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칼럼 회원칼럼
회원칼럼_변호사와 지식재산권 전문화
변호사의 전문화는 변호사 증가 및 법률시장의 개방 등 최근 불어 닥친 법조계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으로 많이 거론되고 있다. 이제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새내기 변호사들에게 앞으로 다가올 법조 풍경은 선배 변호사와의 술자리에서 달콤하게 들었던 전설 같은 추억과 달리 호락호락해 보이지 않는다. 가끔 만나는 새내기 변호사들마다 전문화를 먹고 사는 돈벌이 문제와 함께 속 깊은 걱정거리의 주제로 심심찮게 꺼내 보이곤 한다. 새내기 변호사들 중 공학을 전공한 이들은 열이면 아홉 지식재산권 분야를 전문화하려고 한다. 그러면서도 전문화로 인한 부작용, 즉 '너무 한 분야에 치우쳐 다른 분야를 모르는 것이 아니냐'는 고민을 하고 있다. 고민이 새로운 고민을 낳은 격이지만 일리가 있다. 아무리 전문화된 변호사지만 '숲'과 '나무'를 동시에 볼 줄 알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

최근 우리나라의 변호사와 변리사 간 갈등이 있는데, 변리사 직역은 제조 산업 발달과 함께 산업재산권 특히, 특허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산업별 전문적인 공학 지식을 갖춘 특허권 전문가의 수요에 따라 생겨났다. 현재까지도 지식재산권의 창출 및 보호와 관련하여 변리사는 복잡한 공학 지식이 필요한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아쉬운 부분이 없지 않지만 그들에게 주어진 사명으로의 역할을 충실해 해왔음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아무튼 지식재산권 전문화를 고민하면서 이번 양측 갈등에서 변리사 쪽이 주장하는 일부 이야기는 꼭 귀담아 들어 보아야 한다. 변리사 실무 현황을 들여다보면, 새내기 변호사가 고민했던 '지식재산권 분야의 전문화'는 그 전문화의 수준이 아주 우스운 것이자 한참 멀었다는 생각이다. 가장 전문화가 잘 되어 있는 특허 분야를 살펴보면, 변리사는 담당하는 기업의 상황에 따라 산업별 내지 국가별로 전문화가 이미 이루어져 있다. 나아가 해당 기업의 산업 규모가 일정 이상 되는 경우, 보다 세부적인 공학 기술 분야까지 전문화가 이루어진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다. 몇몇 변리사들은 한국 변리사 자격만으로 한국을 떠나 유럽, 호주 등 각국 현지 로펌에서 이미 자리 잡고 활동하고 있다. 물론 변리사의 전문화는 지식재산권의 창출에 치우친 경향이 있긴 하지만, 그들이 이루어온 전문화의 깊이를 생각할 때 새내기 변호사는 전문화의 정도를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한다.

변호사가 ‘지식재산권’을 전문화로 하겠다는 것은 또 하나의 작은 ‘숲’을 보는 것이므로 진정한 ‘전문화’라고 하기 어렵다. 산업 분야별 역학관계 및 경제 환경을 고려해 보다 더 세분화된 분야의 지혜로운 전문화가 필요하다. 전문화로 선택하는 세부 분야가 우리나라에서 산업적으로 미미한 수준이라면 그 산업이 발달된 다른 나라로 눈을 돌려볼 수도 있다. 지식재산권 분야에서 특허를 선택하였다면 나아가 반도체 특허 분야(반도체 분야도 그 세부 기술 분야별 전문화가 가능한 분야가 무궁무진하다. 예를 들어, 메모리, 프로세서, LED, 통신칩 등)를 전문화하고 이에 더하여 반도체 산업 시장 규모가 더욱 큰 미국의 특허법을 전문화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나아가 그 정도 전문화 수준이 된다면, 변호사 역시 변리사의 고유업무로 여겨지는 특허 출원, 변리사와 감정평가사가 경쟁하고 있는 특허 가치평가,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특허 실시료 감사 등의 업무에도 충분히 진출할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변호사가 기존과 같이 송무 업무에 치중하는 것이 오히려 전문화에 큰 방해가 되는 것은 아닌지 진지하게 고민해 보아야 할 때다.

다양한 법률 상담에 관하여 모르는 것이 없어야 한다고 항상 강요받는 상황에서, 전문화를 꿈꾸는 변호사는 언제나 'generalist' 이자 'specialist'로서 ‘숲’ 과 ‘나무’ 사이를 자유롭게 오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최소한 그 '나무' 근처의 '숲' 정도는 알아야 할 것이다. 하루 아침에 될 일이 아니므로 깊은 호흡으로 쉼 없이 넓은 ‘숲’ 길을 걸어야 한다. 
변호사가 추구해야 할 전문화는 궁극적으로 '너무 한 분야에 치우쳐 다른 분야를 모르는 것'이 아닌 '한 분야에 해박하면서 다른 분야를 애써 모른 척 넘어가는 것'인데, 그게 말만큼 쉽지 않다. 우선 너무 고민만 하지 말고 '숲' 속으로 용기 있게 들어가 보자. 그럼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나무'를 하나둘씩 보고 있기 마련 아니겠는가.




수정됨_com_zettasoft_a_biz_mail_readmail.jpg


손보인 변호사
변호사시험 제1회

손보인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 글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