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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호저축은행을 소개합니다


변호사로 처음 업무를 시작한 법무법인에서, 상호저축은행이 대출 금융기관으로 참여하는 대출 약정 건을 몇 번 처리한 적이 있었다. 이 경우에는 전국 각지에 위치해 있는 5 ~ 15개의 상호저축은행이 대출 금융기관으로 참여하기 때문에 조건을 협의하여 약정서를 수정하기까지의 절차가 오래 걸리는 반면, 약정식 자체는 각 상호저축은행의 업무 시간과 참석자들의 기차 시간에 맞추어 빠듯하게 진행되기 마련이다. 준비할 시간은 짧은데 날인해야 하는 서류는 대출 금융기관의 수만큼 늘어나기 때문에 약정서를 준비하고 날인 여부를 확인해야 하는 변호사는 기표하는 순간까지 누락된 서류가 없는지 신경을 써야 한다. 서류작업을 하면서 ‘가까운 곳에도 은행이 많은데 왜 굳이 이렇게 멀리 있는 상호저축은행까지 참여하게 해서 나를 힘들게 하는가’라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난다.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상호저축은행 업계는 과거 높은 예금 금리로 인기를 얻어 220개가 넘는 상호저축은행이 운영될 정도로 호황을 누렸으나, 이후 부실한 경영으로 구조조정되어 현재는 79개의 상호저축은행만이 운영 중이다. 상호저축은행의 총자산은 약 82조 원으로 새마을금고(약 200조 원)나 신용협동조합(약 100조 원)보다 작은 규모인데, 개별 상호저축은행 중에는 자산이 10조 원을 넘고 연 수백억 원 이상의 광고비를 지출하는 회사가 있을 정도로 업체 간의 편차가 큰 편이다.

개별 상호저축은행의 자산 규모가 서로 수십 배 차이 남에도 상호저축은행은 모두 상호저축은행법이라는 하나의 법률로 규율되고 있다. 상호저축은행법(구 상호신용금고법)이 제정된 1972년 당시에는 저축률이 낮고 은행 문턱이 높아 각종 사금융업자가 서민과 소기업의 자금 수요를 감당하고 있었는데, 예금자보호장치도 없고 대출 제한도 없이 무리하게 경영하다 보니 도산하는 사금융업자들이 많았다. 보다 못한 정부는 소비자 피해를 방지하고자 사금융업자를 제도권으로 포섭하였는데, 사실상 곗돈을 법제화한 것이었기에 현재도 상호저축은행법에는 그 흔적이 남아 있다(정기적으로 계금을 납입하고 추첨, 입찰 등의 방법으로 계원에게 금전을 급부한다는 신용계 업무가 상호저축은행법 제11조에 명시되어 있다).

서민과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 편의를 도모한다는 설립 목적에 맞게 상호저축은행은 현재도 인가 없이는 지점을 낼 수 없고(법 제7조), 영업구역 내 개인과 중소기업에 대한 신용공여 총액비율을 유지해야 하므로(법 제4조), 전국 단위의 영업이 불가능하다. 독특하게 상호저축은행이 하나의 법인 차주에게 제공할 수 있는 여신한도가 그 자산 규모에 상관없이 최대 100억 원으로 법정되어 있는데(시행령 제9조), 이에 따라 500억 원 규모의 건설 공사에 참여하려면 최소 다섯 곳의 상호저축은행이 필요하고, 해당 지역에서 신규여신이 가능한 상호저축은행이 포함되어야 하는데, 지점이 부족한 상호저축은행의 특성상 약정서에 날인하러 오는 직원들이 모두 본점에서 출발하게 되니 결국 서두에서 말한 것과 같은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상호저축은행들은 최근 금융 업계의 트렌드인 모바일, 비대면 흐름에 따라 해당 부분의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이제는 영업구역의 제한과 같은 과거의 규제를 벗을 때도 되었다고 생각하는데, 금융위원회도 2020년 하반기에 상호저축은행 발전 방안을 발표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상호저축은행의 업무영역이 넓어져 더 많은 변호사들을 업계에서 만나게 되기를 희망해 본다.

최성훈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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