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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념_여행이 주는 즐거움
예전에는 고시공부를 한다는 이유로, 사법연수원에 다닌다는 이유로, 군복무를 한다는 이유로 휴가기간에 나를 위한 여행을 계획하기보다는 익숙한 서울에서 휴식을 취하곤 했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알랭 드 보통의 『여행의 기술』이라는 책의 글귀가 떠올랐습니다. 오래 전에 읽어 정확하게 생각나지는 않지만 “여행을 가는 중요한 이유 중에 하나는 여행을 준비하면서 여행할 장소에 대한 상상력과 기대감에서 오는 행복을 느끼기 위함이다.”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알랭 드 보통이 말하는 행복함과 기대감을 느껴 보고자 이번 여름휴가는 꼭 어디든지 여행을 가 보기로 계획을 하였습니다. 필리핀 보라카이로 여행지를 결정하고, 여행지에 대한 안내책자를 구입하고, 여행루트를 짜 보니 여행에 대한 상상력과 기대감이 밀려와 예전에 읽었던 『여행의 기술』이라는 책의 내용에 많이 공감하게 되었습니다. 

군복무를 마치고 변호사 업무를 시작한 지 반년밖에 되지 않아 하루하루 업무에 적응하느라 정신없이 지내고 있지만, 하계 법정 휴정기에 갈 여름휴가를 생각하면서 기대감, 여행을 갈 설렘에 사무실에서 혼자 웃음짓곤 했습니다. 막상 가 보면 특별할 것도 없고 어찌 보면 고생스러운 여행일 수도 있지만, 여행을 가기 전 머릿속에 맴도는 여행지에서 보내는 시간에 대한 상상은 저에게 위안과 행복을 가져다 주었습니다. 
또한 여행의 즐거움은 여행을 가기 전에 여행지를 상상하며 느끼는 즐거움뿐만 아니라, 여행을 하면서 보고, 듣고, 느끼는 즐거움도 있었습니다. 제 생에 두 번째 해외여행지 필리핀은 열대지방으로 경치가 무척 아름다웠습니다. 게다가 우리나라보다 생활환경이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항상 웃으며 즐겁게 살고 있는 필리핀 사람들의 모습이 너무 행복해 보였습니다. 돈이 없어서 불편할 뿐이지 불행한 것이 아니라는 혹자의 말처럼. 소박하게 살아가는 필리핀 사람들의 삶을 보면서 다시 한 번 행복의 조건에 대해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여행을 다녀온 지금에도 가끔, 여행을 준비하고 여행을 다녀왔던 생각을 하곤 합니다. 비록 길지 않은 여행기간이었지만 여행 전에 느꼈던 상상력과 기대감, 여행을 하며 느낀 점을 떠올리는 것은 얼마 남지 않은 재판에 꼭 내야하는 서면을 쓰는 도중에 밀려오는 불안감, 법정 안에서 자신의 사건을 기다리는 순간의 긴장감을 조금이나마 완화시켜 주고 다시 업무를 하는 데 큰 활력소를 제공해 주고 있습니다.
7년 전 많이 들었던 가수 박선주의 “오즈의 마법사”라는 노래의 가사에는 “매일 가득 질린 남의 얘기와 매일 가득 실린 연예 기사와 매일 가득 밀린 내 일거리와 매일 가득 쌓인 내 영수증과~ 살아보고 살아봐도 재미없는 똑같은 하루야 이 지루하고 지겨운 내 친구들아 나는 떠난다. 나만의 도시로”라는 부분이 있습니다. 지금 이 가사의 내용에 공감하고 마음이 지쳤다면, 계획만으로 행복해짐을 느껴 본 한 사람으로서 나를 위한 여행을 계획해 보는 것도 좋은 취미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저는 이번 여행을 통해 얻은 즐거움으로 오늘도 힘차게 서면을 작성하고 있습니다. 비록 아직 미숙한 변호사로 모든 사건이 저에게는 중하게 느껴지지만 일 년에 한 번쯤은 나를 위한 여행을 통해 삶의 활력소를 얻는 것도 필요하다고 느끼는 좋은 계기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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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한 변호사 
사법시험 제50회(연수원 40기) 
정부법무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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