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비인간적인 행태는 과거에 더 심했을 것이지만, 통신매체의 발달로 인한 직접적인 목격, 빈부격차의 확대로 인한 경쟁의 심화로 인하여 비인간적인 상황을 대하며 받는 일반인의 충격은 지금 현재가 그 어느 때보다 크다고 느껴집니다. 전쟁이나 테러가 보여 주는 비정한 일면들은 굳이 먼 곳을 볼 필요도 없이 우리 생활 속 가까이, 치열해진 변호사사회 내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 안타까워하고 그 원인을 찾아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갖가지 형태로 경험되는 이러한 상황에서 저는 종종 자신에게 ‘어떻게 나이가 들수록 인간적인 성품을 키워갈 수 있을까?’라고 질문하게 됩니다. 치열한 경쟁과 비정한 사회에서 어떻게 사람들에 대한 사랑과 감동을 잃지 않고 풍성한 마음으로 살아 나갈 수 있을까요?
우리 사회에 큰 파급효과를 갖는 사건들과 그 속에서 비인간적인 모습을 여실히 보이며 대립하는 이해관계를 다루는 우리 법조인들, 그 중에서도 의뢰인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여 상대방과 맞서는 우리 변호사들에게 직장생활은 쉽게 비정한 정글과 같은 곳이 됩니다. 직업활동을 통한 사회적 역할 수행을 통하여 자신의 의미를 찾는 큰 기쁨을 얻을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 우리는 어마어마한 노력을 하고도 어이없게 실패하여 낙담하거나, 가족이나 다른 사람들이 눈치 채지 못하는 소외감이나 우울함을 안고 살 수도 있습니다. 한편으로 변호사로서 갖는 중요한 사회적 역할에 비추어 볼 때, 변호사들이 변호사로서의 역할 외에 개인적인 감상을 나누거나 하는 것은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지 못하거나 혹은 시시하고 유치한 일로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이 감정의 절제나 엄격함을 끝없이 요구하는 만큼 우리에게는 작지만 인간적인 소통을 하며 인간성을 고양하는 일이 더 필요하고, 동료들과의 취미생활, 봉사활동, 그리고 우리 회보를 통한 개인적인 글을 나누는 등의 교류는 제 개인적인 경험으로 보더라도 경직되지 않고 풍성한 마음으로 변호사로서의 길을 걸어갈 힘이 되어 줍니다.
빌 게이츠 같은 유명인들이 루게릭병 환자를 돕기 위한 ‘얼음물 뒤집어쓰기’ 행사를 하는 것, 혹은 우리가 일 년에 몇 번 있을까 한 일회적인 봉사활동을 하는 것, 한 번 슬쩍 보고 지나칠 수 있는 회보를 통한 교류를 하는 것이, 산적한 어려움에 실질적인 큰 도움이 될 수 없음은 물론이고 언뜻 장난이나 보여주기 정도로 보일 수도 있지만, 이를 우리 각자의 인간성을 위한 작은 소통이라고 본다면 큰 의미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각자 다양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결국 같은 길을 걷고 있는 우리 선후배 동료 회원들의 생활에, 서울지방변호사회보를 통한 소통이 위로와 생동감을 불어넣는 힘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2014. 9.
서울지방변호사회 회보편집위원회 편집위원
이산해 올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