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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전처분에서의 변론기일과 심문기일


 사회가 변화하며 다양한 법률관계가 등장하고 분쟁의 양상 또한 다변화되면서 기존의 일반적인 가압류, 가처분과는 다른 형태의 가처분이 실무상 많이 이용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으로는 직무집행정지가처분, 총회·이사회개최금지가처분, 결의효력정지가처분, 지식재산권침해금지가처분(특허·실용신안·상표와 상호·디자인·저작권 등), 부정경쟁행위금지가처분, 공사금지가처분, 인도·철거·수거단행가처분 등을 떠올릴 수 있겠습니다. 이 가처분들은 임시의 지위를 정하기 위한 가처분(민사집행법 제300조 제2항)에 해당하는데, 보통 본안 판결을 통하여 얻고자 하는 내용과 실질적으로는 동일한 내용의 법률관계를 형성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므로 이를 ‘단행가처분’ 또는 ‘만족적 가처분’이라 부르고 있습니다.

 통상적으로 보전처분 신청에 대한 심리는 보전처분의 신속성과 기습성을 위하여 서면심리만으로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는 가압류와 다툼의 대상에 관한 가처분의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임시의 지위를 정하기 위한 가처분은 그 결과만으로 채권자가 본안 판결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결과를 형성하는 효력이 있기 때문에 그 중요성을 감안하여 가처분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사정이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변론기일 또는 채무자가 참석할 수 있는 심문기일을 열도록 되어 있습니다(민사집행법 제304조).

 보전처분의 심문절차를 처음 진행하는 경우라면 다소간의 혼란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 심문절차는 변론과는 성질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심문절차에는 변론에 관한 민사소송법의 일반 규정들이 준용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변론종결과 심문종결은 다릅니다. 변론종결과 달리 심문이 종결된 이후에도 결정이 있기 전까지는 얼마든지 소명자료를 제출할 수 있고, 심지어 신청의 취지, 원인을 변경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당사자가 심문기일에 출석하지 않았다고 하여 기일해태의 효과가 생기지 않으며, 상대방이 불출석한 경우라 하더라도 미리 서면주장에 기재하지 않은 사항을 주장할 수 있습니다. 서증의 번호를 표시할 때 ‘증명’을 해야 하는 소장 및 준비서면의 경우와 달리, 보전처분 심리를 위한 서면에는 ‘소명’을 한다는 뜻으로 ‘소 갑 제OO호증’이라고 표시하는 것은 많은 변호사들께서 익숙한 사항일 것입니다.

 변론은 임의적 변론입니다. 변론을 열 것인가의 여부는 법원의 재량에 달려 있습니다. 변론기일과 심문기일을 병행하든, 한 가지만 선택하든 진행 형태는 법원이 적절하다고 인정하는 방식을 취합니다. 그러나 증인이나 당사자에 대한 신문이 필요한 경우라면 변론기일을 통해 진행합니다. 보전소송에서는 일반 소송절차에 관한 민사소송법 제134조 이하의 규정이 준용됩니다(민사집행법 제23조 제1항). 단, 신속성·기습성의 필요와 같은 보전소송의 특성에 비추어 준용되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재판상 자백간주(민사소송법 제150조), 쌍방 불출석에 의한 소취하 간주(민사소송법 제268조), 준비서면 및 변론준비절차 (민사소송법 제272조 내지 제287조), 변론의 갱신(민사소송법 제204조), 변론의 종결과 재개에 관한 규정(민사소송법 제142조) 등은 보전소송의 변론절차에서는 준용되지 않습니다.

 종종 법정에서 보전처분의 심리절차를 본안소송에서의 일반 변론절차와 순간적으로 헷갈려하시는 경우를 뵙기도 합니다. 변호사마다 주로 접하는 업무의 영역이 다르므로 관련 사건을 담당하지 않았다면 보전처분으로 인한 변론기일 또는 심문기일의 진행은 상대적으로 낯설 수 있습니다. 생소한 경우라 하더라도 대부분의 변호사들께서는 관련 규정과 재판부와의 의사소통 등을 통해 원활하게 업무를 처리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다만, 보전처분에서의 변론기일과 심문기일의 법정 풍경을 간략히 익혀 두신다면 생소함으로 인하여 법정에서 예기치 못한 어려움을 겪는 일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주성완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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