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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형결정에 대한 단상

재작년 대한변협신문 ‘국회 단상’에 기고를 했던 적이 있다. 당시 의원실 보좌진으로 원고 마감일이 국정감사 마지막 날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늦은 시각 국정감사 종료 직후 근처 PC방으로 달려가 부랴부랴 원고를 마감하고, 다른 의원실에 근무하던 친구와 잠시나마 소주 한잔하며 켜켜이 묵은 회포를 풀었던 기억이 새롭다.

수험 당시에는 단순 작은 쟁점으로 보고 넘어갔던 변형결정 논란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알아보게 된 계기는 대법관 인사청문회였다. 의원실에 근무하는 동안 4명의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 준비를 하게 되었고, 변형결정을 주제로 질의서를 작성하면서 조금이나마 더 자세히 알게 된 것 같다.

변형결정에 대한 논란은 모두 한정위헌을 둘러싼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첨예한 갈등에서 비롯된다. 헌법재판소는 한정위헌 결정이 법률의 해석에 관한 단순한 견해가 아닌 헌법이 정한 위헌 결정의 한 유형으로 기속력을 인정하나, 대법원은 법률조항을 해석·적용한 것으로 조항 자체가 헌법에 위반되는지 판단한 것이 아니므로 법원이나 국가기관에 대한 기속력이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러한 양 기관의 힘겨루기는 사건의 당사자인 국민에게 고스란히 피해를 입혔다.

갑(甲)회사는 1990년 상장을 추진하는 기업에 세금감면 혜택을 부여하는 구 조세감면규제법에 근거해 자산재평가를 실시하고 주식 상장을 추진했으나, 2003년 상장을 포기하면서 자산재평가를 취소하자 세무당국은 1993년에 위 법률이 전부개정되었음에도 재평가 당시(1990년) 법령의 부칙에 따라 법인세 등을 재계산, 707억 원의 세금을 부과하였다.

갑(甲)회사는 위 전부개정법 시행에 따라 종전 부칙조항이 실효되었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으나, 대법원은 위 부칙조항이 여전히 효력을 갖고 있다는 취지로 갑(甲)회사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개정 법률의 시행에도 불구하고 종전 부칙이 실효되지 않은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헌법에 위반된다는 한정위헌 결정을 내렸다. 이에 갑(甲)회사는 재심을 청구하였으나, 법원은 종전 입장을 토대로 한정위헌 결정은 헌법소원이 인용된 경우에 해당하지 않아 재심 사유가 아니라는 이유로 이를 기각하였다.

을(乙)은 대학교수로 재직하던 중 지역의 통합영향평가위원회 위촉 심의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재해영향평가와 관련해 억대의 금품을 받았는데, 대법원은 을(乙)을 공무원으로 의제,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으로 징역 4년의 유죄 판결을 확정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형법 제129조 제1항의 공무원에 위 지역의 통합영향평가위원회 심의위원 중 위촉위원이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하는 한 헌법에 위반된다는 한정위헌 결정을 내렸다. 을(乙)은 법원에 재심을 신청했지만 대법원은 위 갑(甲)회사와 동일한 판시로 이를 기각하였다. 대법원이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존중했다면 특가법상 뇌물죄가 아닌 형법상 배임수재죄가 적용돼 형량이 상당 부분 감경될 수 있었으나, 대법원의 종전 입장 유지로 만기 출소를 하게 된 사안으로 국민의 기본권이 가장 보호되어야 할 형사사법의 영역에서 벌어진 일이다.

위 두 사례는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를 오가는 동안 약 10년 이상의 시간이 경과하였다. 양 기관의 줄다리기로 정작 당사자는 긴 시간 동안 고통을 받아 국민의 기본권 보호에 소홀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또한 일반 국민의 입장에서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결론이 다를 경우 어느 쪽을 따라야 하는지에 관한 혼란도 가중되어 사법기관에 대한 신뢰도 측면에서 큰 문제가 된다. 기관의 입장이 아닌 국민의 입장에서 문제를 바라보고 해결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방향이든 변형결정에 대한 양 기관의 통일된 입장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기영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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