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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란 변호사 인터뷰

Q 남편이 아내를 인터뷰하는 상황 어떻게 생각하는지요?

마감이 많이 급했구나 싶습니다.

Q (굳이 정색하면서)아닙니다. ‘발로 뛰는 변호사’라는 코너가 우리가 일반적으로 ‘변호사로 일한다’라고 했을 때의 통념을 조금 벗어난 새로운 시도를 하시거나,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 가는 분을 섭외해서 인터뷰를 하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정작 ‘변호사로 일한다’고 했을 때 가장 많이 떠올리는 보편적인 모습들은 담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가장 ‘보편적인 모습’의 변호사이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틀 안에서 새로운 도전을 하는 사람을 찾다 보니 발견한 겁니다. 등잔 밑이 어두워서 좀 늦게 발견했을 뿐 이것이 김 변호사님을 인터뷰이로 정하게 된 이유입니다.

네, 믿도록 하지요. 가장 보편적인 모습이지만 그 안에서도 새로운 시도를 한다는 표현은 요즘의 저와 절묘하게 잘 맞는 구석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니까요.

Q 그럼 일단 본인 소개 간단히 부탁합니다.

저는 법무법인 산하에서 올해 부대표 변호사로 승진했고요. 경영지원팀 팀장을 맡고 있는 김미란 변호사라고 합니다.

Q 경영지원팀 팀장 변호사라고 하셨는데, 굉장히 생소합니다. 입사하면서부터 경영지원팀 소속이셨나요?

그건 아닙니다. 작년까지 몸담았던 아파트팀이 제 고향이지요. 제가 처음 입사해서 작년까지 근무한 팀은 아파트 하자소송, 관리 분쟁 등을 주로 다루는 아파트팀이었습니다.

Q 처음부터 아파트 하자소송이나 관리 분쟁 같은 것에 관심이 있었던 것인가요?

전혀 몰랐던 분야입니다. 입사할 무렵 저는 아파트에 살아본 적도 없었습니다. 그러니 인연이란 것이 참 오묘하지요. 관심이 있었던 분야도 아닌데 이렇게 기회가 생겨 오래도록 사건을 수행하면서 전문 분야를 쌓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Q 연수원 수료 후 지금까지 10년 넘게 법무법인 산하에 몸담아 왔는데, 이직이나 개업 등의 계획은 없었나요?

‘전혀 없었어요. 저는 처음부터 우리 회사에 제 뼈와 살을 모두 묻을 각오였습니다.’ 라고 하면 거짓말이겠지요. 무슨 대단한 불만이 있어서라기보다는 그냥 어느 시점이 지나면 다들 비슷한 고민이 시작되는 것 같아요. ‘이대로 한 곳에 있어도 될까, 개업해야 할 시기를 놓치는 것은 아닐까?’ 같은 막연한 불안, 다른 직역에서 전혀 다른 활동을 해 보고 싶다는 막연한 기대 같은 것도 있었지요.

Q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법무법인 산하라는 곳에 있었던 이유가 있을까요?

어느 순간 으레 하게 되었던 그 막연한 고민은 사라졌어요. 우리는 기본적으로 경쟁체제 안에 있다 보니 늘 옆을 보고 자신을 견주어 보는 데에 익숙해요. 변호사들은 공부 잘했던 모범생이 많아요. 대부분 경쟁에서 늘 승리하던 사람들이라 그런지 오히려 자꾸 자신에게 없는 것에 박탈감을 느끼는 것 같아요. 소속변호사는 개업변호사를 부러워하고, 사내변호사는 로펌변호사를 부러워하고, 자문을 주로 하는 기업사건변호사는 송무 업무를 많이 하는 변호사를 끝없이 부러워해요. 다채로운 업무를 하는 변호사는 한 우물을 파는 전문 분야의 변호사를 부러워하지만 반대로 한 유형의 사건만 한다고 질려 하며 다양한 사건을 처리하고 싶다고 외치지요. 늘 반대편을 부러워하고 갈망해요. 결국 개업이든 이직이든 정답이 될 수 없고, 허상에 불과하다고 느껴졌어요. 그저 어떤 여건이 맞으면 그 여건에 따라 개업을 할 수도 있고, 이직을 할 수도 있고, 저처럼 첫 회사에서 근속할 수도 있는 거죠.

Q 그럼 처음 몸담은 회사에서 누구나 한 번은 꿈꾸는 이직이나 개업을 선택하지 않고 근속하게 된 여건은 뭐였나요?

제가 입사할 때 저희 회사는 자그마한 회사였어요. 파트너가 다른 일정으로 자리를 비워서 저는 대표님 한 분 하고만 면접을 했어요. 지금은 상상할 수 없겠지만 흡연자인 변호사님들이 사무실 안에서 담배를 피우셔서 벽지가 누랬어요. 그때는 전자소송도 생기기 전이라 두꺼운 하자소송 기록들과 법원 감정서, 하자진단보고서 그런 것들이 직원들 책상마다 허리 높이까지 쌓여 있었고요. 그렇게 작고, 전혀 번듯하지 않은 사무실에서 첫 커리어를 시작했는데, 이후 고속열차에 올라탄 것처럼 10년 사이 무섭게 발전했어요. 저 역시 마찬가지였던 것 같아요. 아파트에 한 번도 살았던 적이 없었고, 전혀 관심 없던 분야였는데, 결혼하면서 아파트 생활을 시작했고, 입사한 후 제가 담당하게 된 하자소송, 관리 분쟁 업무와 맞물리면서 입주민들의 속터짐을 해결하는 데에 관심과 애정이 생겼죠.

Q 11년간 한 법무법인에 재직한 건데, 장기간 재직하면서 느낀 장단점은 무엇인가요?

단순히 장기 재직으로만 장단점을 논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제가 몸담고 있는 법무법인 산하는 11년 동안 단 한 번도 변신을 꾀하지 않은 날이 없고, 도전하지 않은 날이 없고, 모험하지 않은 날이 없었던 것 같아요. 아파트 하자소송으로 출발해서, 재개발, 재건축(도시정비사업) 분야에 진출했고, 기업 법무팀, 가사팀을 연달아 론칭하면서 사세를 확장하고 있어요. 사옥 한 층을 교육장으로 꾸며 아파트 법률학교, 정비사업 법률학교 등 교육 사업도 실시하고, 최근에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변호사 업계는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 고민이 많습니다. 다양한 마케팅 플랫폼이 생겨나고 다용도로 활용되는 요즘 우리가 어떻게 생존해야 할지 여러 경로로 실험하는 중입니다. 이런 실험을 하는 회사가 그리 많지는 않은 것 같아요. 이와 같은 도전정신이 장점이지만 회사 전체에 너무 큰 부담이 가지 않도록 잘 핸들하고 리스크를 관리해야 한다는 점이 신경 써야 할 부분이기도 하지요.

Q 4차 산업혁명은 너무 어려운 것 같아요. 일단 있을 만한 곳이라서 장기 재직을 하고 있다는 것으로 알아 듣겠습니다. 그렇다면 오랫동안 근속할 수 있는 로펌과빨리 결별해야 할 로펌의 차이는 뭘까요?

그런 걸 나누는 객관적인 기준이나 지표가 있을까요. 정말 몸담아서는 안 될 나쁜 회사는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그냥 알 수 있어요. 그런 곳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다종다양한 지향의 회사일뿐이지요. 짚신도 짝이 있고, 합이 잘 맞는 사람들끼리는 오순도순 잘 지냅니다. 그러니까 회사가 나빠서라기보다는 그냥 나랑 지향하는 바가 다른 회사면 오래 함께 하기 어려운 것 같아요. 회사도 결국 낱낱이 보면 사람들 하나 하나니까 궁합이랄까, 합이랄까, 케미랄까 뭐 암튼 쿵짝이 잘 맞아야 오래갈 수 있는 것 같아요. 다만 서로 좀 안 맞는 것 같더라도 그냥 바로 돌아서 버리지 말고 설득하고, 개선하고 그렇게 서로의 합을 맞춰가는 것도 큰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게 안 되는 곳이라면 빨리 알아채고 신사적으로 결별하는 것이 최선인 것 같고요. 법조계는 바닥이 너무 좁으니 어떤 경로로든 다시 마주치게 될 공산이 크니까요.

Q 지향이 다르다는 표현이 좀 어려울 수도 있는데, 결별을 생각할 만큼 지향이 다른 회사라고 파악하는 데 얼마나 걸릴까요?

업무를 배우고 익힐 만한 장점이 있는 회사라면 보통 3년 정도는 회사의 지향과 무관하게 그냥 내가 변호사로서의 업무 스킬을 익히는 시간으로 써도 별로 아까운 시간은 아닌 것 같아요. 보통 변호사 초기에 업무 스타일과 업무 영역을 구축하는데, 그때 구축된 스타일이 거의 바뀌지 않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그때 잘 배워 두는 것이 좋고, 그 시기에 맹렬하게 업무를 수행하면서 익히는 것이 무엇보다 본인에게 너무나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다음에는 열심히 하고 싶어도 기력이 달려요. 일머리라고도 하는데, 업무를 빠르게 익히고, 곧바로 실무에 투입해도 될 만큼 잘하는 친구들도 있지만, 속도가 좀 늦더라도 꾸준하게 실력이 올라오는 친구들도 많습니다. 결국 열심히만 하면 업무 숙련도는 올라오게 되어 있죠. 그런 시간들이 지나고 나면 내가 속한 회사의 지향이 나와 맞는지 파악할 수 있겠죠. 그때는 지향이 달라도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 합을 맞추기 위해 의견을 내면서 조율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합을 맞추기 위한 교섭이 실패했을 때 이직이든, 개업이든 해도 늦지 않습니다.

Q 김 변호사님은 회사의 지향과 처음부터 잘 맞았나요?

그렇게 운이 좋을리가 있겠어요. 사랑에 빠져 결혼하는 부부도 막상 살기 시작하면 온갖 불협화음이 다 나는 걸요. 처음부터 맞았던 것 같지는 않아요. 저는 흡연자가 아니니까 사무실에서 담배 피우는 풍토도 싫었고, 여성의 비율이 너무 적은 것도 싫었죠. 경력이 쌓이고, 제가 하는 말에 기운도 생기고, 또 대표님이 합리적인 분이셔서 말씀이 잘 통한 면도 있죠. 회사가 향하는 지향에 제가 맞춘 부분도 분명 있고요. 그렇게 합을 이룬 것 같습니다.

Q 지금은 이직에 대해서 고려하지는 않는지요?

지금은 이직이나 개업을 고민하는 후배들이 법인에 마음을 둘 수 있도록 하는 게 제 업무지요.

Q 지금 법무법인 산하에서 부대표 겸 경영지원 팀장을 맡고 계신데, 다른 로펌에서는 들어보지 못한 직함 같습니다.

네, 자문과 송무가 전통적인 변호사의 업무라고 할 수 있으니까, 경영지원팀은 대체 뭘 하는 곳인가 싶을 겁니다. 말 그대로 회사를 잘 경영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팀입니다. 뒤에서 밀어주고 앞에서 당겨주고, 옆에서 독려하고, 송무하고 자문하느라 미처 살피지 못한 시장 상황을 살펴 경영 전략을 세우거나 수정하고 실행하는 팀이죠. 변호사 업계도 사실 일반 기업의 시장과 다를 바 없습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양질의 법률 콘텐츠가 필요한 수요층에 잘 닿아야 하지요. 그런데 수요층에 가닿는 방식이 굉장히 빠르게 변하고 있고, 다양해지고 있잖아요. 이 흐름을 긴밀하게 파악하고 잘 적응해야 살아남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회사에는 이미 매출이 상당한 팀들이 자기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어요. 각 팀이 각자 도생하는 것이 아니라 법무법인 산하라는 큰 틀 안에서 함께 성장하고 발전하기 위한 전략기획실 같은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자문과 송무를 통해 매출을 기록하는 다른 팀에 비하면 경영지원팀은 돈을 버는 팀은 아니에요. 각 팀이 더 매출을 잘 올릴 수 있도록 백업하는 팀이지요. 그래서 경영지원팀 팀장이면서 부대표 직함을 달게 된 것 같습니다. 매출이 목표인 팀은 아니지만 법인 전체의 매출 상승에는 반드시 필요한 중요한 팀이라는 메시지를 주기 위해서요.

Q ‘경영지원팀’이라는 것도 그런 도전과 모험이라는 법무법인 산하의 지향과 맞닿아 있는 것 같습니다.

네, 그렇게 볼 수 있어요. 저희 회사는 매달 팀장 회의를 해서 각 팀의 주요 현안을 함께 고민하는 시간을 갖는데, 재작년 연말에 대표님이 회사에 교육장을 마련해서 교육사업을 확충하고, 출판, 교육, 방송, 유튜브 등 전략 업무와 신규 팀 인큐베이팅을 담당하는 경영지원팀을 개설하자는 의견을 내셨을 때 ‘와아, 너무 좋아요 대표님’ 그런 반응은 아니었거든요. 저를 포함한 팀장들 모두, 일단 너무 낯선거예요. 보통 변호사들이 생각하고 일하는 방향이 아니니까요. 지금 우리는 꽤 안정적인 매출을 기록 하는 팀이 있는데 이거에 집중하는 게 낫지 않나 이런 의견도 왜 없었겠어요. 하지만 현재에 만족하고 머무르면 현상을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결국 퇴보하고, 그렇게 후퇴하기 시작하면 그 속도를 막을 수 없다, 계속 치고 나가야 한다는 것으로 의사합치가 이뤄졌어요. 그렇게 의견들이 조율되고, 합의된 이상 서로 믿고 그 방향으로 돌진하는 거죠. 지금 생각해 보면 그런 도전과 모험 정신이 우리 회사가 고속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어요. 멈추는 순간 엔진은 꺼질 수 있어요.

Q  경영지원팀이 각 팀의 매출 상승을 위한 견인차 역할도 하겠지만 안살림이라고 해야 할까요, 법인 내부의 인사, 노무, 회계 등 챙겨야 할 일도 상당할 것 같아요.

네, 회사 살림살이가 만만치 않아요. 각종 매뉴얼을 정립하면서 체계를 잡아가는 일을 하죠. 하지만 사람이 하는 일이니 왜 실수가 없겠어요. 오히려 경영진도 실수할 수 있다, 최고의 판단을 하지 못할 때도 있다는 걸 인정해야 기존에 잡아 놓은 체계나 매뉴얼에서 문제를 더 쉽게 발견하고, 빠르게 시정할 수 있습니다. 완벽한 제도는 없는 것 같아요. 어떤 제도건 그 안에 있는 사람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는 걸 늘 깨닫습니다.

Q 부대표이자 경영지원팀 팀장으로서 법무법인 산하가 앞으로 어떤 혁신을 이룰지 말씀 부탁드리면서 마칠까 합니다.

일단, 법무법인에 매출이 목표가 아닌 경영지원팀을 마련한 것이 혁신이라면 혁신이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는 업무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여러 방법을 고민 중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모습들은 결국 소통과 맞닿아 있는 것 같아요. 회사 내 각 팀 간의 원활한 소통, 구성원 간의 소통, 의뢰인과 법인 간의 소통, 그걸 제대로 해 내는 것이 저희가 지금 지향하고 있는 바입니다. 잘 해 봐야지요.

● 인터뷰/정리 : 임제혁 본보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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