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대한변호사협회에서 추천한 Young LeaderProgram을 통하여 2019 - 2020년에 걸쳐 1년간 후쿠오카의 규슈대학교 석사과정으로 일본 유학을 경험하였습니다. 저는 문부성 장학생 이전에는 어학연수나 교환학생 등 외국에서 공부한 경험이 전혀 없던 토종 한국인으로, 학부 때는 사법시험 공부에 매진하느라 어학연수나 교환학생을 갈 여유가 없었고, 이후 사법연수원과 직장생활에 여념이 없어서 외국에서 공부할 기회가 없었습니다. 다만 일본 애니메이션과 일본문학, 음악을 좋아해서 관심 있게 보다가 2017년부터 2년간 드문드문 일본어 학원을 다니며 히라가나부터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그러고는 용감하게 대한변호사협회에서 문부성 장학 유학생을 모집한다는 공고를 보고 지원했습니다.

미혼에, 30대 후반으로 달려가던 때였는데 어떤 분들은 무모한 도전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1년간 너무나 알차고 좋은 경험을 했기 때문에 외국생활을 해 보고 싶거나, 견문을 넓히고 싶은데 망설이는 변호사님들을 위해서 제가 다녀온 과정인 ‘Young Leader Program(YLP)’ 소개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YLP의 개요는 다음과 같습니다.

저는 유학을 가기 전부터 현재까지 사내변호사로 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로펌에서는 3년간 근무를 했었고, 그 이후는 한화그룹 및 한화생명보험의 법무팀에서 법률자문과 소송지원 등의 업무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변호사로서의 경력이 7년 차 되던 해에 업무도 익숙해져 슬슬 염증도 생기고, 일본에 대한 좋은 감정이나 환상도 갖고 있었던지라 YLP 과정이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들어서 바로 지원했습니다. 대한변호사협회에 서류를 보내면 협회에서 일본 문부과학성(문부성)에 추천을 해 주고 문부성에서 중국, 한국, 태국과 미얀마 등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각 학생들을 선발하여, 각 학교(법학의 경우는 규슈대학교)에 유학을 보내 주는 시스템입니다. 한국에서는 총 2명의 변호사가 선발되어 갔었고 전체 YLP 장학생은 20여 명 정도였습니다. 학비와 생활비, 갈 때와 올 때의 항공편은 문부성에서 지원해 줍니다.

준비는 그렇게 수월하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영문으로 된 자기소개서와 지원동기, 학습계획서, 법률이나 제도 개정에 대한 에세이를 작성해야 했고, 무엇보다 토종 한국인인 저로서는 토플 점수를 따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직장생활을 병행하면서 토플 논술과 스피킹은 학원을 다니며 준비했는데, 독해나 듣기는 퇴근 후나 출퇴근 중에 혼자서 틈날 때마다 공부를 해야 했습니다. 되도록이면 나중에 당황하지 않도록 지원 기간을 6개월 이상 앞두고 미리 토플 점수를 따 두는 것이 좋습니다. 에세이나 학업계획서를 아주 충실하게 쓰시고, 면접을 볼 때도 그에 기반한 질문이 들어오므로 미리 질문과 답을 예상하고 준비하시길 권합니다. 저는 제대로 못해서 면접 때 어버버했는데 천운으로 붙여 주신 것 같습니다.

1년간의 후쿠오카 생활은 너무나 만족스러웠습니다. 가장 많이 걱정했었던 영어 강의는 법학 강의이다 보니, 법학 베이스가 있고 영미법 수업도 들어 본 저로서는 따라가기가 그리 어렵지 않았고 나중에는 스피킹 실력도 어느 정도 늘게 되었습니다. 후쿠오카의 변호사회를 통하여 법원과 검찰을 견학하기도 하고 법률사무소에서 인턴도 하면서 개인적인 성장에 많은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또 후쿠오카의 변호사님들과 대화하면서 한국과 일본의 법제도를 비교하는 시간도 가질 수 있었습니다.
 

비록 코로나19 때문에 후쿠오카에서도 긴급사태 선언을 하게 되어 기숙사에 틀어박혀 집콕생활을 해야 했지만, 그전에 국제중재모의재판에 참여하기 위해서 2박 3일 도쿄로 가기도 하고 혼자서 오사카와 교토를 여행하기도 하고, 긴급사태가 해제된 이후에는 외국인 친구들과 함께 홋카이도, 기타큐슈 등 여행을 다니며 맛집도 다니고, 전시회도 다니고… 해 보고 싶은 건 다 해 본 것 같습니다. 특히나 다양한 외국에서 온 친구들과 국경을 초월한 우정을 쌓았던 것이 가장 좋았습니다. 조금씩 문화의 차이는 있지만 어딜 가나 사람 생각이나 사는 모습은 비슷하다는 것을 느꼈고, 외국인 친구들이 다들 외롭기 때문에 어디 놀러 가자고 모으면 호응을 잘 하는 것 같았습니다. 유학을 가시면 되도록 여기저기 많이 여행 다니고 친구도 많이 사귀는 게 남는 것이랍니다.

그리고 감사하게도 일본인 친구들도 생겨서 일본어가 많이 늘었는데, 일본인 친구들은 같은 동양 문화권이라서 그런지 생각보다는 친해지기 쉽고, 다른 외국인 친구들보다 장벽이 낮은 것 같지만, 그래도 한일 간 양국의 민감한 역사 문제에 대한 화제는 피하시길 바랍니다. 저는 좀 눈치없이 그런 화제를 꺼낸 적 있는데 상대방도 불편해하고 한동안 서먹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죽마고우처럼 친한 것이 아니라면 민감한 문제는 언급하지 않는 것이 예의입니다. 그래도 그 서먹했던 친구와 다시 친해져서 마지막에는 그 친구가 졸업식 때 차로 픽업도 해 주고 공항 갈 때 짐 운반 등도 다 해 주었답니다.

졸업식 때도 코로나19 바이러스 때문에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을까 많이 걱정했지만 사회적 거리두기 및 마스크 착용 등을 병행하면서 무사히 마칠 수가 있었습니다. 저는 렌털비가 비싸긴 하지만 일본의 여학생들이 졸업식 때 주로 입는 기모노+하카마 차림으로 졸업식에 참석했었는데, 다들 너무 멋있다고 해 주셨습니다. 외국인 학생들은 졸업식 때 보통 모국의 전통의상을 많이 입지만, 일본의 졸업식이니 일본 졸업생들이 주로 입는 의상을 입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일본 유학을 위한 팁을 드리자면, 영어코스를 위한 영어 공부를 많이 해 두실 것과 일본어 등 현지어 공부를 해 두실 것을 권하는 바입니다. 코스는 영어로 진행된다지만 생활은 일본에서 하기 때문에 모든 우편물 및 생활에서의 언어가 현지어로 되어 있어서 현지어를 전혀 모르면 좀 곤란할 일이 많습니다. 물론 일본어가 전혀 되지 않는 외국인 친구들도 다 잘 지내는 걸 보면 심각한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되지만, 그렇더라도 기본적으로 일본어는 어느 정도 공부해 두시길 바랍니다.

후쿠오카 변호사회에서의 연수를 마치고

저는 기숙사에서 지냈는데 기숙사가 상당히 좁은 편인데다 일본에서는 선편이나 EMS 등 택배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귀국할 때를 고려하여 옷 등 짐을 많이 가져오는 것은 별로 권장하지 않습니다. 후쿠오카는 한국보다는 덜 춥기 때문에 방한복과 같은 겨울 옷은 안 가져오셔도 됩니다. 전자제품 역시 일본의 전압이 110V라 맞지 않기 때문에 한국에서 가져오는 것은 권장하지 않고, 일본에서 구입하여 사용 후 모두 처분하고 돌아오는 것이 제일 좋습니다(단, 일본에서 서류 만들 때 꼭 필요한 막도장은 원형이어야 하는 등 일본 고유의 규격이 있기 때문에 한국에서 일본 워킹홀리데이용으로 제작된 것을 가지고 들어오시는 게 좋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귀국할 때 중고물건들이 짐이 되는데, ‘메루카리(メルカリ)’라는 중고매매 사이트가 수수료가 좀 비싸기는 하지만, 시스템이 잘 되어 있기 때문에 이용하시면 어느 정도 중고물품 판매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자전거의 방범등록이나 주차, 국제면허증 사용(취득하여 일본 입국 후 1년 동안만 사용 가능) 등 기본적 일본 법규에 대해서는 꼭 숙지하셔서 곤란한 일이 없으시길 바랍니다. 또 학교에서 안내하는 각종 규칙이나 요구사항은 되도록 충실하게 이행하시길 바랍니다. 행정기관의 절차나 신용카드 발급 등에는 기간이 한국보다 오래 걸린다는 점, 서류 작성과 심사에 있어서 한국보다 까다롭다는 점도 불편한 점이지만 숙지하셔야 합니다.

YLP에 지원할 준비가 되셨다면 망설이지 마시고 도전해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코로나19 시국이지만 2주간의 자가격리를 거쳐 지금도 YLP 장학생들이 일본에서 체류하고 있습니다. 아마 조만간에 백신 접종이 가능해지면 다시 일본에서 자유롭고 즐겁게 유학생활을 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새로운 세계에서 새로운 친구들,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추억 많이 만드시고 돌아오시길 바랍니다.
 

한수연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