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법률판례 나의 소송이야기
부모의 범죄로 남겨진 아이, 수용자 자녀의 아픔을 마주하다


형사사건 변호를 하다 보면 변호를 해야 하는 피고인뿐만 아니라, 피고인의 구속으로 그 가족들이 어떤 상황에 처했는지 알게 되고, 또 알아야만 하는 경우를 자주 마주합니다. 사기죄로 1심에서 징역 8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피고인의 항소심 국선변호인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지인을 기망하여 금원을 편취하였는데, 거짓말을 한 적이 없고 오히려 피해자가 자신에게 빌려 간 돈을 더 변제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다투는 사건이었습니다. 양형의 이유를 살펴보니, 피고인이 피해금의 80%를 선고 전에 공탁하였으나 진정한 피해 회복을 위한 목적으로 보이지 않고,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여 피해자가 오랜 시간 고통받아 온 점을 이유로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을 한 것이었습니다.

변호인 접견을 가기 위해 사건 기록을 살펴보는데, 피고인이 제출한 호소문에 오래전 이혼하고 아이를 혼자 키워 왔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구치소에서 만난 피고인은 1심 판결 선고 이후 자신의 잘못을 돌아보게 되었고, 항소심에서는 잘못을 전부 인정하고 양형부당만 다투고 싶다고 하였습니다. 피고인은 계속 눈물만 흘렸고, 집에 혼자 있는 아이가 너무 걱정된다며 극도로 불안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피고인은 피해금의 상당액을 공탁했기 때문에 법정구속이 될 것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고, 구속된 이후 가족들에게 연락을 하였으나 오래전 이혼한 남편은 새 가정을 꾸려서 아이를 데려갈 수 없다고 했고, 외가 식구들은 자신과 관계가 좋지 않아 아이를 봐 주려 하지 않는다고 하였습니다. 아이가 엄마에게 보낸 인터넷 서신에는 집주인 아저씨한테 월세가 밀렸다는 연락이 왔는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앞으로 밥은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물어보는 내용이 적혀 있었습니다. 아이가 보호자 없이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걱정이 되어, 피고인에게 ‘아이에게 연락해 보고, 수용자 자녀를 위한 지원 방법을 알아보겠다’고 하였습니다.

아이는 처음에는 낯선 사람에 대한 경계심을 보였으나, 엄마를 만나고 온 이야기를 전했더니 ‘도움을 받고 싶다’고 하였습니다. 동료 변호사님의 도움으로 ‘아동복지실천회 세움’이라는 단체를 소개받아 현재 아이가 처한 상황을 알리며 어떤 지원이 가능한지 문의하였습니다. 수용자 자녀와 가족을 지원하고 있는 ‘아동복지실천회 세움’에서는 아이의 상황을 듣고는 긴급 지원을 결정해 주었습니다. 아이는 엄마가 출소할 때까지 아동보호시설에 들어가지 않고 집에서 생활하겠다고 하였고,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을 경우 엄마가 빨리 돌아올 수도 있었기 때문에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담당 선생님이 아이의 집을 정기적으로 방문하여 생계지원 및 생활지도를 해 주시고, 아이의 건강 · 심리상태도 돌봐 주시기로 하였습니다.

항소심 재판을 기다리던 중 세움의 담당 선생님과 ○○경찰서 여성청소년계 담당 경위님으로부터 ‘아이가 지금 위험한 상황에 있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놀란 마음에 ○○경찰서로 달려갔고, 그곳에서 불과 며칠 사이에 아이에게 일어난 일들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유일한 보호자인 엄마가 구속된 사실이 학교에 알려졌고, 집에 아이가 혼자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친구들이 아이의 집을 아지트로 삼아 밤늦게까지 술 · 담배를 하고 소란을 피워 이웃들의 신고가 들어오고 있으며, 아이는 가진 돈도 빼앗기고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여 건강도 매우 염려되는 상황이었습니다. 현재 아이의 보호자인 엄마를 만날 수 있는 사람은 엄마의 변호인뿐이었기 때문에 빨리 구치소로 가서 피고인에게 아이의 소식을 전달하였습니다.

피고인은 아이를 잘 설득해서 자신이 나갈 때까지 아이가 보호시설에서 안전하게 지낼 수 있게 해 달라고 하였습니다. 담당 경위님과 함께 아이의 집을 찾아가서 엄마의 마음을 전달하였습니다. 아이는 시설에 절대 가고 싶지 않다며 혹시나 자신을 받아 줄 한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며 이곳저곳에 전화를 하였으나, 가족들 모두 아이를 받아 주지 않았습니다. 어른들의 잘못으로 가정에서도 오랫동안 외로웠을 아이의 쓸쓸한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너무 아팠습니다. 아이는 결심한 듯 담담히 이야기했습니다. “변호사님, 엄마가 빨리 나올 수 있게 도와준다고 약속하면 엄마 나올 때까지 시설에 있을게요.” 그리고 저는 말했습니다. “엄마가 최대한 빨리 나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게. 우리를 믿고 시설에서 안전하게 기다려 줄 수 있겠니.”

배낭 하나 메고 아동보호시설로 가는 차를 타는 아이의 뒷모습을 보며 어깨가 무거워졌습니다. 의견서를 통해 피고인의 자녀가 처한 상황을 재판부에 알리고, ‘피고인의 잘못에 합당한 처분결과를 확정 짓고, 그 결과에 따라 지역사회가 힘을 합쳐 아이를 보호하는 방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살펴 주시기 바랍니다’라며 호소하였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당심에 이르러 잘못을 인정하며 반성하고 있는 점, 피고인이 이혼 후 혼자 아들을 양육하고 있는데, 전 남편 및 가족들의 도움을 기대하기 어려워 아들이 적절한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는 점 등을 참작하면 원심의 형이 부당하다고 인정된다’며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의 형을 선고하였습니다. 피고인은 자신의 구속기간 동안 아이를 돌보아 준 이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며, 이전과 다른 삶을 살아가겠다고 약속하였습니다.

[2017년 국가인권위원회 수용자 자녀 인권상황 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수용자의 미성년 자녀수는 일일 평균 22,000여 명(연간 54,000여 명)이며, 많은 수용자 자녀들이 부모의 수용 후 양육자의 부재, 주거불안정, 경제적 어려움, 사회적 편견과 낙인, 학교 부적응, 부모 수감 노출 시 또래 괴롭힘, 다양한 형태의 심리 · 정서적 문제가 있는 환경을 직면하고 있다고 합니다. 저는 이 사건을 계기로 피고인에게 징역형이 선고됨과 동시에 죄가 없음에도 그 형량에 상응하는 고통을 받고 있는 아이들, 수용자 자녀들에게 변호인으로서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은 어떤 것인지 깊이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부모의 구속으로 가정에서 보호받을 권리를 상실한 자녀가 있는지 조기에 발견할 수 있도록 세밀하게 살피는 것. 재판부가 ‘안정된 가정환경에서 건강하고 행복하게 자랄 아동의 권리’를 양형요소로 고려하여 합당한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변론하는 것. 재판 결과에 따라 보호가 필요한 아동이 따뜻한 사회의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지역사회 및 아동보호기관들과 긴밀히 협조하는 것. 변호인으로서 할 수 있는 이 작은 실천들로 어떠한 아동도 부모의 상황이나 법적 신분으로 인해 차별받지 않는 사회를 만드는 데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기를 희망해 봅니다.
 

장지혜 변호사

장지혜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 글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