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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념_염치 지키기 / 이회덕
 
왜 이렇게 아쉽고 힘든 것일까? 가만히 자문해 보다가 문득 그 근저에는 스스로에 대한 부끄러움이 도사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그 부끄러움은 지금 이대로 사는 것이 옳은 것인가? 그저 나의 일에만 매몰되어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부끄러움인 듯하다. 결혼했을 때, 사법시험을 준비하던 때, 첫 아이를 낳았을 때, 사법연수원에서, 변호사 생활을 시작할 때, 개업했을 때, 항상 다짐하곤 했던 일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 말이다. 좋은 남편, 좋은 남편, 좋은 변호사, 좋은 아들, 좋은 시민이 되고 싶지만 그리 쉽지 않다.
 
부모님을 찾아뵙기는커녕 전화 한 통도 제대로 드리지 못한다. 의뢰인에게도 충분한 시간을 할애하여 상담과 설명을 해 주지 못한다. 아이들에게, 아내에게도 원하는 만큼 놀아 주거나 대화하지 못한다. 친구들과도 매번 언제 한번 보자는 말만 할 뿐 막상 만나지 못한다. 
 
시민으로서는 더욱 가관이다. 역시 바쁘다는 핑계로, 먹고 살아야 한다는 핑계로 그저 심정적 지지만을 보낼 뿐, 아무런 행동도 하지 못한다. 그저 마음만 공감하면서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일은 하나도 하지 못하는 것이다. 사회의 공적인 일에 기여하시는 많은 동료변호사님들에게 몹시 부끄럽다.   
 
그렇게 스스로를 반성하면서 생각이 꼬리를 물다가는 갑자기 화가 난다. 나는 그래도 공감하되 행동하지 못함에 부끄러워라도 하는데, 가만히 보면 어떤 사람들은 사건의 실질과 실체를 다 알고 있으면서도 자신의 지극히 사적인 목적을 위해서 사건의 진실과 실체에 대해서 눈을 감고, 사실을 왜곡하고, 의도적으로 속이고, 혹세무민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사실에...
 
재판에서도 이런 일은 가끔 일어난다. 소송을 하다 보면 상대방 대리인이나 나나 다 같이 공감하는 사건의 실체적 진실이 있음에도 상대방은 슬쩍 모르는 척 부인하고 증거(특히 서증)의 부족으로 부득이 실체관계와는 다른 결론이 내려질 때가 있다. 이럴 때도 화가 나기는 한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그래도 변론주의, 당사자주의라는 민사소송의 대원칙에 비춰 보거나 재판도 결국 사적인 다툼이라는 면에서는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그런데 작금의 사회로 눈을 돌리면 이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국격을 논하는 문명사회에서, 수많은 생명이 고스란히 눈앞에서 사라져 가는 천인공노할 참사 앞에서 우리 사회의 일부는 어떻게 하고 있는 것인가? 누구나 아는 사실, 누구나 공감하는 사실에 대해서 그들은 자신들의 지위나 세속적 목적을 위해서 애써 눈을 감고 있고 오히려 왜곡하고 숨기는 일에 적극 나선다.
 
 
아! 어찌해야 하는가? 우선 혹시 나도 같은 잘못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고 나라도 절대 그러지 말아야겠다. 그리고 조금 더 행동해야겠다. 행여나 일어나는 내 주변의 이 몰염치한 작태를 가만 지켜보지는 말아야겠다. 그것이 그나마 염치(廉?)를 지키는 일이라고 믿는다. 그래도 사회정의의 실현을 사명으로 하는 변호사 아닌가!  다시 한 번 세월호 희생자의 명복과 유가족들에게 깊은 위로와 성원을 보내고, 같은 변호사로서 유가족들의 지원에 애쓰고 계시는 동료변호사님들에게 마음 깊이 경의를 표한다.        
 
                                                                                       
 
수정됨_명함사진(이변호사님).jpg
 
 
이회덕 변호사
사법시험 제49회(연수원 39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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