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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규칙 불이익변경과 유리한 개별 근로계약의 효력대법원 2019. 11. 24. 선고 2018다200709 판결, 그 후


01 사안과 쟁점

 2019년 11월 대법원은 취업규칙으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함에 있어서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를 거쳐 변경한 취업규칙보다 유리한 근로조건을 정한 개별 근로계약이 존재하는 경우 근로계약의 효력이 우선한다는 취지의 판시(이하 ‘대상 판결’이라 한다)를 하였다. 작년 한 해 동안 대상 판결에 대하여는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의 절차 조항인 근로기준법 제94조 및 관련 법령의 해석범위를 벗어나는지, 기존 대법원 판례의 입장과 배치되는지에 대하여 무수한 논쟁이 있었다.

 이와 관련 노동법의 법원 상호 간의 계위관계를 정함에 있어 소위 ‘유리조건 우선의 원칙’이라는 근로기준법이 근로자 보호의 취지에서 명언하고 있는 대원칙이 기존의 취업규칙을 불이익하게 변경하는 경우에도 근로계약과의 관계에서 그대로 적용되는 것인지가 주된 쟁점이 되었다. 같은 쟁점에 대한 후속 판결에 비추어 대상 판결의 의미를 다시 한번 짚어보기로 한다.
 

02 판결 요지

 대상 판결은 먼저 근로기준법 제97조를 개별적 노사 간의 합의라는 형식을 빌려 근로자로 하여금 취업규칙이 정한 기준에 미달하는 근로조건을 감수하도록 하는 것을 막아 종속적 지위에 있는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규정이므로, 이러한 규정내용과 입법 취지를 고려하여 근로기준법 제97조를 반대해석하면, 취업규칙에서 정한 기준보다 유리한 근로조건을 정한 개별 근로계약 부분은 유효하고 취업규칙에서 정한 기준에 우선하여 적용된다고 하였다.

 또한 근로기준법 제4조의 근로기준 대등결정의 원칙 규정의 내용과 취지를 고려하면, “근로기준법 제94조가 정하는 집단적 동의는 취업규칙의 유효한 변경을 위한 요건에 불과하므로, 취업규칙이 집단적 동의를 받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된 경우에도 근로기준법 제4조가 정하는 근로조건 자유결정의 원칙은 여전히 지켜져야 한다.”고 보고, “근로자에게 불리한 내용으로 변경된 취업규칙은 집단적 동의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그보다 유리한 근로조건을 정한 기존의 개별 근로계약 부분에 우선하는 효력을 갖는다고 할 수 없다. 이 경우에도 근로계약의 내용은 유효하게 존속하고, 변경된 취업규칙의 기준에 의하여 유리한 근로계약의 내용을 변경할 수 없으며, 근로자의 개별적 동의가 없는 한 취업규칙보다 유리한 근로계약의 내용이 우선하여 적용된다.”고 결론지었다.

 이에 따라 취업규칙 변경에 관한 노동조합의 동의는 적법 유효하므로 개별 근로자인 원고가 임금피크제의 도입에 반대하였다 하더라도 변경된 취업규칙으로 시행된 임금피크제는 원고에게도 적용된다고 할 것이어서, 기존 연봉계약 적용을 전제로 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1심 법원으로 환송하였다.
 

03 판례 평석

 대상 판결이 집단적 동의를 거쳐 불이익하게 변경된 취업규칙과 보다 유리한 근로계약과의 관계에 대하여 근로기준법 제97조와 제94조에 대한 기존의 대법원의 해석과 모순되는 판결을 하였는지를 가리기 위하여는 우선 사안의 특수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대상 사안은 근로자와 사용자 간 매년 연봉계약을 체결하여 해당 년에 지급받기로 한 임금액이 이미 확정된 상태에서, 취업규칙에서 임금피크제를 도입함으로 인하여 근로자의 기대이익이 소급적으로 침해받게 된 경우이다. 반면, 대상 판결의 하급심에서 인용한 기존의 대법원 판례(대법원 1992. 11. 24. 선고 91다31753 판결, 대법원 1994. 5. 24. 선고 93다46841 판결) 사안은 취업규칙으로 정해져 있는 퇴직금 제도가 불리하게 변경된 사안으로, 취업규칙의 변경으로 아직 퇴직하기 이전이고 별도의 계약으로 퇴직금을 보장받은 바 없는 근로자의 권리가 소급적으로 침해된 것으로 보기 어려우므로 대상 사안에도 같은 법리를 적용할 수는 없게 된다.

 모든 근로자가 입사 당시 작성하는 표준 근로계약이 아닌 매년 협상에 따라 별도로 체결되는 연봉계약의 유효기간 중 계약 당사자 중 일방을 배제한 채, 사용자의 일방적 결정과 노동조합의 집단적 동의에 의해 연봉계약에서 이미 책정된 임금을 삭감하는 것은 근로자의 확정적 기대이익을 소급적으로 침해하게 되므로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에 집단적 동의요건을 갖추었다고 하여도 그 효력상 한계가 필연적으로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상 판결은 근로기준법 제94조에서 규정한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의 집단적 동의절차 규정을 무력화하였다기보다는 불이익하게 변경된 취업규칙의 유효성의 문제와 실제 개별 근로자에의 적용문제를 구별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동의절차를 거쳐 불이익하게 변경된 취업규칙은 그 자체로 유효하되, 다만 개별 근로계약에서 그보다 유리한 근로조건이 보장되는 예외적인 경우에 한하여는 해당 근로자에 대하여 변경된 취업규칙의 적용을 배제한 것이다.

 대상 판결은 근로조건 당사자 대등결정의 원칙을 고려하여 취업규칙과 별도로 개별 근로계약에서 근로조건을 보장하는 경우와 취업규칙으로 근로조건이 정해지는 경우를 구별하여,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의 절차를 거쳐 불이익하게 변경된 취업규칙의 효력상 한계를 명시한 최초의 판례이다. 이러한 해석론이 현행법상 보장된 노동조합의 협약자치권을 침해한다는 비판도 있으나, 근본적으로 집단적 의사결정의 규범성의 근거로 논해지는 협약자치권은 개별적 차원에서 형해화되기 쉬운 계약자유를 집단적 차원에서 회복하기 위한 것으로 근로계약에서 정한 근로조건이 집단적 의사결정에 의한 기준보다 유리하여 개별적인 계약자유가 실질적으로 기능하는 국면에서 협약자치의 보호영역을 논하기는 어렵다.

 대상 판결 선고 이후 근로계약으로 정한 상여금 기준이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의 동의 절차를 거쳐 삭감한 경우, 변경된 취업규칙은 동의하지 않은 개별 근로자에게 적용될 수 없다는 취지의 판결[창원지방법원 통영지원 2019. 1. 30. 선고 2018가소21596 판결. 이후 항소심(창원지방법원 2019. 11. 21. 선고 2019나52123 판결)은 기각되었고, 상고심(대법원 2020. 4. 9. 선고 2019다297083 판결)에서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확정되었다.]이 최근 확정되었다. 이 사건에서는 취업규칙과 근로계약 간 유리조건 우선의 원칙에 의하여 근로계약상의 상여금 지급기준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근로자의 주장에 대하여, 사용자는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의 절차조항인 근로기준법 제94조의 효력을 주장하면서, “상여금 부분은 개별적 근로조건 약정이 아니고, 전체 근로자에게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근로조건을 근로계약서에 기재한 것에 불과하다”고 반박하였다. 즉, 같은 근로조건에 대하여 ‘취업규칙과 별도의 근로계약으로 정하였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어 다투어졌다.

 이에 대해 법원은 “어떠한 근로조건에 관해 취업규칙과 근로계약이 각기 다르게 정하고 있다면, 취업규칙이 근로자에게 보다 유리하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근로계약이 우선 적용된다고 보아야 한다.”,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해당 근로자의 기존 근로계약이 취업규칙이 정한 대로 당연히 변경된다거나 그 취업규칙 중 근로계약과 상충되는 부분이 기존의 유리한 근로계약에 우선하여 적용된다고 할 수 없다.”라고 판단하였다. 이 같은 판시는 취업규칙과 근로계약 사이의 유리조건 우선의 원칙이 적용되며 이는 근로계약에서 취업규칙과 별도로 근로계약에서 근로조건을 명시하고 있는 경우에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의 집단적 동의절차를 거쳤다 하더라도 동의하지 않은 개별 근로자에게는 효력이 없다는 대상 판결의 취지와 거의 유사하다. 나아가 “취업규칙은 근로자의 근로조건과 복무규율에 관한 기준을 집단적·통일적으로 설정하기 위하여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작성한 것인데 반해, 근로계약은 사용자와 근로자의 합의에 기초한 것”이라고 하여, 근로조건 당사자 대등결정의 원칙을 근본적으로 전제하여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작성하는 사업장 내 복무규율에 불과한 취업규칙은 근로계약보다 유리한 경우에 한하여 보충적으로 적용된다는 취지를 설시함으로써, 취업규칙의 본질에 대하여도 보다 명확한 입장을 표명하였다.

 그 외 최근 하급심에서 공공기관에서 임금피크제를 도입함에 있어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절차를 거쳐 취업규칙변경으로 시행한 데 대하여, 근로계약으로 정해진 임금을 근로자의 개별동의 없이 취업규칙으로 변경하는 것은 동의를 거부한 근로자에게 효력이 없다는 취지의 임금청구사건에서, “연봉계약 또는 근로계약에서 별도로 임금약정을 한 정황이 없다”는 이유로 기각 판결이 선고(서울고등법원 2020. 7. 17. 선고 2019나203809 판결)되기는 하였으나, 해당 사안에서도 역시 ‘개별 근로계약이 체결되었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이 되어 다투어진 바 있다.

 일련의 후속 판결들은 대상 판결로 인하여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의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를 얻도록 하는 근로기준법 제94조를 무력화하여 적어도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시 모든 경우에 개별 근로자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결과가 발생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대상 판결로 인하여, 그간 하급심에서 다투어져 온 취업규칙과 근로계약 사이의 상충문제에 대하여 근로조건 당사자 대등결정의 원칙의 차원에서 해결을 도모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변화라 사료된다.

 대상 판결은 근로기준법 제97조와 제94조의 법문 해석의 한계를 벗어난 것으로 보이지 않으며, 오히려 제4조를 바탕으로 양 규정의 조화를 적절히 꾀하고 있다. 동일 사안에 대한 명시적인 선례가 존재하지 않아 해석상 혼란을 야기하기는 하였지만, 같은 쟁점에 대한 후속 판례들에서 확인되고 있듯이 대상 판결은 취업규칙과 근로계약의 관계에 대한 보다 체계적이고 정립된 기준을 만들어 가는 과정의 발현이자,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작성하는 현행 취업규칙 제도의 난점을 극복하려는 시도로 일응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진다.

양정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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