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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변호사 시험 수험기

미국변호사 시험은 제게 쉽지만은 않은 도전이었습니다. 공부를 위해 펜을 다시 잡는 손의 느낌은 낯설었고, 눈앞의 회사일과 육아는 어깨에 무거운 짐이 되기도 했지요. 펜을 놓지 않고 노력한 덕분에 올해 4월 일리노이주 바 합격 소식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수험을 돌이켜보면, 도전의 가장 큰 걸림돌은 생소함과 몸의 부담보다는 ‘막연함’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부족한 내용이지만, 이 시험의 준비를 생각하시는 회원분들이 공부와 시험에 대해 조금은 더 선명하게 접하시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글을 적습니다. 쉬운 이해를 위해 문답식으로 풀어 전해 봅니다.

일리노이주 바(Illinois Bar)를 선택하게 된 이유는?

한국변호사가 LLM, JD와 같은 별도의 학위 과정을 거치치 않고 응시 및 패스 할 수 있는 시험으로 캘리포니아주 바(California Bar, 이하 ‘캘바’) 시험과 일리노이주 바(Illinois Bar, 이하 ‘일바’) 시험이 있습니다. 시험 원서를 접수할 때 마침 ‘일바’가 요구하는 실무 경력 5년 이상의 경력을 충족할 수 있었고, ‘일바’의 경우 ‘캘바’보다는 합격 점수 커트라인이 다소 낮아 아무래도 더 수월한 면이 있다고 생각을 해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단, ‘일바’의 경우 시험 등록을 할 때 주변 동료변호사 6인의 추천서(3인은 공증 필요) 및 대학 교수 2인의 추천서를 제출해야 하는 등 준비해야 할 서류가 다소 복잡하기도 합니다.

한국변호사로서 학부 때 법학을 전공하지 않아도 시험 지원 자격이 되나요?

그렇습니다. 저는 학부 때 심리학을 전공한 비법대생입니다. ‘캘바’의 경우 한국변호사 자격증을 갖추고 있으면 바 시험 지원 자격이 주어지고, ‘일바’의 경우 한국변호사로서 5년 이상 실무 경력을 갖춘 경우 바 시험 지원 자격이 주어집니다.

수험 절차와 수험 기간은?

저는 2019년 9월에 지원 서류를 제출하였고, 2020년 2월에 일리노이주 시카고 대학에서 바 시험을 보아 4월에 합격 통지를 받았습니다. 수험 기간은 사람에 따라 다른데 보통 1년에서 2년 정도 걸린다고 들었습니다. 저는 준비하는 도중에 출산이 있었고, 육아와 일을 병행하면서 준비하였는데, 출산 및 육아로 인한 기간을 제외하면 총 공부 기간은 2년 정도 걸렸습니다. 회원님들은 능력이 출중하기 때문에 영어가 수월하다면 이보다 더 빨리 취득하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참고로, 저는 현재 바 시험만 합격한 상태이고, 추가로 변호사윤리시험(MPRE)을 패스하고, 법정에서 선서를 해야 최종 변호사 라이선스가 나옵니다. ‘일바’에 합격한 경우 변호사윤리시험(MPRE)은 바 시험 합격 후 4년 안에 응시가 가능합니다.

어떤 내용에 대해 시험을 보는지?

시험과목은 객관식인 MBE 7과목, 주관식인 MEE Essay 12과목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추가로 논술시험인 MPT가 있습니다. 시험은 화, 수요일 이틀에 걸쳐 이루어지는데, 화요일은 MBE 총 200문제, 수요일은 MEE Essay 6문제, 사례형 MPT 2문제 시험을 보게 됩니다. 서술형 시험은 지필식(Hand writing)과 랩톱(Laptop)을 이용하는 방법 중에 선택할 수 있는데, 손으로 많은 양을 쓰는 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랩톱 사용을 추천드립니다.

영어는 어느 정도 실력을 갖추어야 하나?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바 시험의 경우 영어를 잘할수록 유리한 측면이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 순수 국내파이지만 변호사가 되기 전 회사에서 해외 업무를 다수 수행한 경험이 있어 조금은 언어 베이스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기본적인 독해 실력이 있으면 시험을 준비할 수 있으며, 학습 과정 동안 영어 능력도 향상되기 때문에 영어 능력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모든 시험에서 짧은 시간 안에 문제를 풀어야 하기 때문에 속독 능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국변호사 시험과 다른 점이 있다면? 난이도는?

기본 법리는 국내법과 유사하기 때문에 수월하게 접근했던 것은 사실이나, 헌법(Constitution Law)과 민사소송법(Civil Procedure)은 국내 법체계와 달라 초반에 조금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난이도는 어느 것이 더 어렵다고 쉽게 얘기하기 어렵습니다. 단, 한국에서의 수험을 경험한 회원님들이라면 열심히 노력해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시험이라고 생각합니다.

추천할 만한 공부 방법은?

혼자 알아보고 공부하는 것도 좋지만, 사설 학원을 이용하는 것도 추천할 만한 방법입니다. 제 경우 서울지방변호사회와 제휴한 사설 아카데미에서 수강을 했고, 1차 기본 강의를 들은 후에는 스터디 그룹을 구성해 공부를 했습니다. 스터디 그룹을 통해 공부를 하면서 내가 부족한 부분을 알게 되고, 잘못 알고 있었던 부분을 바로잡을 수 있기 때문에 스터디 그룹을 꼭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미국변호사 준비 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스터디 모집 글을 올려 스터디원을 구할 수 있었습니다. 많은 회원님들도 아실 수 있겠지만 틀린 문제를 카메라로 저장해 놓는 오답노트를 활용하는 방법도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시험 준비 과정에서 많은 문제를 풀기보다는 한 문제라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는 걸 다시금 느낀 때가 많았습니다.

실제 시험을 치른 경험을 공유한다면?

저는 사내변호사로 재직 중인지라 회사에 5일간 휴가를 내 1주일 시간을 갖고 시험을 치렀습니다. 토요일 비행기를 타고 당일 오후쯤 현지에 도착하여 마지막 정리 시간을 가진 후, 화요일과 수요일 이틀간 시험을 보고 목요일 오전에 비행기를 타고 돌아오는 일정이었습니다. 숙소는 시험 장소와 가까울수록 좋은데, 저는 숙소에 도착해 일요일쯤에 시험 장소에 미리 가 보고 동선과 점심 식사 장소를 미리 확인해 두었습니다. 일리노이주는 한국과 14시간 시차가 발생하는데 저는 시차에 적응하지 못하여 고생을 많이 하였습니다. 면세점에서 파는 멜라토닌을 사다가 도착한 날부터 한 알씩 먹어보기도 하였는데, 심리적으로나마 조금은 도움이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바 시험 패스로 인해 커리어에 어떤 도움이 되었는지?

무엇보다 영어능력과 미국법의 이해에 대한 증명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다는 점이 좋습니다. 제 경우에 한정해서 보면, 특히 바 패스 이후 이직 준비 과정에서 인터뷰 기회를 더 많이 갖는 등 달라진 점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특별히 회원님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더 있다면?

제 경우에는 육아와 일을 병행하며 수험을 준비했다는 점에서 특히 비슷한 환경의 회원님들에게 참고가 되는 면이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주로 퇴근 후와 주말을 이용해 공부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남편이 육아와 가사의 역할을 맡아 준 것은 제게 정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바 시험도 합격하기까지 공부해야 할 절대량이 있기 때문에 특히나 일과 육아를 함께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자기에게 주어진 가능한 공부 시간을 최대한 확보해 꾸준히 공부하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수험에 앞서 미리 가족과 충분히 상의하여 공부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놓고, 계획을 짜서 실행해 나간다면 합격까지 큰 무리 없이 가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김현주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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