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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수사 참여 해프닝


 의뢰인이 경찰 수사 단계에서 변호인을 선임할 경우 변호인이 서면 작업만 하기로 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의뢰인은 자신이 경찰에서 조사를 받을 때 변호인이 참여하기를 바란다.

 주지하듯이, 피의자의 변호인의 조력을 받기 위한 권리는 피의자의 구속 여부를 떠나 오래전부터 피의자의 기본권으로 인정되어 왔고(헌재 2004. 9. 23. 2000헌마138, 판례집 16-2상, 543, 544), 최근에는 변호인의 변호권도 헌법상 기본권으로 인정되었다[헌재 2017. 11. 30. 2016헌마503, 판례집 29-2하, 224(전원재판부)]. 최근의 헌재 판례는, 변호인의 변호권이 피의자의 단순한 조력을 위한 차원을 뛰어넘어 이를 실현하는 수단으로 평가되어 기본권의 보호영역 안으로 들어왔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그러나 실무상 피의자의 변호인의 조력을 받기 위한 권리 및 변호인의 변호권이 제대로 보장받고 있는지 의문일 때가 있는바, 拙者가 최근 겪었던 일을 소개하고자 한다.

 의뢰인은 경찰에서 자신을 소환하자, 급하게 변호인을 선임했다. 그리고 얼마 후 경찰로부터 소환 관련 연락을 받았다. 법률사무직원이 경찰과 통화했으나 특정일에만 조사가 가능하다고 하여, 내가 직접 경찰에 전화를 걸어 참여 일정을 조율하고자 하였으나 변화가 없었다. 그 과정에서 매우 불쾌한 말을 들었다. 수사관은 ‘자신(수사관)이 변호인의 일정에 맞출 필요가 없고, 출석요구서를 보내겠다’고 했고, 나는 ‘보통은 변호인의 일정에 맞추어 주지 않느냐’며 일정 조율 의사를 내비쳤다. 그러나 돌아오는 말은 “그러면, 그런 수사관에게 조사받으세요.”라는 것이었다.

 이 말을 듣자마자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심장이 빨리 뛰기 시작했다. 다른 수사관에게 보내 줄 것도 아니면서 그런 말을 하며 비아냥댔던 것과 그런 말을 들었다는 사실 자체로 너무나도 굴욕적이고 수치스러웠다.

 곧바로 해당 경찰서 청문감사관실에 이를 알리고, 문서 작성에 들어갔다. 첫째는 변호인의 일정이 맞지 않으므로 피의자는 출석할 수 없다는 불출석사유서, 둘째는 변호인의 참여가 가능한 일정에 조사를 시행하여 줄 것을 요구하는 변호인요청서, 셋째는 담당 수사관이 피의자의 변호인의 조력을 받기 위한 권리 및 변호인의 변호권을 침해하였으므로 담당 수사관의 교체를 요구하는 기피신청서, 마지막으로 시정요구서를 오전 내내 작성했다. 그리고 오후에 불출석사유서와 변호인요청서는 해당 팀에, 기피신청서는 당해 경찰서 청문감사관실에, 마지막으로 작성한 시정요구서는 상위 경찰청 청문감사관실에 제출했다.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그로부터 이틀 뒤에 다시 경찰로부터 전화가 왔다. 변호인의 참여가 가능한 날짜로 조사 일정을 변경해 주겠다는 것이었다.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었다. 조사 일정의 변경이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변호인과 상의해서 정하면 그만이다.

 조사 일정은 변경되었고, 의뢰인에 대한 조사는 팀장이 했다. 조사를 마치고 팀장은, 본래 담당 수사관이 따로 있는데, 사정이 있어 다른 수사관이 조사하게 되어 발생한 일이라며 에둘러 말했다. 해당 팀의 특별한 사정으로 인한 해프닝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일들을, 단순한 해프닝으로 치부하여서는 안 될 것이다. 왜냐하면 이러한 일이 생겨난 원인을 불문하고 그러한 말을 한 것은 엄연히 피의자와 변호인의 기본권을 침해한 위헌적인 처사이기 때문이다.

 나의 요구가 터무니없는 것도 아니었다. 담당 수사관은 의뢰인이 조사 일정을 여러 차례 바꾸었으므로 더 이상 조율이 어렵다고 하였으나, 나와의 조율은 처음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행정안전부령 제233호로 2020. 12. 31. 제정되고, 2021. 1. 1.부터 시행된 경찰수사규칙 제2조 제2항에 의하면 “사법경찰관리는 형사소송법 및 검사와 사법경찰관의 상호협력과 일반적 수사준칙에 관한 규정 등 관계 법령을 준수하고 적법한 절차와 방식에 따라 수사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검사와 사법경찰관의 상호협력과 일반적 수사준칙에 관한 규정(대통령령 제31089호로 2020. 10. 7. 제정되고, 2021. 1. 1. 시행) 제19조(출석요구) 제2항에 의하면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피의자에게 출석요구를 하려는 경우 피의자와 조사의 일시· 장소에 관하여 협의해야 한다. 이 경우 변호인이 있는 경우에는 변호인과도 협의해야 한다.”고
명백히 정하고 있다.

 이는 피의자의 변호인의 조력을 받기 위한 권리 및 변호인의 변호권을 제대로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특정한 날에만 출석하라는 경찰의 요구는, ‘협의’가 아닌 ‘통보’로서 검사와 사법경찰관의 상호협력과 일반적 수사준칙에 관한 규정 제19조 제2항을 위반한 것이다.

 피의자가 위 규정을 악용(내지는 남용)하는 사례도 분명히 있을 것이며, 수사기관의 입장에서도 분명히 경계해야 할 사항임에는 분명하다. 그러나, 내가 겪은 사례에서는 발생하지 말았어야 했다. 변호인이 선임되고 ‘처음’ 조사 일정을 잡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담당 수사관이 위 규정을 몰랐다고 생각하고 싶다. 검 · 경 수사권 조정이 이루어지고 시행되고 있는 요즈음, 경찰 내에서도 수사 절차상 피의자 및 변호인의 기본권에 대한 교육이 사전에 반드시 이루어지고 숙지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위 규정이 유명무실해지는 상황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 본다.
 

안갑철 변호사
● 법무법인 감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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