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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 범죄와 범죄단체 등 조직 가입 활동범죄


01 문제의 제기

보이스피싱 범죄는 금융감독원이나 검찰청 검사를 사칭하여 송금을 요구하는 수법의 사기범죄이다. 범행수법이 치밀하고 계획적이며, 일반인들이 신뢰하는 국가기관의 정당한 직무집행을 가장하여 다수범죄자가 역할을 분담하여 피해자의 판단력을 일시적으로 상실시킨다는 점에서, 또한 피해금액이 크고 피해회복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엄벌에 처할 필요성이 큰 범죄임을 부정할 수 없다. 그런데 문제는 위 범죄가 무작위 전화나 문자를 이용하여 이루어지기 때문에 피해자가 전국적으로 발생하여 이에 대한 통일성 있는 사건 처리가 쉽지 않고, 피해자 중에는 피해신고를 하지 않다가 뒤늦게 신고하는 경우 또는 검찰이 공범이 검거되기를 기다려 이들을 함께 기소하는 경우가 흔히 발생한다. 이러한 경우 피고인은 1회 재판으로 형을 받는 것에 그치지 않고, 2 ~ 3번의 재판을 더 받게 된다. 그 결과 피고인의 입장에서 보면, 공소 제기된 일정기간의 범죄에 대하여 전부 인정하고 형을 받았는데, 항소심 재판 중(또는 형 확정 후) 같은 기간 범한 다른 피해자에 대한 범죄가 추가 기소되는 상황에 놓이고, 심급을 달리하는 경우 사건 병합도 되지 않는다. 이는 사건의 심리를 조잡하게 할 뿐 아니라, 재판을 받는 피고인의 입장에서 여간 고역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보이스피싱 범죄를 범죄단체 조직 등의 죄와 함께 기소하고 있는 현행 검찰 실무에 비추어 볼 때, 양 죄의 죄수관계 및 적정한 처리 방법을 살펴볼 필요성이 제기되는 것이다.

02 죄수에 관한 판례의 동향

대법원은 수인의 피해자에 대하여 각 피해자별로 기망행위를 하여 각각 재물을 편취한 경우에 피해자별로 1개씩의 죄가 성립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고, 검찰도 보이스피싱 범죄를 피해자별로 각 별개의 사기죄로 구성하여 경합범으로 기소하고 있다.

한편, 검찰은 보이스피싱 범죄에 형법 제114조의 ‘범죄단체 가입, 활동’의 죄도 함께 기소하고 있다. 일반적인 공소장에 의하면 검찰은 ① 범죄단체 가입의 죄와 ② 범죄단체 활동 및 사기죄로 구성하여 기소하고 있고, 법원도 ‘범죄단체 가입 및 활동의 점’을 포괄하여 1죄로 처벌하는 한편, 각 사기죄는 경합범으로 처벌하여 왔다. 다시 말해 피고인이 범죄단체에 가입할 뿐 아니라 활동에 나아간 경우, 현재의 주류적 재판례는 ‘범죄단체 가입 및 활동’의 점을 포괄하여 1죄로 보고 있고, 위 포괄일죄 중 ‘범죄단체 활동죄’와 ‘각 사기죄’는 상상적 경합관계에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 2020. 12. 24. 선고 2020도10814 판결은, 이에 관하여 사기죄와 범죄단체 조직·가입 · 활동죄는 실체적 경합범의 관계에 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는바, 이러한 입장은 분명히 종전의 재판례와는 일치하지 않는 것이다.

03 검토의견

1) 2020도10814 판결에 의하면, 실체적 경합관계에 있는 각 사기 공소사실과 범죄단체 공소사실은 범행일시, 행위태양, 공모관계 등 범죄사실의 내용이 다르고, 그 죄질에도 현저한 차이가 있어 위 두 공소사실은 동일성이 없고, 따라서 공소장변경절차에 의하여 사기 공소사실에 범죄단체 공소사실을 추가할 수 없다는 것이다.

2) 먼저 범죄단체 가입의 점에 관하여 볼 때, 가입범죄는 실제 나중에 행하여지는 사기범죄와 범행일시, 행위태양 등이 현저히 다르고 구별된다. 따라서 가입범죄와 사기범죄를 별개의 범죄로 구성하는 입장에 일응 정당성을 인정할 수 있다.

다음으로 범죄단체 활동의 점에 관하여 볼 때, 활동범죄는 실제로 이루어지는 사기범죄와 범행일시, 행위태양 등에 있어서 일체로 인식될 수 있을 뿐, 이를 분리하여 이해할 수 없다. 보이스피싱 범죄가 그 자체로서 사기죄의 실행행위일 뿐 아니라, 범죄단체 활동범죄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종래의 실무가 ‘범죄단체 활동죄’와 ‘사기죄’를 상상적 경합관계에 있다고 본 것의 정당성을 인정할 수 있다. 참고로 범죄단체 활동죄에서 ‘활동’이 무엇을 의미하는가에 관하여 의문이 있을 수 있는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의 해석에 관하여, 대법원 2010. 1. 28. 선고 2009도9484 판결은 ‘범죄단체의 간부급 조직원들이 조직생활의 자부심을 심어 주고, 조직 결속력 강화 및 조직 이탈을 방지하기 위하여 개최한 회식에 참석한 행위’ 및 ‘다른 폭력조직의 조직원의 장례식, 결혼식 등 행사에 참석하여 하부 조직원들이 도열하여 조직의 위세를 과시한 행위’는 위 법률 제4조 제1항의 ‘활동’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하고 있다.

3) 형법 제114조의 범죄단체 등의 조직죄는 ‘사형, 무기 또는 장기 4년 이상의 징역에 해당하는 범죄’를 목적으로 하는 단체 또는 집단을 조직하거나 이에 가입 또는 활동한 자를 ‘그 목적한 죄에 정한 형’으로 처벌하는 규정이다. 즉 형법 제114조의 범죄는 독자적인 내용의 형량이 법정된 것이 아니라, 그 목적범죄의 죄질과 형량에 의존하는 것이다. 나아가 형법 제114조의 범죄를 범한 자가 실제로 목적범죄를 실행하기에 이른 경우, 양자의 관계는 어떠한지 문제 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대법원 2015. 9. 10. 선고 2015도7081 판결은 폭력범죄 조직죄의 입법취지에 관하여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제4조 제1항은 범죄목적단체 가입 또는 활동행위를 처벌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는 구체적인 범죄행위의 실행 여부를 불문하고 범죄행위에 대한 예비·음모의 성격이 있는 범죄단체의 생성 및 존속 자체를 막으려는 데 입법 취지가 있다.”라고 판시하고 있다. 이러한 판시는 폭력행위가 수반되는 범죄를 주된 목적으로 하는 범죄단체에 관한 해석론이라는 점에서 형법 제114조의 특별규정이라 할 수 있고, 이러한 입법취지는 형법 제114조에 관하여도 동일하게 원용될 수 있다 할 것이다.

위 법 제4조 제1항은 범죄단체 내부의 지위와 역할에 따라 형을 정하고 있고, 제4조 제2항은 범죄단체의 구성원이 실제 공무집행방해죄 등 특정 범죄를 범하였을 경우 가중처벌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결국 위 법 제4조 제1항은 특정 범죄의 실행 전 범죄단체의 생성 및 존속 자체에 대한 처벌규정인 반면, 위 법 제4조 제2항은 범죄단체 구성원이 특정 범죄의 실행에 나아간 경우의 처벌 규정이라 할 수 있다.

4) 이상의 논의를 종합하면, 범죄단체 조직, 가입, 활동범죄는 ‘범죄행위에 대한 예비·음모의 성격’을 갖는 것이므로, 보이스피싱 범죄단체에 속한 자가 실제로 보이스피싱 사기범죄를 저지른 경우 이를 사기범죄로 처벌하면 족하다 할 것이다. 이는 살인을 예비·음모한 자가 실제 살인죄를 저지른 경우, 살인죄 외에 살인예비죄가 별도로 성립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대법원 양형기준에 의하면, 일반사기와 조직적 사기를 구별하여, 조직적 사기란 “다수인이 역할을 분담하여 사기범행을 목적으로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하여 조직적이고 전문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경우를 말한다(예를 들면, 전화금융사기단의 전화금융사기, 사기도박단의 사기도박, 보험사기단의 보험사기)”라고 설명하고 있고, 이미 양형기준에서 가중된 양형을 권고하고 있는 것이다.

5) 특히 강조되어야 할 것은, 피고인이 거듭 처벌받지 않을 이익을 보호하는 것이다. 필자가 변호한 사건 중에는 보이스피싱 범죄로 2년 6월의 형을 선고받은 이래 같은 기간 범하여 진 보이스피싱 범죄에 관하여 각 징역 3월, 징역 3월, 징역 4월, 징역 3월의 형을 선고받았는데, 이것도 모자라 사기죄로 또 공소제기된 사건이 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0고합603). 위 사건은 피고인의 종전 범죄단체 활동 및 사기사건의 재판과정에서 피해자의 배상명령신청이 있었던 것으로, 수사기관으로서는 이 당시 충분히 공소제기할 수 있었던 것인데, 수사기관의 부주의와 무관심으로 방치되고 있다가 이러한 사실이 발견되어 추가적으로 기소된 것이다. 이러한 공소제기는 엄격한 의미의 공소권 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이에 대한 법치국가적 통제가 반드시 필요하다 할 것이다.

검찰의 분리 기소가 정당화될 수 있는 예외적인 경우란 ① 추가 기소를 위한 범죄구성요건이 종전 재판 당시에는 충족되지 않은 경우, ② 수사기관의 due diligence에도 불구하고 추가 범죄의 증거를 발견할 수 없었던 경우, ③ 종전 재판에서 추가 기소를 한다면 제보자의 신변에 위협을 끼치게 되거나, 진행 중인 수사를 심각하게 방해하는 결과가 되는 경우, ④ 관할권의 부재로 부득이 별도 공소제기를 해야 하는 경우 등에 국한되어야 한다 할 것이다[Susan R. Klein, Successive Prosecutions and Compound Criminal Statutes(1998)].

04 결론

1) 정성이 기울여진 공소장의 경우, 피고인이 범행 당시 사용한 가명, 범행 일시와 피해자 이름, 피해액수가 빠짐없이 기재되어 있으나, 그렇지 않은 공소장의 경우, 피고인이 과연 어느 범위에서 관여했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무분별하게 작성되고 있다. 보이스피싱 범죄단체에 소속되었으니, 그곳에서 벌어진 모든 범죄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식이다. 그러나 이러한 태도는, inter alia, 형사법의 기본원칙인 책임주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2) 보이스피싱 범죄단체의 조직 가입 단계에서 이러한 범죄사실이 적발된 경우, 이를 범죄단체 조직 등의 범죄로 의율하는 것은 정당하다 할 것이다. 한편, 보이스피싱 범죄단체에 가입한 자가 보이스피싱 범행의 실행에 나아간 경우에는, (범죄단체 가입·활동죄와 사기죄가 각 경합범이 된다고 볼 것이 아니라) 사기죄로 처벌하면 족하다 할 것이다. 나아가 보이스피싱 범죄의 집단성, 반복성, 범행의 동일성, 범행의사의 단일성 등에 비추어 볼 때, 일정 기간 범하여진 보이스피싱 범죄는 이를 상습사기의 1죄로 처벌하여야 한다고 생각된다. 이렇게 보아야 피고인이 이중, 삼중으로 처벌받지 않을 이익을 보호할 수 있고, 검찰의 무분별한 공소권 행사를 억지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박재혁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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