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인터뷰 선배 법조인의 조언
오현주 변호사 인터뷰

Q. 서울지방변호사회입니다.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업무 토론이 아닌 개인 인터뷰를 늘 사양해 왔는데, 거절하기 어려운 요청에 따라 부족한 부분이 많음에도 인터뷰에 응하기로 결심을 했습니다(웃음). 너무 이상적인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저는 사법연수원 28기를 수료하고 법무법인 광장에서 22년째 금융·증권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증권과 파생이 전공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런데 변호사이면서도 법정에 가본 적이 거의 없었어요. 아마도 10년 차쯤으로 기억하는데 키코사태 때 법정 프레젠테이션을 한 것이 처음이었습니다. 재판부가 그 사실을 알고 신기해 하셨던 기억이 있습니다.

Q. 경제지 기자 생활을 하다가 변호사가 되셨는데요. 어떤 계기가 있으셨나요?

경제지가 제 첫 직장이었는데, 어느 기업이든 불쑥 전화해서 누구든 만날 수 있고, 무엇이든 물어볼 수가 있었어요. 세상을 배우는 최고의 직장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기자 생활을 하면서 말 그대로 ‘맨땅에 헤딩하는 법’을 배우고, 글쓰기 훈련도 정말 강도 높게 받았어요. 그런데 기획 취재를 해야 한다거나 나의 콘텐츠가 없이 남의 이야기만 묻고, 듣고 다니는 것에 대한 공허감이랄까, 자괴감에 사로잡히기도 해서 그만두게 됐어요. 그리고는 변호사가 되겠다고 결심을 하고, 내가 취재해 온 기업들에게 직접 법률적인 도움을 주는 존재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Q .법무법인 광장에 오랜 시간 재직하셨는데요. 기억에 남는 사건들이 많으실 것 같습니다.

기억에 남는 사건들을 되짚어 보니, 아무래도 드라마틱 한 사건들을 떠올리게 되네요. 제가 IMF 직후에 변호사가 되어서 여러 인수합병 딜에 실사팀 막내로 뛰어다녔어요. 인수합병과 인력 구조조정이 동시에 이루어지기도 하고, 거래 성사가 절박하기도 해서 협상장 분위기는 늘 비장했죠. 어느 날은 기업의 협상팀 간부 한 분이 쉬는 시간에 복도에서 대성통곡을 하며 울고 있는 모습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죠. 업무를 대하는 제 마인드셋에 깊은 영향을 준 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2008년에 있었던 ‘한미 통화 스와프 계약’을 잊을 수가 없네요. 미국 측에 계약서를 미리 만들어서 제시를 했어야 해서 제가 작성을 했었는데, 보안이 너무나 중요하다 보니까 한국은행 회의실에서 문을 걸어 잠그고 변호사는 저 혼자 들어가서 계약서를 수정해 보내고 대기하고 그런 식이었어요. 계약이 성사되고 나서 아슬아슬하던 외환보유고가 다시 쌓여간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정말 이루 말할 수 없는 감동을 받았죠. 또 리먼사태 때는 리먼과 계약을 체결한 우리나라 기업들의 파생계약 수십 건을 하루아침에 동시에 처리해야 해서 시간적 한계가 찾아왔죠. 사무실 벽 전체를 덮는 현황판을 만들고, 후배들과 같이 사무실 바닥에서 번갈아가며 쪽잠을 잤던 기억이 납니다.

Q. 질곡의 역사를 함께 하셨네요. 키코사태에 대해서도 남다른 소회가 있으실 듯합니다.

법조인으로서 제게 가장 큰 고민을 안긴 사건이죠. 계약서나 거래 조건이 복잡한 것도 아니었던 건이었고, 환율이 크게 변해서 지급할 금액과 지급 방향이 달라졌을 뿐인데, 사기 혐의와 ‘사정변경의 원칙’에 따른 계약 수정이 제시되더군요. 이행을 거부하기 위해 법률 외 수단이 동원되기도 했고요. 키코의 그림자는 여전합니다. 지금의 사모펀드사태는 불완전 판매 등의 면에서 키코와 다른 면이 많지만, 불완전 판매의 수준이나 투자자의 과실을 감안하여 구체적 형평성을 추구하던 전례와 달리 중요 부분에 대한 착오를 이유로 거래를 취소하고 전액 배상 결정이 이루어진 것은 유감이죠. 경제 규모나 위상에 비해 아직 계약 체결 전의 신중함이나 계약 체결 후의 준수 의지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고 변호사로서 아쉽게 생각합니다.

Q. 서울지방변호사회 커뮤니티도 마찬가지이지만 국가기관 관련 위원회 등에서도 다양한 활동을 해 오셨는데요.

몇 년간 금융감독원 자본시장분과 자문위원으로 있으면서 감독원 정책 방향에 대한 제안과 협의를 많이 했어요. 무엇보다 금융위원회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TF 멤버로도 많은 시간을 쏟았습니다. 펀드 시장, 일임 시장이 확대되고 기관투자자들의 주식 보유가 늘면서 기관투자자들이 수탁자 책임을 다하기 위한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자체는 거스를 수 없는 방향이었지만, 부작용의 염려가 있어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금융위원회가 훌륭하게 지휘해서 백서격의 자료를 생산하기도 했습니다.
 

아시아 여성 법률경영상(Asia Women in Business Law Awards) 2017의 '최고의 여성변호사 멘토링 프로그램 로펌' 시상식
(좌측 사진) /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글로벌로펌커뮤니티 참석(우측 사진)


Q. 2017년 말에는 금융 부문 혁신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아 대통령 표창도 받으셨고, 그 외에도 정말 많은 수상 이력이 있으십니다. 

앞서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TF의 공로를 인정받아서 귀한 표창을 받게 되었었죠. 사실 제가 받은 상들은 그저 제 노력이라기보다는 회사에 소속된 많은 선·후배들, 동료들과 함께 중요한 금융사건을 수행할 수 있었던 덕분이죠. 혼자서 그런 사건들을 수임하고 수행할 수는 없으니까요. 그런데 생각해 보면 사실 아무도 저에게 권한을 준 적도 없는데, 어느 순간 금융·증권 분야에 있어 ‘우리 법인의 평판이나 품질은 내가 책임져야 한다’는 저 혼자만의 사명감을 가지기는 했어요. 소속변호사 시절부터 ‘내가 파트너다’라고 생각했고, ‘이런 게 자발적 세뇌는 아닌가’하고 생각하기도 했지만 아니라는 결론이에요. 그게 마음이 더 편하니까요.

Q. 많은 변호사들이 금융·증권·파생 등 분야에 전문성을 키우고 싶어 하는데요. 금융 분야의 매력은 뭐라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금융시장은 가장 냉정한 매개라고 할 수 있는 ‘자금’이 움직이는 시장입니다. 오류가 절대로 용납되지 않아요. 여러 거래가 마치 레고처럼 결합되는 느낌이랄까? 이에 압도당하지 말고 전체를 장악하려고 노력하는 게 중요해요. 국제금융법무에 대한 통찰력을 위해서는 법률 자료와 비법률 자료, 국내 자료와 해외 자료를 연결해서 읽어보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해외 금융정보 사이트부터 한국 언론 보도에 이르기까지 정부 자료와 경제 연구기관 자료, 판례와 계약서, 이런 식으로 연결해서 읽다 보면 고객에게 드릴 수 있는 자문 언어가 금융변호사답게 발전하고 깊이도 가지게 되겠죠. 사실은 저도 다 못하는 일이지만요(웃음). 또한 금융산업은 규제산업이기 때문에 항상 긴장해야 해요. 판단에 큰 실수가 있으면 고객 개개인이 규제를 받아 직업적 생명이 끝날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과도하게 보수적인 의견만 내면 변호사가 무성의하고 무책임하다고 하겠죠. 금융기관 고객들은 기업보다 업무 기회를 쉽게 포기하지 않는 경향이 높아요. 충분한 경험과 입체적인 안내를 통해 고객을 설득해야 합니다.

Q.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직무의 업무 환경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변호사님은 어떻게 실감하고 계신가요?

정말 많은 것이 변했어요. 무엇보다 해외를 전혀 오갈 수가 없다 보니 투자나 거래를 위한 현지 실사가 불가능하고, 금융사고가 발생해도 대응도 더디게 되었어요. 실사와 사후 대응에 한계가 생긴다는 것은 그만큼 리스크가 커졌다는 것이어서 고객의 의사 결정과 법률 검토도 더욱 신중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자금조달 거래를 위한 현지 로드쇼도 온라인으로 대체되었어요. 시장 변동성은 높고, 거래 기회는 줄어들어서 고객이 적기를 잡으면 초고속으로 뛰어들게 되고 법률 업무도 마찬가지죠. 모두 준비가 되었는데도 딜이 계속 연기되면 덮어두었던 계약서를 다시 꺼내야 하죠. 하지만 더 많은 노력을 들이면 더 좋은 성과가 나는 때인 것 같아요. 최근에도 외평채 발행 거래에 있어 기획재정부 자문을 맡았는데, 기획재정부 관계자분들이 온라인 로드쇼라는 틀 안에서도 좋은 조건을 얻기 위해서 엄청난 노력을 기울여 주셨어요. 덕분에 저희 업무도 많이 늘었지만요(웃음). 그 결과 우리 정부가 비유럽 국가 최초로 마이너스 금리로 외평채를 발행하는 데 성공했거든요. 그 과정에서 새삼 자성을 했어요. 어려운 시장이라도 노력에 대한 보상은 반드시 온다는 것과, 어려운 시장일수록 옥석이 가려진다는 생각에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Q. 말씀을 듣다 보니 정말 바쁜 날들을 보내고 계신데, 특별한 취미가 있으신가요?

제가 등산을 정말 좋아해요. 등산을 시작하기 전까지만 해도 운동은 전혀 하지 않았었는데, 우연히 고객 중 한 분이 매주 남산, 북한산을 다니는 모임에 초대를 해 주셔서 시작하게 됐고, 지금은 혼자 종주산행, 야간산행까지 하게 됐어요. 사실 업무 때문에 시간이 나지 않아서 야간산행 등을 시작하게 된 건데 결국 푹 빠졌고, 새로운 세계를 발견했어요. 땅이 다리를 끌어당기고 정말 폐포가 찢어지는 느낌이 드는데도 힘을 내서 전진하는 느낌이 너무 좋고 심신의 찌꺼기를 다 털어낸다고 할까? 몸 전체를 순환시켜서 머리에 모여있는 과열감을 식히는 효과도 있어요. 등산을 정말 강력하게 추천드립니다. 얼른 코로나19가 물러가서 지리산에 다시 가고 싶네요. 겨울 태백산 정상의 신비로움도 그립고, 외국 산으로는 홍콩의 맥리호스트레일을 권해드리고 싶은데, 전체 100km에 이르면서 바다를 곁에 끼고 높은 산을 계속 오르내리는 열대의 숲길이에요. 사실 저는 등산을 늦게 시작하기도 했고, 능력에 넘치게 하다 보니 부상도 많이 입었어요(웃음). 그리고 해외미술관 투어도 정말 좋아합니다. 아주 작은 미술관까지도 다 찾아가는데, 전세계 미술관을 다 가 보고 싶은 마음이에요. 마음 같아서는 종일 미술관에 서 있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막상 해 보니 다리는 또 아프고… 기분 전환이 필요할 때마다 그 때 사진으로 담아온 그림을 하나하나 보면서 기뻐해요.

Q. 후배들에 대한 조언도 부탁드립니다.

제가 밤새고 그럴 땐 괜찮았지만, 후배들이 밤새는 모습을 보면 사실 너무 안쓰러워요. 건강을 잘 돌보라는 말을 많이 하죠. 요즘 후배들을 보면서 느끼는 건 정말 리서치 능력, 정보처리 능력, 창의력이 탁월해서 신인류를 보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정성을 다해서 성실하고 완벽하게 일을 한다는 단순한 원칙만 끈질기게 실천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여성변호사 후배님들에게는 각별한 응원의 말을 전하고 싶어요. 사무실에서도 후배들이 “변호사님 대단하세요. 저는 어떻게 하면 그렇게 될 수 있을까요?”라고 저를 칭찬하면 종종 하는 대답이 “나는 내 세대에서 할 수 있는 버전일 뿐이다. 나를 따라 할 생각을 하지 말고 여러분 세대의 모습을 구축해라”입니다. 고강도의 직업을 가진 여성들이 중성적인 모습으로 가장한다거나, 가정에 대해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 척하는 것은 이젠 ‘라떼 스토리’일 뿐이죠. 저는 우리 여성변호사 후배님들이 그렇게 하지 않고도 충분히 잘 해낼 수 있다는 믿음이 있습니다.

Q. 앞으로의 꿈을 여쭤보고 싶습니다. 

‘어떻게 앞으로 커리어를 쌓아나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는데, 여전히 주위에 보면 너무 일을 잘하고, 열심히 하고 그런 사람이 많아요. 후배들도 보면 앞서 말씀드린 것과 같이 정말 훌륭하거든요. 그래서 생각해 본 건데 후배들이 “저 선배에게 물어보면 다 알려주실 거야. 해결책을 알려줄거야”라고 떠올릴 수 있는 선배가 되고 싶어요. 또 제가 속해 있는 ‘광장’이라는 로펌을 정말 좋은 로펌으로 만들어서 후배들에게 물려주는 데 역할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입사해서 한 로펌에 속한다는 것은 자신의 인생을 거는 것이고 사실 삶을 바치는 것인데, 가치가 있었고 정말 잘한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들게 해주는 책임은 선배들에게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좋은 시절을 선배들만 누렸다는 말을 듣기 보다는 후배들이 훨씬 더 좋고 진화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더 좋은 회사를 다닐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습니다.

● 인터뷰/정리 : 장희진 본보 편집간사

장희진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 글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HOT TOPIC
M & M
[칼럼]
M & M
오현주 변호사 인터뷰
[인터뷰]
오현주 변호사 인터뷰
김가람 변호사 인터뷰
[인터뷰]
김가람 변호사 인터뷰
이수진 의원 인터뷰
[인터뷰]
이수진 의원 인터뷰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