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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로서의 정체성 회복에 관하여

 

『역사의 종말(The End of History and the Last Man)』이라는 저서로 유명한 스탠퍼드 대학의 프랜시스 후쿠야마 교수가 2018년에 출간한 『Identity: The Demand for Dignity and Politics of Resentment』라는 책도 상당한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최근에 ‘존중받지 못하는 자들을 위한 정치학’이라는 제목으로 번역이 되었고, 회원 여러분 중에서도 읽어 보신 분이 계시리라 생각됩니다.

이 책에서 후쿠야마 교수는 최근 국제적인 정치 트렌드인 포퓰리즘이 유권자의 정체성에 근거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는데,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즉, 누구나 자신이 남으로부터 존중받기를 갈망하는 본성(thymos)이 있는데, 이러한 개인적 갈망이 바로 정체성의 근본이라는 것입니다. 이러한 개인적 정체성은 해당 개인과 경험을 공유하는 집단의 정체성으로 연결되고, 정치가들은 이러한 정체성에 대한 갈망을 채워 주는 것을 통하여 유권자의 지지를 얻어낸다는 것인데, 대표적으로 정체성의 위기를 느낀 미국의 백인 중산층의 지지를 받은 트럼프 대통령을 그 예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후쿠야마 교수는 정체성의 요구에 부응하는 것 자체를 나쁘게 보지 않지만, 민주주의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특정 계층의 정체성에 집중하는 포퓰리즘보다는 모든 국민이 공유할 수 있는 가치에 토대를 둔 정체성을 확립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합니다.

집행부 임원이 되어 이 책을 보고 나니, 당연히 ‘변호사로서의 정체성’을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저희 제96대 서울지방변호사회 집행부는 직역수호의 기치를 내걸고 회원 여러분의 지지를 얻었습니다. 저희 집행부가 생각하는 ‘직역수호’란, 사실 변호사로서의 정체성 회복과 같은 말이라 생각합니다. 전문가가 되기 위해 지난한 교육과정을 거쳐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회원들이 업계의 극심한 경쟁과 직역 침탈을 보았을 때의 좌절감으로부터 변호사의 자존감을 회복하여 정체성을 찾아가자는 외침입니다.

한편, 변호사로서의 정체성 회복이 국민과 공유할 수 있는 가치와 조화될 수 없다면 저희의 노력이 집단이기주의로만 비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냉정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변호사로서의 정체성의 뿌리는 우리가 법치주의를 지향하는 법조인이라는 점에 두어야 할 것입니다. 어느 정권에서나 변호사들이 법치주의를 지키는 최선이자 최후의 보루이며, 법조인이 흔들리지 않는 것이 우리나라가 지켜야 할 가치의 실현을 위한 중요한 수단이라는 점을 국민에게 말과 행동으로 설득할 필요가 있습니다.

저희 집행부는 스스로 변호사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또한 회원 여러분들이 자랑스럽습니다. 저희 집행부의 직역수호를 위한 노력은 우리가 모두 자랑스러운 변호사임을 자각하는 활동이자, 자존감 있는 변호사들이 법치주의 실현의 뿌리임을 국민에게 알리는 일이 될 것입니다. 이러한 노력에 회원 여러분들의 아낌없는 지지와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회원 여러분들의 가정에 따스한 봄기운과 함께 건강과 행복이 가득하시길 바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1. 5.
제96대 서울지방변호사회
부회장
박마리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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