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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으로서의 소설가 - 무라카미하루키


“천재에게는 천재의 속도가 있고, 지식인에게는 지식인의 속도가 있고, 학자에게는 학자의 속도가 있고, 소설가에게는 소설가의 속도가 있다”

얼마 전 손흥민의 영국 생활을 다룬 다큐멘터리가 방영됐다. 경기장에서 멋진 플레이로 각광을 받은 스포츠 선수의 평소 생활은 대중에게 궁금한 부분이기에 스포츠 선수나 연예인들의 평소 생활이 방송의 소재가 되는 것은 이제 일상화됐다. 무라카미 하루키(이하 ‘하루키’)는 세계적인 작가인 만큼 대중의 관심을 받는 하루키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어떻게 글을 쓰고 있는지는 궁금한 부분이 아닐 수 없다. 하루키는 소설가로 유명하지만 자전적 에세이도 꾸준하게 출간하고 있다. 이 책은 하루키의 자전적 에세이 중 본인의 직업에 대한 생각을 담고 있다. 하루키는 재즈를 좋아해 재즈를 매일 듣고자 재즈 카페를 운영했는데, 문득 소설가가 되기로 했고, 주경야작을 하여 어느 날 등단한 후 마라톤과 글쓰기를 규칙적으로 하며 매일매일 어떤 글이든 쓰고 있다는 이야기는 이미 잘 알려져 있다. 빈 백지 위에 어떤 글이든 써 보려 시도를 해 본 사람이라면 알 수 있듯이 글을 쓰는 것은 쉽지 않다. 컴퓨터에 워드 프로그램을 실행 후 깜빡이는 커서를 바라보거나 종이와 펜을 준비하여 책상에 올려두고 노려보고 있으면 시작부터 어렵다. 서면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글을 쓰는 것은 어려운 것임에도 하루키는 오랜 세월 동안 끊임없이 글을 써 왔고, 지금도 매일 쓰고 있다. 과연 그만의 상상력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직업으로서의 소설가』는 하루키가 1979년 등단 후 본인이 글을 쓰는 환경과 이를 지탱하고 있는 개인적, 문학적, 사회적 가치관 등을 담고 있다. 단편적으로 오리지널리티가 무엇인지를 고찰해 본 부분이 있는데, 작가란 그런 부분을 고민해 보는 것인가 싶은 생각도 든다.

특히 “그 작품을 써낸 시점에는 틀림없이 그보다 더 잘 쓰는 건 나로서는 못했을 것이다 라고 기본적으로 생각합니다. 내가 그 시점에 전력을 다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중략) 내가 쓰고 싶은 것을 쓰고 싶은 때에 쓰고 싶은 만큼 썼습니다. 그것만은 자신 있게 단언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나중에 ‘그 부분은 이렇게 했더라면 좋았을 텐데’라고 후회하는 일은 일단 없습니다”라는 부분은 기본적으로 ‘쓰는 직업’이기도 한 변호사인 나에게 무척이나 울림을 주었다. 또한 이 책에서 “누구나 자신만의 속도가 있다”라는 말 역시 가슴에 와 닿았다. 처음 읽었을 때는 소설가는 소설가의 문체로 글을 쓰는 속도가 있고, 변호사는 변호사로서, 판사는 판사로서, 검사는 검사로서 각자의 작성하는 서면의 속도가 다르다는 의미로도 생각했지만, 다시금 각자의 속도에 대해 곱씹어 보면, 글을 쓰는 속도가 아니라 삶에 있어서 각자의 속도가 있고, 직업별, 개인별로 천차만별의 속도가 서로 부딪치고 어우러져 살아가는 것이라는 의미처럼 여겨졌다.

하루키의 책을 통해 소설가의 속도를 알아보는 시간을 가짐과 동시에 지금 나의 속도는 어느 정도이고 앞으로 어떠한 속도로 살 것인지를 생각해 보는 시간을 잠시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손의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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