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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 휴게소 아동 방치사건’ 판결의 검토대상 판결 : 대구지방법원 2018. 11. 8. 선고 2018노1960 판결

01 사안과 쟁점

초등학교 교사(이하 피고인)가 학생들을 인솔하여 현장체험학습을 가다가 6학년 아동을 고속도로 휴게소에 혼자 두고 떠난 행위와 관련하여, 검찰은 피고인을 아동복지법 위반죄(아동유기·방임)로 약식 기소했고, 대상 판결의 원심(대구지방법원 2018. 5. 18. 선고 2017고정2029 판결)은 피고인에 대해 벌금 800만 원을 선고했다. 본 사안의 쟁점은 피고인의 행위가 방임행위(아동복지법 제17조 제6호 자신의 보호·감독을 받는 아동을 유기하거나 의식주를 포함한 기본적 보호·양육·치료 및 교육을 소홀히 하는 방임행위,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해당하는가 여부이다.

02 판결 요지

대상 판결은 아동을 ① 보호자(모친)에게 인계하기까지 보호·감독의 책임은 일차적으로 교사에게 있으므로, 아동을 휴게소에 아무런 조치 없이 혼자 두고 간 이상 아동 모친의 요청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는 교사가 그 책임을 다한 것이 아니고, ② 비록 아동이 판단 능력이 어느 정도 있는 나이라 하더라도 정서적으로 매우 불안정한 상태였으므로 보호자의 적절한 보호·감독이 필요했고, ③ 고속도로 휴게소는 그 특성상 범죄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으며 피고인도 이러한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며, ④ 차량을 대기시키는 방법으로 아동에 대한 보호 조치를 취할 수 있었음에도 이러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점을 들어, 방임을 인정한 원심의 결론을 유지했다(다만, 양형상 평가를 달리하여 벌금 300만 원 형의 선고유예). 해당 판결은 쌍방 상소 포기로 확정됐다.

03 판례 평석

종래 아동복지법상 ‘방임’의 의미가 문제된 사안에서, 하급심은 “아동복지법이 처벌하고자 하는 아동학대의 하나인 ‘방임행위’란 아동의 복지를 저해할 위험이 있는 행위 중 그로 말미암아 아동이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는 의식주와 같은 기본적인 여건이나 지원조차도 조성하지 않고 차단하는 정도에 이르는 학대행위로서 유기행위나 신체적·성적·정서적 학대행위에 준하는 정도의 행위”로 정의했고(인천지방법원 2013. 6. 13. 선고 2012고합1449 판결), 해당 판결의 항소심은 “아동복지법이 금지하는 ‘방임행위’는 아동의 매매나 음행을 시키는 행위에 비하여는 가벼운 정도라도 신체 손상을 주는 행위, 성적 수치심을 주는 행위, 정서적 학대행위, 장애아동을 공중에 관람시키거나 아동에게 구걸을 시키는 행위에 준하는 정도의 학대행위라고 평가할 수 있어야 하며, 적어도 아동에게 곡예를 시키거나 아동의 알선으로 금품을 취득하는 등의 행위보다는 중하게 평가할 수 있는 행위만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라고 판시했으며(서울고등법원 2013. 11. 21. 선고 2013노2093 판결), 그 결론은 대법원까지 유지됐다(대법원 2014. 2. 27. 선고 2013도14937 판결). 방임행위에 대한 대법원의 명시적 해석론이 없는 상황에서 유의미한 선례라 할 것이다.

방임(放任)의 사전적 의미는 ‘간섭하지 않고 내버려 두는 것’이다. 아동의 복지와 관련해서는 요보호자인 아동의 정상적 성장에 기본적으로 필요한 것들을 제공하지 아니하고 방치하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대상 판결의 피고인은 아동의 담임교사였고, 피고인이 이 사건 이전에 특별히 그가 학교에서 보호하는 아동들을 신체적, 정신적으로 학대했다거나 그에 준하는 방임행위를 하였다는 점은 나타나 있지 않다. 그렇다면 이 사건에서 드러난 사실 자체만을 놓고 볼 때, 5년 이하의 징역(최장 10년의 취업제한 포함)에 처해야 할 정도의 사회적 해악을 가진 행위로 파악할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피고인의 행위는, ‘버스 뒤 칸에서 용변을 본 것으로 인해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상황에 놓인 아동을 고속도로 휴게소에 두고 내려 보호자로 하여금 인수하게 한 행위’로 정리할 수 있다. 애초 피고인은 갓길에 세워 용변을 보게 하려 했으나, 버스 기사의 거부로 부득이하게 버스에서 용변을 보게 했다. 용변을 보는 과정에서 아동이 정신적 고통을 느꼈을 것임은 분명하나, 이를 피고인의 잘못으로 할 수는 없다. 만약 버스 기사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신적 고통을 우려하여 갓길에 세워 용변을 보게 했다가 사고가 났다면 그때는 누구의 책임으로 했을 것인가를 생각하면 이는 분명하다.

피고인은 아동의 모친과 통화하면서 아동을 체험학습에 데리고 가겠다고 했는데, 이는 교육을 방치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방임’의 의도가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다는 정황이다. 피고인은 아동의 모친이 데리러 오겠다고하자 아동을 하차시켰는데, 인포메이션 등 신뢰할 수 있는 곳에 맡겼다면 괜찮았겠지만 이는 사후적으로 ‘이상적이었다’고 볼 수 있는 사정일 뿐, 행사 전체를 총괄하는 입장, 차량이 출발하고 있는 입장에서 평범한 학교 교사일 뿐인 피고인에게 기대할 수 있는 사정은 아니었다. 데리러 오겠다고 하고, 초등학교 6학년 정도면 충분히 사람이 많은 고속도로 휴게소에서는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 믿었을 수 있다. 물론 경솔한 판단이었다고 볼 수는 있으나, 이것을 일컬어 ‘유기행위나 신체적·성적·정서적 학대행위에 준하는 정도의 행위’, ‘적어도 아동에게 곡예를 시키거나 아동의 알선으로 금품을 취득하는 등의 행위보다는 중하게 평가할 수 있는 행위’라 판단할 수는 없다. 학대나 방임의 의도, 고의를 가지고 있었다면 피고인이 아동의 모친 또는 아동과 계속 연락을 취하였을 가능성도 낮다.

‘방임’이라는 단어만 놓고 판단하여, 피고인의 행위가 그 단어의 의미에 부합한다고 무조건 형사처벌에 이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물론 애초에 ‘방임’이라는 구성요건에 5년 이하의 징역이라는 법 효과를 부여한 입법의 오류 내지 과잉이 문제일 것이나, 방임과 관련하여 깊이 천착한 후 판결을 선고한 선례와 비교할 때 대상 판결은 부족하다. 동법에 규정된 ‘방임행위’는 ‘아동학대 범죄’라는 틀 안에서, 학대 범죄 가운데 하나로 학대 범죄라 일컬어질 수 있는 정도의 행위태양을 갖추어야 한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법 해석의 원칙을 충분히 견지하지 못했다.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을, 아무리 부모가 데리러 오겠다고 하여도 고속도로 휴게소에 놓고 가는 것은 교사로서 적절하지 않은 행동이었다. 그러나 특별한 학대나 유기의 고의나 경향성도 드러나지 않고, 그에 이를 정도의 방임행위를 했다고 보이지도 않는 상황에서 피고인을 ‘아동학대행위자’로 보아 형사처벌하고, 취업 금지의 제재를 가함은 과잉형벌이다. 이러한 과잉형벌이 가능한 것은 구성요건 규정 시의 부주의함 때문이다. 아동복지법은 아동을 보호하는 데 주안점을 두어야 하지 아동과 관련된 것이면 앞뒤를 재지 않고 처벌의 범위를 넓히고 정도를 강화하는 것이 되어서는 곤란하며, 오히려 역효과 내지 부작용을 키울 뿐이다.

강성헌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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