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커뮤니티 회원기고
임제혁 위원이 추천하는 이 달의 책
변호사들에게 천고마비는 ‘하늘은 높은데 머리는 마비된다.’로 해석된다. 그래도 잠깐이라도 너무 어렵지는 않은, 잠시 몸과 마음을 식혀 주는 책을 접해 보는 게 어떨까?



수정됨_선택의 조건.jpg


[1]선택의 조건 (사람은 무엇으로 행복을 얻는가) 
저자_바스 카스트 출판사_한국경제신문

바빠서, 지금에 만족할 수 없어서, 더 좋은 걸 갖고 싶어서 늘 몸과 마음은 힘들다. 물질적으로는 풍족하고 선택의 자유가 보장된 듯한 우리 사회에서 개개인은 더더욱 힘겨워한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이 책은 수많은 선택지가 주는 불안과 그러한 선택지들을 결정하는 수단인 부(富)가 어떻게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단절시키고 사회를 황폐하게 하는지를 여러 가지 간단한 실험을 통해 보여 준다. 과일잼 여섯 가지를 놓고 한 가지를 선택했을 때의 만족감과 24가지를 놓고 선택했을 때의 만족감 중 전자가 더 크다는 결론은 많은 바를 시사한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 책은 6가지든 24가지든 어느 하나도 선택할 여력이 없는 사람들이 느끼는 박탈감과 그것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언급하지 않는다. 책의 한계이자 아쉬운 지점이기도 하다. 
사회의 어느 일면만을 바라본다는 아쉬움은 있지만, 이 책을 통해 한 번쯤 자기자신과 사회를 돌아볼 수 있다면 충분히 가치 있는 독서가 될 것이다. 



수정됨_코뿔소.jpg


[2] 코뿔소
저자_외젠 이오네스코 출판사_동문선

희곡을 읽는다는 것은 상당한 상상력과 기억력을 요한다. 소설이 따라가는 작품이라면, 희곡은 읽음과 동시에 만들어가는 작품이라고 하겠다. 어제 오늘의 일상을 잊고 머리 속으로 무엇인가 만들어 보는 재미를 느끼고자 하는, 적극적인 글읽기를 하고 싶은 분께 추천한다. 
이 책은 1930년대 말 나치가 득세하던 시절을 연극적 상황으로 치환하여 보여 준다. 멀쩡하던 마을 사람이 갑자기 코뿔소가 되어 날뛰기 시작하고 코뿔소는 점점 늘어간다. 인간으로 남아 산다는 것, 인간성을 온전히 유지한다는 외로움과 고통이 어떤 것인지 마지막 독백은 보여 준다. 
이유도 모를 사고와 방치로 자식을 잃은 부모의 타들어가는 심정을 앞에 두고 생떼를 쓰는 것이라 비하하고 먹자판을 벌일 수 있는 사람들이 사는 사회에서 사람다움을 잃지 않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머리 속에 그리는 연극 한 편으로 조금이나마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수정됨_태양계연대기.jpg


[3] 태양계 연대기
저자_파토 원종우 출판사_유리창

독서를 통해 자신과 사회를 돌아보는 것조차 너무 버겁게 느껴질 정도로 지친 분들께 권해 드리고 싶은 책이다. 이 책은 다큐멘터리를 가장한 영화가 존재하듯, 다큐멘터리를 가장한 독서 엔터테인먼트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서, "성역 없이 뻗어나가는 상상력"이 그 재미이다. 
뱀파이어와 좀비가 사람들과 얽혀 영화 속에서 끊임없이 공포와 유머를 자아내듯 외계인과 우리 태양계가 그런 재미를 준다면 어떨까? 이 책의 재미는 그러한 상상력이 단순히 허무맹랑한 것이 아닌 나름의 근거를 들고 있어 더욱 "그럴싸한데"라는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다만 책의 마지막까지 애매모호함은 남는다. 그래도 잘 만든 오락영화가 존재하듯 잘 만든, 짜릿한 오락기와 같은 책도 있는 법이다. 이 책처럼.




수정됨_임제혁.jpg
임제혁 변호사
사법시험 제49회(연수원 39기)
법무법인 메리트



임제혁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 글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