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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념] 초보 변호사의 다짐
지금에 와서 되돌아볼 때는 행복한 고민에 지나지 않지만, 학부 시절을 마치고 법학전문대학원을 갈 것인가 여부가 가장 큰 고민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한때 학문으로서 관심을 가졌던 것에 불과하였던 법학이라는 옷이 내가 평생 입을 옷으로 맞을지 맞지 않을지 나 스스로 확신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주위 사람들의 조언을 얻고 싶은 마음에, 친구 녀석의 집 근처로 무작정 찾아가서 나의 고민을 털어놓았다. 사실 고민에 대한 대답은 나 스스로가 정해 놓은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내 고민을 친구에게 털어놓는 순간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 명확해졌으니. 

부산고등법원에서의 일이었다. 앞 재판이 일찍 끝나 잠시 다음 재판의 당사자들을 기다리고 있는데, 10년 전 군대에서의 잘못된 처우로 시력이 상실 되었다고 주장하는 당사자가 자신의 재판이 지나갔음에 불구하고 재판정에 나타났다. 다음 재판 사이에 시간적 여유가 있었던 지라, 재판장님은 그 당사자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이미 자신의 재판이 끝난 상황에서 그는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재판부를 향해 쏟아냈다. 물론 재판장님을 비롯하여 방청석에 앉아 있던 사람들조차도 그가 하는 이야기는 자신이 원하는 결과와는 동떨어진 한풀이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쉽게 알 수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재판장님이 그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세상에 자신의 억울한 사정을 토해낼 수 있었던 것이다. 

나도 과거에 스스로의 고민에 대한 대답을 알고 있었기에, 고민을 나눌 사람이 필요한 것이었지, 고민에 대한 명쾌한 해답을 가르쳐 줄 사람이 필요한 것이 아니었던 것처럼, 당사자들이 소송을 하는 이유도 자신의 작은 이야기에도 귀 기울여 줄 사람이 필요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변호사 생활이 얼마 되지 않았지만 옛날에 소송(訴訟)을 청송(聽訟)이라 한 이유를 알 것 같다. 분쟁의 해결은 결국 사건관계자의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 출발하는 것일 텐데, 하루하루를 당일 써야 하는 서면과 씨름하다 보면, 기록에 파 묻혀 법리만을 읽어 내려하고 당사자들이 진정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제대로 들어 주지 못하고 놓치는 것이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다산 정약용은 목민심서에서 ‘재판은 성의를 다하는 데 있다(聽訟之本 在於誠意).’고 하였다. 당사자의 이야기를 잘 듣고, 당사자의 마음을 읽어 내는 등 매사 성의를 다하고자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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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주 변호사
변호사시험 제3회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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