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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와 즐거운 상상
출처 CNN

이번 미국 대통령 선거는 어느 때보다도 뜨거웠다. 트러블메이커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에도 수많은 언론사의 예측을 꺾으며 대역전극을 펼칠 것인가? 굵직한 이슈들로 신문이 도배되었지만, 나는 유독 한 귀퉁이에 있는 기사에 관심이 갔다. 바이든 대통령 후보자가 ‘동물의 숲’이라는 게임을 통해 선거운동을 했다는 기사였다.

동물의 숲은 쉽게 설명하자면 예전에 싸이월드를 하면서 온라인상에 자신의 집을 꾸미며 놀았던 것과 비슷하다. 플레이어는 동물의 숲에서 자신만의 섬을 분양받는데, 그 섬에서 집도 짓고 조경도 하고 DIY(Do It Yourself)를 하는 등 소소한 재미를 찾는 것이다. 또 플레이어는 다른 플레이어의 섬을 방문해서 둘러보기도 하고 방명록도 남길 수 있는데, 바이든은 이 기능을 이용해서 바이든 섬을 꾸며 선거운동을 했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78세인 바이든이 정치 분야에서 당시 가장 ‘핫’한 가상세계인 동물의 숲을 이용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동물의 숲이 선거에 얼마나 효과가 있었을지는 모르겠다. 다만, 적어도 미래에 관한 상상을 즐기는 나에게는 이러한 소식이 머지않아 정치, 경제, 문화 등 사회 모든 분야가 한데 어우러진 온라인 가상세계, 즉 메타버스가 도래할 수도 있다는 서곡으로 들렸다.

메타버스는 1992년 발간된 소설『스노우 크래쉬』에서 처음 사용된 용어인데, 그곳에서 사람들은 단편적으로 온라인 상거래나 은행 업무를 하는 수준이 아니라 현실과의 경계가 허물어진 상태로 새로운 생태계를 구성하며 살아간다. 예를 들어 가상의 집을 지어주며 암호화폐를 받아 먹고 사는 사람이 있고, 암호화폐를 소매치기하는 사람도 있다.

어느 분야나 마찬가지겠지만 메타버스는 법률 분야에서도 큰 변혁을 가져올 것이라 생각한다. 상상해 보자면, 메타버스는 사회 모든 분야와 심지어 국경까지도 초월한 가상세계이기 때문에 모든 가상 공간에 대해 이를 프로그램적으로 구현한 어느 한 기업이나 단체의 이익으로 귀속시킬 수는 없다. 이에 따라 가상 공간의 분배나 가상 공간에 대한 개개인의 소유권이 인정될 수도 있다. 동물의 숲을 예로 들자면 동물의 숲을 개발한 것은 닌텐도이지만 그곳에서 각 플레이어가 만든 섬은 해당 플레이어의 소유가 되는 것이다.

2016년 ‘포켓몬 고’라는 게임이 선풍적인 인기를 끈 적이 있다. 이는 증강현실을 이용한 게임인데, 쉽게 말해 휴대폰 카메라를 통해서 현실 공간을 보면 가상의 귀여운 동물(포켓몬)이 마치 현실 공간에도 존재하는 것처럼 휴대폰 화면에 등장해서, 플레이어가 포켓몬을 잡으며 놀도록 한 게임이다. 이와 관련하여 미국에서 한 흥미로운 소송이 진행되기도 하였는데, 어떤 토지소유자가 포켓몬 고 플레이어들이 포켓몬을 잡기 위해 자신의 토지에 무단으로 침입하는 것을 보고 소송을 한 사례이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점은 토지소유자가 무단침입자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이 아니라 포켓몬 고 제작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는 것이다. 즉 토지소유자가 문제 삼은 점이 무단침입자들의 현실 토지의 침입이 아니라, 포켓몬 고 제작사가 토지소유자의 토지에 토지소유자의 허락 없이 포켓몬을 등장시킴으로써 토지의 가상공간을 무단으로 사용했다는 것이었다. 이 사건이 결국 합의로 종결됨으로써 가상 공간 소유권에 대한 선구적인 판결의 기회는 사라졌지만, 이와 같은 소송이 제기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본적인 인식의 변화가 느껴지는 듯하다.

세상의 변화는 무척이나 빠르다. 그렇지만 지구의 자전을 느낄 수 없 듯이 변화에 탑승하고 있으면 변화를 느낄 수 없다. 오늘도 나는 변화를 느껴보기 위해 가만히 멈춰서 즐거운 상상을 해 본다.

권오준 변호사
● 법무법인(유) 바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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