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은행잎과 투명한 선홍빛 단풍잎이 아름답게 물들어가는 가을이다. 가을바람에 휘날리는 낭만과 추억들 속에 문득 나는 인생의 사계절에서 어디쯤 와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초가을쯤...
이렇게 인생의 가을이 되도록 지난 15년 동안 종사한 변호사라는 직업이 과연 우리 사회에서 어떤 직업일까 생각하게 된다. 며칠 전 어느 선배 변호사님이 내게 하신 말씀이 문득 떠오른다.
"변호사와 의사는 사회 구성원들의 SOC(사회간접자본)이므로, 국가나 사회에서 절대 포기해서는 안 되는 직업입니다. 법률서비스는 사회구성원들에게 절대적으로 공공성을 잃지 말고 제공되어야 할 서비스입니다. 그와 같은 이유로 이러한 공공성을 띤 직업군에 종사할 사람들을 사회에서 필요한 이상의 인원을 공급하는 순간, 그 공공성은 훼손되면서 사회구성원은 돈벌이 대상이 되는 객체가 되지 아니하는 한 공공적 성격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대상에서 제외되는 엄청난 불행을 겪게 되는 것입니다. 교통사고가 나서 피가 철철 gm르고 있는 환자가 돈이 안 되고 의료사고가 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의사들이 진료를 하지 아니한다면, 과연 세상에 제명대로 살고 갈 수 있는 가난한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요? 우리 변호사들이 돈이 없다는 이유로 과거부터 법률구조대상이 되어왔던 가난하고 힘없는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외면하면 우리 사회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 변호사들의 공공성은 절실한 것입니다.”
말 그대로 세상에 싸고 질 좋은 서비스란 존재하지 아니한다. 세상에 공짜란 없는 것이다.
몇 년 전 나의 의뢰인이 "변호사님, 저는 싸고 질 좋은 물건이 없는 것처럼 싸고 질 좋은 서비스란 존재하지 아니한다는 것은 뼈저리게 느끼고 있습니다. 제가 장사하는 사람이므로, 싸고 질 좋다고 선전하는 물건들은 대개는 그 용량을 속이거나 그 질을 떨어트려 선전하고 있는 물건들이라는 것이라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습니다. 의사나 변호사 분들이 늘어난다고 하여 저에게 싸고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는 것을 제가 이미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저는 자신을 속여 왔습니다. 이번에도 수임료가 싸다는 이유로 선임한 무성의한 그분 때문에 제 인생이 너무나도 달라져 있습니다."라고 말한 것처럼,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 그에 상응하는 기회비용을 치러야 좋은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것이다.
국민들이 궁극적으로 그리고 진심으로 바라는 것은 단순히 장사꾼이기만 한 의료인이나 변호사가 아닌 것이다. 의료인을 의료인답게, 변호사를 변호사답게 하도록 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건강한 미래가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다. 우리 변호사들이 만나는 의뢰인들은 모두 자신의 인생에 있어서 제일 중요한 순간에 변호사를 만나게 되는 것이다. 우리의 올바른 직업관과 정의에 대한 고민이 우리를 만난 사람들을 원래 있어야 할 자리에 돌려 보내는 중요한 일인 것이다. 이제 우리 모두 사명감을 가지고 가슴 활짝 펴고 뚜벅뚜벅 앞으로 걸어 나아갑시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하여.
권성연 변호사
사법시험 제39회(연수원 29기)
법무법인(유한) 백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