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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연재_두 얼굴의 모로코 : 아름다운 자연을 가진 전제군주국 / 김현종
 
인구 3,300만 명의 작지 않은, 아프리카 대륙의 북서부 끝에 위치한 아름다운 나라. 지중해와 대서양을 동시에 품어 지중해성 기후, 해양성 기후와 함께 사막 기후를 모두 가진 나라이다. 1952년 프랑스와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하였으나, 여전히 경제적, 문화적으로 종속되어 있다는 느낌을 버릴 수 없다. 아름다운 자연환경에 비해 자원이 없고, 무능한 군주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보니 독립 후 60년 이상이 지났으나 독립국으로서의 위상과 면모를 찾기는 어렵다. 주요 건물은 대부분 식민시절 프랑스가 지어놓은 것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미국, 프랑스 등 외국으로부터 원조를 받아 생활하고 있으며, 차관을 통해 국가를 운영한다. 열강들은 차관을 제공하는 동시에 주요 이권 사업들을 가져감으로써 실리를 챙기고 있다. 모로코의 경제상황과 어울리지 않지만 당당하게 거리를 활보하고 있던 트램도 이권 사업의 결과이다. 
 
카사블랑카 시내 중심의 ‘자유광장’이라는 곳을 지난다. 자유의 향기를 느끼고자 했으나, 가난한 국민들에게 자유란 큰 의미가 없어 보인다. 인당 국민총생산이 약 3,000불에 그친다고 하니, 대부분의 국민들이 얼마나 열악한 삶을 살고 있는지 예상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사자의 얼굴’을 하고 있는 군주의 전제 정치 및 통제 경제는 힘들어하는 모로코에 생기를 불어 넣을 수 없어 보인다. 
 
모로코 여성이 아름답다는 것은 많이 알려져 있다. 최대 4명까지 일부다처제가 허용되다 보니 여성들은 스무 살만 넘으면 결혼을 하려 한다. 첫째 부인이 되면 가장 힘이 있고, 안정적 생활이 가능하기 때문에 기왕 할 결혼이라면 빨리 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에서이다. 그런데 사회가 변화하면서 여성들의 의식 변화로 인해 최근에는 이혼율이 급증하고 있다. 유목시대, 기나긴 전쟁 중에 생존을 위해 지켜오던 문화인 일부다처제가 종교라는 변형된 틀 안에서 이어져 오고 있으나, 큰 부자와 귀족층 이외에는 다처를 둘 여력이 없어 실질적으로 다처를 두는 경우는 거의 없어졌다. 다른 사회에서도 느끼는 바지만, 소수 지배층을 위한 제도가 일반 국민에게는 매우 동떨어진 것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그 제도가 그 나라나 지역을 대표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아프리카와 유럽을 잇는 지브롤터 해협을 통해 약 10km만 배를 타고 가면 스페인에 다다를 수 있다. 모로코는 서아프리카 진출을 위해서는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기 때문에 매출 규모가 다른 법인에 비해 작지만 판매법인을 설립 운영하고 있다. 현지 상사주재원들에게 매출 성장과 비용 절감에 대한 부담이 적지 않지만, 아름다운 자연과 여유로움에 만족하면서 사는 사람도 많다.
 
국민 소득이 낮고 모든 부가 극소수에 집중되어 있다 보니 구매력이 낮을 수밖에 없고, 미미한 구매력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강구해 보지만 쉽지 않다. 이번 출장도 이와 같은 모로코 시장의 특성에서 출발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이었다. 물품 공급으로 인한 채권 수금이 가장 중요한 이슈 중의 하나인데, 장기 미변제 채권이 많이 발생하고 채권을 담보하기 위해 수표나 어음을 발행하거나 부동산을 담보로 잡는다. 문제는, 외국기업의 거래선은 현지에서 시장지배적 지위를 점하고 있는 유통업체이기 마련인데 해당 유통업체가 ‘갑’의 지위를 차지하다 보니 담보나 어음 등을 채권 확보 수단을 마련하지 않은 상태에서 물건을 공급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채권 매각(팩토링)이라는 위험 저감 장치(risk hedging tool)를 찾아서 거래를 계속해 왔지만, 채권 매각은 채무자의 무자력을 담보하는 것이지 지급거절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보니, 거래선과의 분쟁으로 채권금액이 확정되지 않는 이상 채권 매각으로 인한 장기 미정리 채권의 변제 처리는 이루어질 수 없었다. 이런 과정이 오랫동안 지속되다 보니 공중에 붕 떠 있는 채권(공급업자에게는 받을 돈으로 계상되어 있으나, 유통업체에서는 이미 지급이 완료되었거나 반품 또는 하자보상으로 상계처리 완료된 것으로 간주된 채권)이 어마어마하게 많아진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큰 소송을 제기하면서 법인을 폐쇄해야 하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수 차례 더 방문을 해야 할 것 같다. 두바이에서 비행기로 8~9시간 거리이니 두바이에서 한국을 방문하는 것과 같은 먼 거리이지만 배울 것이 많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서 좋다.    
 
카사블랑카 변호사협회를 찾았다. 모함메드 협회장님을 만나서 인사를 나누고, 양국 간 협력 가능성을 협의했다. 역시나 한국으로부터는 처음 맞는 손님이었다고 한다. 가능하다면 법무부 등 정부기관과 공식적으로 협력하기를 바랐다. 거절할 이유가 없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유쾌했고, 앞으로 어떻게 관계를 이어갈 것인지 생각하고 있다. 다음 방문 때는 법무부 장관과 미팅을 하자고 제안했다. 어찌 보면 이런 관계를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모로코, 알제리 및 튀니지를 비롯한 북아프리카 지역을 지켜보고 있자면, 사하라 사막의 이북에 분포하기에 흑인이 거의 없어 ‘진정’ 아프리카라 보기 어렵고, 사상 및 세계관을 상징하는 머리는 유럽을 지향하나 실제는 아프리카에 가깝우며, 종교관과 사람들의 마인드를 상징하는 가슴은 이슬람을 지향하나 이미 유럽에 가깝다.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방송들이 생활 깊이 침투해 있다. 독특한 색깔을 가지고 있다고 하지만, 5년을 지낸 한국 변호사의 눈에는 상상에만 존재하는 ‘인어공주’에 가까워 보인다. 북아프리카의 목소리와 색깔을 낼 수 있는 시대가 빨리 오기를 기대해 본다.     
 
 
 
수정됨_서울변협 방문 사진.jpg

 
두바이로 귀국하는 비행기 안에서
김현종 변호사
사법시험 제47회(연수원 39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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