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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귀향코로나 이후의 세계
주홍콩한국문화원, 제3회 한국 젊은 작가전 <우리들의 귀향> 2020년 11월 18일 개최, 2020년 팬데믹이 가져온 도시의 흉년 이야기

세 명의 조형미술 작가와 두 명의 영상 작가가 참여한 <우리들의 귀향>은 두 파트로 나뉘어져 있다.

전시는 지난해 11월 중순부터 올해 1월 2일까지 주홍콩한국문화원에서 열렸다. 여러 가지 문제로 인해 홍콩으로 출국할 수 없었던 나는 문화원 소속 큐레이터와 함께 전시 전반에 대한 것들을 화상회의를 통해 진행해야 했다.

전시의 메인 파트는 정소영, 조민아, 오연진의 작품으로 구성되었다. 전시 제목은 박완서 작가의 ‘도시의 흉년’의 마지막 챕터 제목에서 따왔다. 나는 이 소설의 제목을 전시 제목으로 염두에 두고 있었는데, 그 이유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등장으로 인해 우리가 겪고 있는 경제적, 심리적 고통을 ‘흉년’, 즉 나쁜 해(Bad Year)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재난 이후의 세계 역시 상상해 보기 위해 전시 제목을 <우리들의 귀향>으로 변경했다.

나는 전시 기획 초기 단계부터 정소영 작가의 참여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 내가 생각했던 정소영 작가의 작품이 프랑스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에 출품된 관계로, 작가는 바쁜 일정에도 기꺼이 신작을 제작해 주었다. 평소 공간에 존재하는 비가시적인 여러 결(layer)에 관한 작업을 해 온 정소영은 2016년 DMZ 레지던시(artist residency) 체류를 마치고 열었던 전시 제목 <밤과 낮>과 같은 제목으로 새로운 설치작품을 만들었다. 이데올로기의 대립으로 상처투성이 역사와 지리적 단절을 겪은 DMZ(Demilitarized zone) 지역의 주민들은 대부분 농업에 종사한다. 작가는 정치 담론과 이데올로기의 경계를 지역 농부들이 농작물을 보호하려고 만든 비닐하우스의 재료를 가져와 임시적인 지붕과 벽, 차광막, 건축적 구조물과 같은 것으로 가시화시킨다. 그의 작품 표면은 투명한 비닐이나 망으로 덮여진다. 이러한 재질은 구조물이 공간을 분리하는 와중에도 빛과 공기를 투과시키기 때문에 공간은 구획되지만 완전히 분리되지 않는다. 마치 우리가 자신만의 공간에 분리되어 있지만 도시의 삶 속에서 유기적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는 것처럼 말이다. 정소영 작가의 설치 작품 뒤에는 마치 삶의 풍경처럼 보이는 조민아 작가의 회화 작업을 걸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등장 이후 우리의 일상에서 일어난 변화 양상이 세계에서 어떠한 모습으로 드러나는지를 보여주는 이 그림은 한국화 기법으로 그려졌는데, 작가는 이전 작업에서도 여러 아르바이트를 거치며 자신의 경험을 통해 관찰한 저임금 청년 노동의 현실 혹은 비정규직 노동 현장 같은 사회의 어두운 부분을 시니컬한 유머와 자신만의 도상으로 기록해 왔다. 한편,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등장할 수밖에 없는 요인으로 꼽히는 환경오염과 자연 파괴, 그리고 이것을 가속화시키는 소비사회에 대한 반성을 마치 거울처럼 보이는 오연진 작가의 Self-referential Film(2020)을 통해 제시하고 싶었다. 표면이 불균질한 거울과 같은 이 작품은 작품 속에 비친 우리의 모습을 사유하기 위한 것이다. 더불어 작가의 <Solar breath> 시리즈가 보여주는 사진의 네거티브 이미지는 환영으로서 과거를 표현한다.
 

정소영, 밤과 낮(Night and Day), 혼합, 가변 크기, 2020(좌) / 오연진, Haunted by Account, 직물에 프린트, 237×147, 2020(우)


우리는 고통스러운 팬데믹을 겪으면서 맞닥뜨린 인간 본성의 한계를 넘어 공동체를 위한 새로운 삶의 방식을 창안해야 하는 궐위(interregnum)의 시간을 맞이했다. 

그 순간을 맞이하기에 앞서, 우리는 돌아가고자 하는 고향이 어떤 곳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 그 고향은 어떠한 지리적 공간이 아닌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두 편의 단편 영화가 상영됐는데, 이 작은 상영회가 바로 ‘고향’으로서의 도시의 풍경을 보여주고 있다. 박세영 감독의 ‘사랑(사이)깍두기’ 속 카메라는 예술가 청년들의 에너지와 그들이 맞닥뜨리는 예측할 수 없는 사건들의 뒤를 쫓는다. 반면 장윤미 감독이 만든 ‘공사의 희로애락’의 카메라는 노년에 들어선 건설 노동자의 회고와 자신이 만든 세계를 회상하는 화자의 시선을 건설 현장의 풍경과 함께 덤덤히 담아낸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우리가 미래에 거는 기대는 마스크와 사회적 거리두기가 없는 과거의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환원되었다. 이 오래된 미래를 젊은 감독들의 시선으로 들여다보면서, 우리들의 고향이 어떤 모습이었는지를 이야기하는 것으로 전시를 마무리하고 싶었다. 홍콩과 한국에서, 각각 또는 함께.
 

박기현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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