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화된 경영 환경에 대응하고자 회사가 조직을 개편하는 사례가 빈번해지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담당 업무가 없어지는 직원들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 통상 많은 회사들이 직원들에게 새로이 업무를 부여할 때까지 대기발령을 명하고 있고, 법원 역시 대기발령을 포함한 인사명령은 원칙적으로 인사권자인 사용자의 고유 권한에 속하므로 업무상 필요한 범위 내에서 사용자에게 상당한 재량이 인정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대법원 2002. 12. 26. 선고 2000두8011 판결).

그러나, 최근 대기발령 기간 동안의 불안정한 지위 및 급여 등 근로조건의 불이익 등을 이유로 근로자들이 노동위원회 또는 법원에 대기발령 처분이 부당하다고 주장하며 이에 대해 다투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대기발령이 정당한 인사권의 범위 내에 속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법원은 대기발령의 업무상의 필요성과 그에 따른 근로자의 생활상의 불이익과의 비교교량, 근로자와의 협의 등 대기발령을 하는 과정에서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를 거쳤는지 여부를 고려하고 있는데, 근로자에 대한 불이익 측면에서 주로 대기발령의 기간과 대기발령 기간 동안의 급여 지급이 다투어지고 있습니다.

대기발령의 기간에 대해 근로기준법 등 노동관계법령이나 법원에서 대기발령이 얼마나 길게 허용되는지에 대해 명시적으로 밝히고 있지는 않습니다. 다만, 법원은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없을 정도로 부당하게 장기간 동안 잠정적 지위의 상태로 유지하는 것은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기준 하에 대기발령의 사유가 된 인력 과원의 사유가 해소된 이후에도 대기발령을 지속한 것은 정당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2007. 2. 23. 선고 2005다3991 판결).

다음으로 대기발령 중 임금을 어떻게 지급할 것인지 여부에 대해서도 법령에서 명확히 정하고 있지 아니합니다. 이에 따라 회사별로 인사규정 등에 대기발령 기간 도중 기본급만 지급하거나, 그 기간에 따라 임금을 단계적으로 삭감하는 것으로 정해두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법원은 사용자가 자신의 귀책사유에 해당하는 경영상의 필요에 따라 개별 근로자들에 대하여 대기발령을 하였다면, 이는 근로기준법 제46조 제1항에서 정한 휴업을 실시한 경우에 해당하므로 사용자는 그 근로자들에게 휴업수당(즉, 평균임금의 100분의 70 이상의 수당을 지급)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2013. 10. 11. 선고 2012다12870 판결). 이에 따르면, 사규에서 대기발령 중 임금지급에 대해 달리 정하고 있다 하더라도 최소한 휴업수당 이상의 금액은 지급하여야 한다는 점에 대해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편, 대기발령 처분을 받은 때로부터 일정 기간이 경과하도록 다시 보직을 부여받지 못하는 경우 당연 면직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는 회사들도 다수 존재합니다. 그런데 법원은 대기발령과 이에 이은 직권면직은 이를 일체로서 관찰할 때 근로자의 의사에 반하여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에 따라 근로계약 관계를 종료시키는 것으로서, 실질상 해고에 해당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대법원 2007. 9. 21. 선고 2006다25240 판결). 따라서 회사가 사규에 근거하여 대기발령 이후 직권면직처분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해고 사유에 준하는 정당한 사유가 존재하지 않는 한 해당 직권면직 처분의 정당성이 인정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즉, 회사 자체적으로 대기발령 및 그에 대한 후속 절차에 관한 규정을 정해 두고 이에 따라 대 발령을 실시하였더라도 대기발령의 정당성에 대해 판례가 제시하고 있는 상기 요건들을 준수하지 못한 경우 대기발령의 정당성이 부인될 수 있으므로, 이를 유의하면서 대기발령 처분을 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류지효 변호사 ● 김앤장 법률사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