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위원회는 오랜 역사를 지닌 상설 위원회로서, 여러 나라 변호사회와의 교류 및 외국 법조 정보 조사 등에 많은 역할을 해 왔다. 그런데 우리 회의 회원이 많아지고 그 역량이 커지면서 교류 대상국의 수가 늘어가고, 회원들이 필요로 하는 외국 법조 정보의 폭과 깊이가 넓고 깊어짐에 따라, 국제위원회라는 하나의 조직으로는 이를 감당하기가 어려워졌다. 이러한 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하여 현 집행부는 국제위원회를 여러 지역별 소위원회로 나누어 각자 활동하는 것으로 시도해 보기로 하였다. 소위원회 체제로 운영하여 국제위원들이 자신이 관심 있는 지역에 집중하여 활동할 수 있게 함으로써 소속감과 충실도를 높이고, 그 결과 위원들의 전문성도 고양하려는 목적이었다. 미주, 유럽은 물론 아시아, 일본에 이어 최근에는 중동아프리카 지역을 담당하는 소위원회도 발족하였다.
우리 회가 생긴 이래 처음 시도해 보는 ‘일본 소위원회’의 위원장을 맡게 되면서, 걱정이 앞섰다. 의욕이 앞서서 소위원회 제도를 주장하기는 하였으나 과연 그 취지가 실현될 수 있을 것인가? 호기롭게 위원장을 맡기는 하였으나, 그 직책이 주는 책무를 다할 수 있을 것인가? 다른 무엇보다 업무 시간을 얼마나 쏟을 수 있을 것인가? 슬슬 자신이 없어졌다.
그런데 일본 소위원회 첫날, 그런 우려는 말끔히 사라지고 힘과 의욕이 솟아났다. 슬그머니 두 달에 1회 소위를 개최하자는 안건을 내밀었는데, 즉석에서 돌아온 회원들의 일치단결한 반응은 “무슨 말씀을… 매달 열어야지요!”이었다. 이후 지금까지 여름 휴가인 8월을 제외하고는 한 달도 거르지 않고 모임을 계속하여 벌써 12번의 모임을 가졌다. 특히 가장 최근인 12번째 모임은 우리 회와 오사카변호사회와의 교류회의 참석으로 갈음하였는데, 20년이 넘는 두 변호사회 간의 교류회 역사상 처음으로 일본 소위가 주도적으로 교류회의에 참가하였다. 오사카변호사회와의 교류회의는 하나의 전체 세션과 두 개의 분과 세션으로 나누어 진행하였는데, 세션 사회자 둘, 발표자 하나, 통역 둘을 일본 소위 위원이 맡아서 활약하였고, 세션 주제도 일본 소위가 제안한 것이 채택되었다. 이어서 열린 만찬과 친교의 시간에도 많은 위원이 참가하여 양회 간 교류의 가교 역할을 맡아 주었다.
필자는 10여년 전에 일본 동경에서 외국법사무변호사로 등록하여 5년간 일한 적이 있다. 그때 소속 지방회로서 우리 회의 교류 파트너인 제2동경변호사회(줄여서 ‘2변’)(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동경에는 변호사회가 셋이나 있다. 설립순으로 동경변호사회(줄여서 ‘동변’), 제1동경변호사회(‘1변’), 제2동경변호사회(‘2변’)인데, 우리 회는 2변과 교류하고 있다.)에 가입하여 그곳 국제위원회에서 활동하였는데, 그때 서울회와의 교류행사 시 집행부 임원들 못지않게 국제위원회가 주도적 역할을 수행하는 것을 보고 매우 부러웠었다. 왜냐 하면 집행부가 교류를 주도적으로 진행하면 다음 번 집행부 교체와 함께 모든 것이 사라지고 원점으로 되돌아가는데, 국제위원회(2변의 국제위원 임기는 3년인데, 대부분 갱신하여 장기간 활동함)가 주도를 하면 매번 교류를 할 때마다 그 결과가 위원회에 축적되어 다음 번 교류회에 충실히 반영되어, 결국 2변의 무형 자산으로 남기 때문이다. 필자가 일본 소위의 위원장 직을 수락한 데는, 우리 회와 2변 및 오사카변호사회와의 교류 행사를 일본 소위가 주도적으로 진행함으로써, 이제부터라도 교류의 결과를 매년 축적하여 우리 회의 자산으로 쌓아가고, 궁극적으로 우리 회와 회원들의 국제적 감각과 정보력을 (일본 지역에 한해서나마) 한 단계 더 올리는 데 미력이나마 기여하고 싶다는 희망이 크게 작용한 것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기 위하여는 필자 혼자 만의 힘으로 될 수는 없고, 일본 소위 위원들이 뜻을 모아 열심히 해 주어야 하는데, 소위를 만든 이후 위원들의 협력과 헌신은 내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것이었다. 어찌 보면 위원들의 열성에 필자가 이끌려가고 있는 셈이라 할 수 있다.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 번 위원들께 깊이 감사를 드린다.
소위는 매달 1회 모여 20~30분 정도 회무를 보고, 이어서 30분 전후의 연구회(勉??)를 가진 후에 점심을 같이 하는 일정으로 진행된다. 연구회 때에는 일본 검사, 변호사 또는 서울에서 일하는 재일교포 일본 변호사 등을 초청하여 발표를 듣거나, 위원들이 돌아가며 각자 준비한 것을 발표하고 질의 응답의 시간을 갖는다. 주제는 ‘일본에 관한 어떤 것’이어서, 일본의 법, 사회, 경제, 역사는 물론 문화를 포함하여 다양하고, 질의 응답은 더욱 자유롭다. 이런 모임이 몇 년을 더 계속할 수 있다면, 위원들은 물론 우리 회 전체의 ‘일본(법)에 대한 역량’이 엄청 높아져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언젠가는 이 모임이 확대 발전되어 ‘일본(또는 한일)을 생각하는 변호사 모임’으로 이어졌으면 한다. 회원들이 일본의 변호사들과 단체로 또는 개인적으로 교류함으로써, 법률의 공동 연구는 물론 문화유산답사를, 산행을 같이 하러 두 나라를 오고 가는 그런 날이 빨리 왔으면 한다. 두 나라 사이에는 징용 손해배상청구사건을 비롯한 법률 문제가 산적해 있으나, 그것이 변호사들의 교류를 막는 사유가 될 수는 없다. 그럴수록 서로를 이해하여야 하며, 상호 교류가 문제 해결에 지름길을 제공할 것이다. ‘서울지방변호사회 국제위원회 일본 소위원회’가 이에 조금이나마 기여할 것으로 믿는다.
한일 간 법조 교류의 가교 역할을 하고 싶은 분은 일본소위의 문을 두드려 주시기를 부탁하면서, 이 글을 맺는다.
이후동 변호사
사법시험 제27회(연수원 17기)
국제위원회 일본소위원회 위원장,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