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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끄러미, 하염없이> 무용 공연 참여기
  • 한혜윤, 최은정
  • 승인 2021.07.05 21:44
  • 호수 604
  • 댓글 0


 저희 한혜윤, 최은정 변호사는 지난 2021. 5. 18. 전문무용수들과 함께 이화여자대학교 삼성홀에서 이화여자대학교 무용과 조기숙 교수님의 컨템퍼러리 발레 공연 <물끄러미, 하염없이>에 참여하였습니다. 무용 공연에 변호사들이 참여하였다는 제보를 받은 서울지방변호사회 공보팀에서 저희에게 연락을 주셔서 저희의 소회를 담은 글을 함께 기고하게 되었습니다.

 변호사로서 무용과 교수님 및 전공자들과 함께 700석 객석의 대극장 무대에 선다는 것은 드문 일인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공연 소식을 들은 분들이 저희에게 궁금해하는 점들이 많았습니다. 본 <회원의 상념>을 통해, 저희가 공연을 준비하며 받았던 질문들을 인터뷰 형식으로 답변해 보았습니다(이하 ‘최’는 최은정 변호사, ‘한’은 한혜윤 변호사의 답변).
 

◆ 이화여자대학교 무용과 컨템퍼러리 발레 공연 <물끄러미, 하염없이>에 어떻게 참여하게 되었는지? 

  : 우연히 한혜윤 변호사님과 식사 중에 춤을 배워 보고 싶다는 얘기를 했습니다. 몸으로 창의력을 발휘하는 일을 하면 좋을 것 같았거든요. 그랬더니, 한 변호사님의 언니분께서 비전문무용수들과 함께 작업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걸 알게 됐고, 제가 참여 의사를 밝히고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 둘째 언니가 무용을 전공하고 대학에서 가르치고 있는데요, 스승이신 이화여자대학교 무용과 조기숙 교수님께서 ‘세상을 춤추게 하라’는 무용철학을 갖고 계시다고 합니다. 그 무용철학을 실천하고자 비전공자들과 함께 하는 무용 공연, <몸 이야기 II-몸이 나에게 말하다>를 준비하던 언니가 혹시 제 주변에 이런 작업에 참여하면 좋아할 친구들을 추천해 달라고 하여 최 변호사님을 비롯한 동료변호사님들과 함께 2021. 2. 21. 서강대학교 메리홀에서 <몸이야기 II> 공연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이 공연을 보신 이화여자대학교 무용과 조기숙 교수님께서 저와 최 변호사님에게 당신 작품 <물끄러미, 하염없이>에 함께 하자고 제안을 하셔서 인생에서 다시 잡기 어려운 기회라고 생각하고 용기 내어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 <물끄러미, 하염없이>는 어떤 작품인지?

  : 생각을 비우고 ‘몸’으로 돌아가자는 것이 본 공연의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물을 ‘물끄러미’ 관조하고, ‘하염없이’ 걸음으로써 몸으로 하는 사색과 성찰을 보여 주려고 했던 작품입니다. 이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모든 움직임이 매우 명상적이라고 느꼈었는데, 한 변호사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네, 개인과 사회 전반에 함께 성찰하자는 명상의 메시지를 담은 작품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물끄러미, 하염없이>는 모든 움직임이 무용이고 예술이라고 바라보는 컨템퍼러리 발레작품인데요, 안무가이신 조기숙 교수님께서는 춤은 ‘몸과 마음의 자유를 찾는 길’이라고 생각하시는데, 어느새 주제와 표현 때문에 ‘몸’이 아닌 ‘머리’로 춤을 추고 있는 당신을 발견하게 되셨다고 해요. 그래서 나를, 머리를 내려놓고 사물을 있는 그대로 ‘물끄러미’ 바라보고 ‘하염없이’ 걷는 작품을 통해 세상을 관조하면서 자기정화와 문명 성찰을 하고 싶으셨다고 합니다.
 

◆ 변호사로서 춤을 춘다는 것의 의미는?

  : 변호사의 경우, 모니터 뒤에 앉아 ‘머리’를 사용하는 일이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몸’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싶고 ‘몸’을 이용한 창조적인 활동들을 하고 싶다는 욕구를 많이 느꼈던 것 같습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물끄러미, 하염없이>는 ‘머리’를 내려놓는 것이 매우 중요했는데, 이러한 본 공연의 주제에 크게 공감했습니다. ‘몸’ 그 자체도 그 만의 욕구 또는 욕망이 있는데, 자주 무시하는 것 같았거든요.

  : 아무래도 저희가 가만히 앉아 있는 시간이 길다 보니 몸을 돌보는 시간이 꼭 필요한 것 같아요. 더불어 저는 춤이 변호사로서 좋은 성찰의 기회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제가 다른 사람의 감정에 공감을 잘 하는 편인데, 변호사로 일하면서 그런 점이 때로는 저 자신을 많이 괴롭게 하는 원인이 되더라고요. 그런데 ‘춤’, 정확히는 ‘몸’에 집중하다 보니 우선은 저 자신을 돌보고, 저와 타인과의 사이에 바람이 통하는 건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사건을 바라볼 수 있는 시간적, 공간적 여유가 생기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저에게 춤은 성찰의 시간입니다.
 

 

◆ 가장 기억에 남는 움직임은?

  : 이번 공연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움직임은, 모순되게도 ‘움직임이 없음’이었습니다. 공연을 여는 장면에서, 모든 무용수는 약 7분 가량 한 곳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어떠한 움직임도 하지 않습니다. 미니멀한 움직임을 보여 주고 싶으셨던 안무가님의 주문에 따라, 음악이 흐르고 스크린에 파도가 치면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사실 가만히 있는다는 게 정말 쉬운 일은 아니더라고요. 7분간 이렇게 ‘부동’의 상태를 유지하려면, 내 몸이 어떠한 자세를 취할 때 가장 편한지 골똘히 고민해야 했습니다. 다리를 펴는 게 좋을지, 팔로 내 상체의 무게를 버틸 수 있을지 여러 자세를 취해 보고 최적의 자세를 찾게 되었습니다. 공연날에도 나의 신체 컨디션에 무척 예민하게 신경을 써야 했고, 내 몸의 소리에 공연 직전까지 귀를 열어 놓아야 그 7분을 버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고민을 했는데도, 공연 직전에 저녁을 많이 먹었더니 배가 너무 불러서, 스크린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무척이나 힘들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웃음).

  : 저는 각 장마다 인상 깊은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작품의 1장 ‘물끄러미’에서 객석을 가만히 응시하다가 시선을 천천히 이동시켰는데, 그 부동 혹은 느림 덕분에 평소에는 인식하지 못하였던 제 몸의 미세한 움직임들을 예민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천천히 이동한 그 시선의 끝에서 저의 삶의 시작부터 현재까지의 일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갔는데, 마치 제3자가 멀리서 저의 삶을 바라보는 것처럼 담담하면서도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이 들기도 하였습니다. 이렇게 잠시 멈추어 삶을 바라본 후 2장 ‘하염없이’에서는 출연진이 계속해서 걷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여러 방향으로 교차하여 지나가는 무용수분들의 걸음이 각자의 삶의 무게를 담아 깊게 다가왔던 것 같습니다. 저 역시 하염없이 걸어가다가, 주저앉았다가, 다시 걸어가는 움직임을 통해 어려움에 부딪혀도 가치를 지키며 꿋꿋이 걸어가야겠다는 다짐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 무용 공연 참여 전후로 자신에게 혹은 삶에 달라진 점이 있나요?

  : ‘춤을 추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미 가지고 있는 것으로부터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는 것은 좁은 문을 통과하기 위해 치열하게 살아왔던 제 삶을 위로해 주었습니다. 앞으로의 나날도 좀 더 다양한 색으로 채워지길 기대해 봅니다.

  : <물끄러미, 하염없이> 공연 준비 과정은 공연연습과 더불어 교수님께서 소매틱 기반의 릴리즈 테크닉(Somatic based Release techniques)을 기반으로 지도해 주시는 무용 워크숍으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워크숍을 통해 타인의 몸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소통하는 법을 배우게 된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워크숍 시간 중에 무용수분들과 손이나 발 등을 맞대고 상대의 몸에 집중하면서 함께 움직이는 시간이 있었는데, 언어에 의한 의사소통 없이도 서로의 움직임이 연결되고 호응하는 것을 체험하면서, 비언어적인 소통의 힘이 대단하다는 것과 실은 우리 모두가 그 대단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얼마 전 재판을 가다가 길을 잃은 외국인 여성분을 만나 법률구조공단까지 안내하여 드린 적이 있는데요, 그 여성분이 한국어를 모르시고 청각언어장애를 겪고 있어 우리가 소통할 방법은 몸짓밖에 없었지만 그분의 상황, 진행 중인 사건, 이후 필요한 절차에 대해서 소통할 수 있었습니다. 법조인의 역할은 누군가의 사연과 고통을 온몸으로 경청하고 건강하게 호응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는데요, 공연 참여를 통해 저에게 제3의 소통의 채널이 열리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 못다 한 이야기

 본 기고문을 마무리하면서 지면을 빌려 감사의 인사를 전하여 드리고 싶은데요, 저희가 비전공자임에도 당신의 무용 공연에 선뜻 초대하여 주시고 지도하여 주신 조기숙 교수님께 깊이 감사드리고, 비전공자인 저희를 열린 마음으로 받아 주시고 저희의 이야기에 늘 귀를 기울여 주신 멋진 무용수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함께할 수 있어 큰 영광이었습니다!
 

     한혜윤 변호사           최은정 변호사
    ●법무법인 두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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