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법률판례 판례 평석
판례평석_사기죄의 경합범으로서 유죄판결이 확정된 이후....
사기죄의 경합범으로서 유죄판결이 확정된 이후, 그 확정판결의 사실심판결 선고 전에 저질러진 나머지 동종 범죄에 대한 공소제기의 적법성
- 대법원 2014. 1. 23. 선고 2013도14601 판결 -


판결요지 
상습범으로서 포괄적 일죄의 관계에 있는 여러 개의 범죄사실 중 일부에 대하여 유죄판결이 확정된 경우에, 그 확정판결의 사실심판결 선고 전에 저질러진 나머지 범죄에 대하여 새로이 공소가 제기되었다면 그 새로운 공소는 확정판결이 있었던 사건과 동일한 사건에 대하여 다시 제기된 것이므로 면소판결을 선고해야 하는 것이나, 이러한 법리가 적용되기 위하여는 전의 확정판결에서 당해 피고인이 상습범으로 기소되어 처단되었을 것을 요한다. 

평석요지 
판결이 확정된 종전 사건에서 피고인이 ?수개의 사기죄?로 처벌받은 경우에는, ?상습사기의 1죄?로 처벌받았을 경우와 비교할 때 그 범죄와 형벌 사이에 극심한 불균형이 발생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양자는 마찬가지로 취급되어야 할 것이므로, 그 확정판결의 사실심판결 선고 전에 저질러진 나머지 범죄에 대하여 새로이 공소가 제기된 경우에는 면소판결을 선고해야 할 것이다. 

1. 문제의 제기
대법원 2004. 9. 16. 선고 2001도3206 전원합의체 판결은, “상습범으로서 포괄적 일죄의 관계에 있는 여러 개의 범죄사실 중 일부에 대하여 유죄판결이 확정된 경우에, 그 확정판결의 사실심판결 선고 전에 저질러진 나머지 범죄에 대하여 새로이 공소가 제기되었다면 그 새로운 공소는 확정판결이 있었던 사건과 동일한 사건에 대하여 다시 제기된 데 해당하므로 이에 대하여는 판결로써 면소의 선고를 하여야 하는 것인바, 다만 이러한 법리가 적용되기 위해서는 전의 확정판결에서 당해 피고인이 상습범으로 기소되어 처단되었을 것을 필요로 한다.”고 판시하였다. 
이는 반복하여 사기행위를 하는 습벽을 가진 행위자가 종전 판결이 확정된 사건에서 사기행위의 일부만 적발되어 단순사기죄로 기소된 경우까지 확정판결의 기판력을 인정하게 되면 종전 확정판결에서 범인의 반사회성이 충분히 처벌되지 않았음에도 범죄의 일부에 관한 유죄판결이 있었다는 우연한 사정에 따라 범인이 부당한 면소의 이익을 누리게 된다는 점을 고려하여 그 적용범위를 종전 확정판결이 있었던 사건에서 범인이 상습범으로 처벌되었을 것을 요구한 것이다. 
그렇다면 종전 확정판결이 있었던 사건에서 1죄의 상습범이 아닌 수개의 사기죄의 경합범으로 기소되어 처벌받은 경우는 어떻게 취급하여야 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제기될 수 있는 것인바, 본고는 바로 이 문제를 살펴보기 위한 것이다. 

2. 사실관계 및 전과관계
1)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은 다음과 같다. 한국수출보험공사(2010. 7. 한국무역보험공사로 명칭이 바뀜)는 수출신용보증기금을 재원으로 담보력이 부족하여 무역금융을 이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수출기업을 위하여 수출실적을 근거로 무역금융 대출액의 전부 또는 일부를 한국수출보험공사가 보증하는 수출신용보증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바, ① 피고인은 (피고인과 별건으로 공소제기되어 2012. 5. 3. 징역 1년 6월의 확정판결을 받은) 박근태 등과 공모하여 2008. 3. 19. 기업은행 양재동 지점에서 (주)퍼펙트코리아 명의로 허위의 수출실적을 자료로 제출하고, 이에 속은 피해자 기업은행으로부터 같은 날 보증한도 2억 원인 수출신용보증서를 발급받아 이를 담보로 무역금융 대출금 2억 5천만 원을 (주)퍼펙트코리아 명의의 계좌로 송금받아 편취하였다. ② 피고인은 박근태 등과 공모하여 2008. 11. 7. 우리은행 미아역 지점에서 (주)웰리아산업 명의로 허위의 수출실적을 자료로 제출하고, 이에 속은 피해자 우리은행으로부터 같은 날 융자한도 1억 5천만 원인 무역금융 대출승인을 받고 위 피해자로부터 동액 상당의 신용장 금액을 지급하도록 하여 이를 편취하였다. 

2) 한편, 피고인은 서울중앙지방법원 2010. 9. 27. 선고 2010고단1660 판결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고 항소하였으나, 서울중앙지방법원 2011. 3. 24. 선고 2010노3916 판결에서 징역 4년으로 감형되어 그 무렵 위 판결이 그대로 확정된 바 있다. 위 사건의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은 “피고인은 한국수출입보험공사가 일정한 수출실적 또는 수출용 원자재 공급실적이 있으면 수출보험공사의 수출신용보증서만으로 무역금융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수출실적이 거의 없거나 부도 직전의 업체들을 인수하여 바지사장을 고용하거나 또는 운영능력을 상실한 법인 대표자에게 대출을 받게 해 줄 테니 대출금 중 일정액을 수수료로 달라고 접근하여, 피고인이 실제 운영자로 있었던 (주)굳앤파워 명의로 허위 수출신고필증으로 수출실적을 허위로 만들어 대출금 상환능력이 있는 것처럼 대출서류를 작성하여 2008. 6. 18.부터 2008. 8. 20. 사이에 하나은행 수유동 지점에서 223,692,718원의 신용장 대금을 편취한 것을 비롯하여 같은 수법으로 2006. 5. 30.부터 2007. 9. 21.까지 별지기재 범죄일람표 목록과 같이 총 25건 합계 약 51억 원의 대출금을 편취하였다.”는 것이었고, 법원은 “형법 제347조 제1항, 제30조” 및 “형법 제37조 전단, 제38조 제1항 제2호”를 적용하여 유죄판결을 선고한 것이다. 
위 공소사실에는 업체 간 허위수출확인서 등을 만들어내기 위해 약 100여 개의 업체명이 등장하고 있고, 피고인이 인정하는 범죄는 위 ㈜굳앤파워 명의의 2억 원 대출금 편취부분이고 나머지 범죄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부인하거나 대출에 따른 수수료를 받았을 뿐이라고 부인하였으나(항소심에서 이러한 변소가 일부 받아들여져 감형됨), 법원은 위 공소사실 전부에 대하여 유죄판결을 선고하였다.

3. 대법원 판결의 요지
원심법원은 2001도3206 판결의 법리가 적용되기 위하여는 전의 확정판결에서 당해 피고인이 상습범으로 기소되어 처단되었을 것을 요한다고 하여 피고인의 주장을 배척한 제1심법원의 판결을 인용하여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하였고, 대법원 역시 상고이유에 대한 구체적인 판단은 하지 아니한 채, “원심판단에 확정판결의 기판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고 하여 피고인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4. 검토의견
1) 우선 종전 확정판결을 받은 사건을 본다. 위 사건의 공소장 편취금액은 51억 원을 넘는 금액으로 이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이득액을 기준으로 볼 때 50억 원 이상의 범죄에 해당하는 매우 중한 범죄인바, 검사는 이를 형법상 사기죄의 경합범으로 기소하였다. 이는 대법원 1993. 6. 22. 선고 93도743 판결이 밝힌 바와 같은 이유 즉, “특경법 제3조 제1항에서 말하는 이득액은 단순 1죄의 이득액이나 포괄 1죄가 성립되는 경우의 이득액의 합산액을 의미하는 것이고, 경합범으로 처벌될 수죄에 있어서 이득액을 합한 금액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놀라운 법리에 기초한 것이다(동지 대법원 2011. 7. 28. 선고 2009도8265 판결 등). 
생각건대, 사기죄의 죄수가 분명한 것이 아닐뿐더러, 특경법의 제정경위가 경제범죄가 날로 대형화·조직화·지능화되고 경제·사회에 미치는 충격과 피해가 막심하여 그 근절대책이 절실한 실정을 반영하여 건전한 국민경제윤리에 반하는 거액 경제범죄에 대한 법정형을 대폭 강화하여 가중처벌하기 위한 데 있는 점을 고려할 때, 복수의 사기범죄가 범하여진 경우 위 특별법의 적용 여부는 오로지 ?범죄의 사회적 유해성?의 관점에서 가려져야 한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이들 범죄가 나중에 법률상 포괄일죄로 인정되든 또는 사기죄의 경합범으로 인정되는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할 것이다. 특경법의 이득액은 사기죄의 가중처벌규정의 범죄구성요건에 해당하므로, 이를 적용함에 있어서는 범죄와 형벌 사이에 적정한 균형이 이루어져야 함은 당연한 이치이고(대법원 2007. 4. 19. 선고 2005도7288 전원합의체 판결), 이를 죄형균형의 원칙이라 하든, 책임주의 원칙이라 하든 또는 메리 제인의 법칙이라 부르든 상관없이, 범죄와 형벌 사이의 균형이 이루어져야 하는 것은 문명국가 형사법의 당연한 원칙이기 때문이다. 93도743 판결은 이 자명한 원칙에 어긋나는 것으로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다. 

2) 한편, 공소제기의 방식 내지 처벌의 일회성의 입장에서 볼 때, 상습성을 갖춘 자가 여러 개의 죄를 반복하여 저지른 경우, 각 죄를 별죄로 보아 경합범으로 처단할 것이 아니라 그 모두를 포괄하여 상습범이라고 하는 하나의 죄로 처단하는 것이 상습범의 본질 또는 상습범 가중처벌규정의 입법취지에 부합한다. 
대법원이 종전의 확정판결에서 피고인이 상습범으로 기소되어 처벌받았을 것을 요구하는 이유는, 종전 확정판결의 범죄사실에 대하여 피고인의 범죄습벽이 충분히 드러나 그 범죄성에 상응한 충분한 처벌이 가하여졌을 때에야 비로소 피고인은 동일한 범죄에 대하여 거듭 처벌받지 않는다는 일사부재리 원칙의 적용을 받을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라 할 것이다. 다시 말해, 피고인이 종전 확정판결에서 상습범이 아닌 기본 구성요건의 범죄로 처단됨에 그친 때에는, 설령 후에 기소된 사건에서 비로소 드러났거나 새로 범하여진 범죄사실에 대한 전체적인 평가가 이루어졌다고 볼 수 없고, 이러한 경우에 대하여서까지 종전 사건의 기판력을 미치게 하는 것은 피고인에게 부당한 이익을 가져올 뿐 범죄필벌의 요청과 일치할 수 없다고 보았기 때문이라 할 것이다(이우재, “상습사기죄 중 일부에 대하여 확정판결이 있는 경우 재판의 기판력의 기준시 전의 범행에 기판력이 미치는지 여부”, 형사재판의 제문제 제5권(2005), 59면)

3) 실제로 문제가 되는 것은, 상습범죄에 대하여 이를 수죄로 볼 것인가, 또는 범죄자의 상습습벽에 기초한 일죄로 볼 것인가에 관하여 반드시 분명하지 않다는 점이며, 그 결과 검사의 주관적 판단에 따라 공소제기 단계에서 ?상습사기의 1죄?로 공소제기 될 수도 있고, ?수죄의 사기죄?로 공소제기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종전판결의 기판력이 미치는가의 문제를 해결함에 있어서는, 판결이 확정된 종전 사건에서 피고인이 형법상 수죄의 사기죄의 경합범으로 처벌되었느냐 또는 상습사기죄 또는 특경법상의 사기죄로 처벌되었느냐 하는 형식적인 잣대로 이를 구별할 것이 아니라, 종전 확정판결에서 범죄자의 상습성 내지 사회적 유해성이 충분히 재판에 반영되었는가 하는 관점이 더욱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5. 결론
이 사건의 경우, 피고인에 대한 종전 25개의 사기범죄에 대한 사실심판결 선고는 2011. 3. 24.에 있었고, 이 사건 공소사실은 종전과 같은 수법으로 2008. 3. 19. 및 2008. 11. 7.에 대출금을 편취하였다는 것인바, 결국 이 사건 공소사실은 위 확정판결에 의하여 기판력이 미치는 범죄사실의 일부에 대하여 중복하여 공소가 제기된 것이므로 면소판결이 선고되는 것이 마땅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 일정한 기간에 동일한 수법으로 다수의 범죄가 반복적으로 이루어진 사건의 경우, 그 범죄를 낱낱이 파헤쳐 그 피해자와 피해액수를 특정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 어떤 범죄 전반에 대한 공소가 제기되어 재판을 마친 경우, 종전 재판에서 기소되지 않은 범죄의 일부가 사후에 발견되었다 하여 이를 따로 기소 처벌하는 것은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 피고인은 종전 사건에서 자신이 기억하지도 못하는 범죄 전부에 대하여 자백하였음에도 불구하고(종전 사건에서 피고인은 자신이 법인을 설립하여 적극적으로 사기범죄를 저지른 것과 단지 수수료만 받았을 뿐인 경우를 구별하여 다투기도 했으나, 어느 순간 피고인은 이를 구별해서 입증할 능력도 없고 그 주장을 믿어주지도 않는 것을 깨닫고 기소된 범죄 전부를 자백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공범이 추가로 검거됨에 따라 종전 범죄와 동일한 수법의 범죄를 별건으로 또 기소하고 처벌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피고인에게 공소사실의 무죄입증을 요구하는 것이 될 뿐만 아니라 관련된 범죄에 대한 남김 없는 자백을 강요하는 것이 된다. 
자신이 저지른 범죄 일체를 자백하고 형기의 대부분을 채우고 이제 가석방을 기대하고 있는 피고인에게, 예기치 못한 공범의 검거와 공범 수사 과정에서 새롭게 발견된 범죄행위에 대한 별건 기소는 가혹한 형벌권의 반복집행이다. 피고인은 공범 수사에 협조한 것만으로도 법치국가에서 요구되는 시민의 의무를 다 한 것이고, 공범을 제때 검거하여 공동피고인으로 기소하지 못한 책임은 검찰의 몫이기도 하다. 그렇게 보아야 검사의 무분별한 기소로부터 국민의 자유가 보호될 수 있고, 문명국가의 일반원칙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이중처벌금지 원칙이 준수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수정됨_박재혁 사진.jpg

박재혁 변호사
사법시험 제45회(연수원 35기)

박재혁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 글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