 개정을 위해 몇 년간 엄청난 노력을 해 오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하셨나요?

아이들에 대해 피해자라는 인식이 없으니 그 인식 변화를 위해 피해 사례를 소개하며 현실이 얼마나 끔찍한 지 알리는 작업을 했습니다. 법 개정안을 만들고 영상과 토론회, 기자회견, 논평, 국회 시위 등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다 했던 것 같습니다. 외국인들과 함께 외국법을 소개하는 일도 많이 했습니다. UN 아동권리협약의 권고사항에 들어갈 수 있도록 실질조사도 많이 했습니다. 그리고 공동대책위원회를 꾸렸는데, 공대위가 지금 370개입니다. 처음에는 많다가 점점 줄어드는 다른 공대위와는 달리 계속 많아지는 등 공대위 활동도 열심히 해 왔습니다.

앞으로 좀 더 나아가야 할 방향이 있다면 무엇일지요?

아직은 아이들을 피해자로 보기보다는 성매매를 했다는 낙인이나 편견이 너무 강해서 당분간은 신고가 될지 걱정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학교 선생님들조차 피해자를 피해자로 보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법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인식개선에 대한 노력도 기울여야 합니다.
그리고 법이 개정되었지만 소년법과의 적용 문제에 있어서도 피해자로서 보호될 수 있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아이들에게 국선변호사 제도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부당하게 보호 처분을 받는 일이 없도록 지원할 필요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십대여성인권센터에 많은 응원을 바랍니다. 그동안 여러 변호사님의 도움을 받아 ‘법률지원단’을 꾸려 피해자들에게 법률 지원을 해 왔는데 앞으로도 끈끈한 협력관계를 잘 이어나갔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인터뷰/정리 : 주영글 본보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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