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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날의 미식 여행

특별한 일이 아니더라도 하루하루 바쁜 일상을 살아내다 보면 잠시 틈을 내어 책을 보기도 쉽지 않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문득 오롯이 혼자만의 휴식이 필요한 때가 찾아오기도 합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더욱 쉽게 지치고 피로한 요즘, 이번 기고문에서는 코로나19로 지친 마음에 위로가 되어 드리고자, 휴식이 필요한 순간 부담 없이 곁들일 만한 맛있는 여행책을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온갖 날의 미식 여행』의 저자는 조금 특이한 이력을 가졌습니다. 저자 ‘정연주’는 성균관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하고 사법시험을 준비하던 중 진정 원하는 일은 요리하는 작가임을 깨닫고, 방향을 수정해 프랑스 요리 전문학교 ‘르 코르동 블루’에서 프랑스 요리를 공부하고, 요리 잡지Cook And에서 근무하다 현재 칼럼, 번역, 프리랜싱 푸드 에디터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도서소개

‘먹지 않아서 후회한 끼니는 있어도 먹어서 후회한 끼니는 없다.’
저자는 당당히 선언합니다. 여행에서추억의 절반은 맛있는 음식이므로 먹고 싶으면 먹고, 가고 싶으면 가자고. 먹지 않아서 후회한 끼니는 있어도 먹어서 후회한 끼니는 없다고, 내가 좋으면 쓸데 있는 일이고, 내가 즐거우면 좋은 일이므로 먹는 여행을 떠나는 것은 그동안 소홀했던 자신을 돌보는 일이라 정의합니다.

조금씩 찬 바람이 불며 가을도 지나고 겨울을 맞이하려는 즈음 책 속 저자의 료칸 여행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일본의 어느 료칸에서 온천욕을 즐기는 기분을 느끼실지도 모릅니다(웃음).

책 속으로, 55p.

료칸의 맛은 평화, 가족 여행 ‘말랑말랑 녹진한 온천 달걀을 만드는 일등 공신은 온천욕. 그러니까 사람도 뜨끈한 온천에 몸을 한도 끝도 없이 푹 담그고 있다 보면 천연 수비드가 되어서, 껍데기는 그대로지만 속은 몰랑몰랑한 부드러운 인간으로 새로 태어나는 것이 아닐까.’

‘지금껏 떠난 여행 중에 제일 성공적인 가족 여행이 노천 온천 딸린 유후인 료칸 여행이었기 때문이다. 살다가 호사스럽게 대나무 발을 둘러친 노천 온천이 붙은 별채에 묵는 날이 이렇게 빨리 찾아올 줄 몰랐지. 객실이 별채이고 개인 온천이 딸려 있으면 무엇이 좋을까? 일단 조용하고, 공동 욕탕을 예약하고, 목욕 짐을 챙겨서 탈의실에 들어갔다가 씻은 다음 주섬주섬 옷을 다시 챙겨 입고 나오는 귀찮은 목욕 전후 과정을 초 단위로 단축할 수 있다. 혈연과 법률상 혼인 관계로 이어진 우리 가족 일곱 명은 제각기 다른 귀찮음 역치를 모두 만족한 상태로 하루 평균 세 번씩 번갈아 온천을 오갔고,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은 최적의 온천 달걀 가족이 되어 평화로운 시간을 유지할 수 있었다.’

‘처음 호테이야에 체크인을 하면 작은 화롯가처럼 생긴 휴식 공간으로 안내를 받는다. 벽 근처에 놓인 네모난 나무 찜통의 뚜껑을 열면 찐 고구마와 찐 달걀이 보인다. 껍질을 조물조물 벗겨서 뜨거운 달걀을 소금에 톡톡 찍어 먹는 맛이란! 기차간은 아니지만 다다미 방에 둘러앉아서 수다를 떨기에 딱 어울린다. 자고로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한숨 돌리면 마음이 편해지는 법이므로, 이유식과 유아식 사이에 애매하게 낀 나이대의 아가에게 간식 삼아 먹이기에도 제격이다.’

출판사 서평

여행은 갑갑한 일상에서 벗어나 나 자신을돌보는 시간이다. 무조건 비싸고 희한하며 귀한 음식을 먹어야 좋은 여행이 되는 것은 아니다. 지금의 나는 무엇이 먹고 싶고 어떤 음식이 필요한지 천천히 고민하면서 한 끼 한 끼를 채워야 한다. 식사에 집중할수록 살아있다는 감각이 다시금 살아난다. 이 책은 그렇게 한없이 먹는 것만 생각하면서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는 음식 여행자의 기록으로 다양한 음식을 맛보는 미식 여행을 통해 그동안 소홀했던 나 자신을 오롯이 보살피는 맛있는 여행 수필이다.

작가의 말

맛있는 여행은 비행기 표를 예약하기 전부터 시작됩니다. 유난히 허기진 날의 위장이 여행지를 결정하기도 하니까요. 동행하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메뉴를 고려하고, 먹어봐야 할 음식과 맛보고 싶은 요리를 기준으로 동선을 정합니다. 돌아서면 먹을 생각밖에 없는 여행이지만. 뭐, 어때요. 먹는 게 남는 거죠. 무엇이 남았나 떠올려 보면 맛있는 기억, 새로 얻은 레시피, 맛집 정보 그리고 무엇보다 만족스러운 얼굴로 씩씩하게 일상에 복귀할 수 있는 내가 남게 됩니다. ‘만세! 이번 여행도 참 맛있었어. 다음 여행도 맛있겠지.’ 라고 다짐하지요. 세상은 넓고 아는 만큼 먹고 싶은 것도 많습니다. 모쪼록 이 책으로 음식 이야기라면 석 달 열흘도 떠들 수 있는 또 다른 음식 여행자와 교감할 기회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박은혜 변호사
● 가로재 공동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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