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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택 성악가 인터뷰


Q. 안녕하세요. 지난달 ‘팬텀싱어 올스타전 갈라 콘체르토’ 공연을 마치셨는데, 소감이 어떠신가요?

 안녕하세요, 김주택입니다. 사실 공연 당일에는 열시 반까지 공연을 하고, 집에 와서도 벅찬 감정에 잠을 잘 못 이뤘습니다. 제가 <팬텀싱어 2>에 출연하고 4년이 지나서 올스타전을 진행한 후에 갈라 공연으로 마무리한 것인데, 한 마디로 졸업연주를 하는 느낌이었어요. 군대 제대하듯이 약간 시원섭섭한 느낌도 나고, 어떤 면에서 한 장을 마무리했고, 다음 장이 시작되겠구나 하는 생각에 설레기도 하고, 또 대면 공연으로 관객분들을 뵙는 것 자체가 감격스러웠어요.
 

Q. 2009년 데뷔 후 정통 성악가로 유럽 오페라 무대에서 승승장구하시다가 2017년에 <팬텀싱어>에 출연하셨는데요, 클래식 음악 대중화를 위해 나서야겠다고 생각하신 특별한 계기가 있으셨나요?

 중학교 때까지만 해도 록발라드 가수가 꿈이었어요. 그냥 노래하고 박수받는 게 좋았죠. 그런데 어머님이 성악을 전공하셨고, ‘정명훈 선생님 같은 유명한 아티스트가 되어라’라는 가르침을 계속 받다 보니 성악가의 길을 걷게 된 거죠. 그러다가 2016년, 베니스 라 페니체 극장에서 오페라 ‘세빌리아의 이발사’의 피가로 역으로 출연하던 때였어요. 낮 공연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베니스 운하를 바라보며 이어폰으로 Josh Groban의 ‘Mi Mancherai’라는 크로스오버 곡을 들었어요. 네가 보고 싶을 거야 하는 아련한 느낌의 이탈리아어 곡인데, 노을 진 베니스의 운하 풍경 덕도 있었겠지만 모든 게 다 어우러져서 마음을 툭 건드는 감동이 느껴졌어요. 마침 똑같은 무대, 반복되는 공연에 약간의 회의감을 느끼던 때였는데, ‘아, 나도 이렇게 오페라라는 장르를 확장시켜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노래를 부르고 싶다’ 하는 깨달음이 왔어요. 제가 진정 원하는 것을 알게 된 거죠.
 

Q. 그렇다면 <팬텀싱어> 이전과 이후를 비교하면 어떠신가요?

 제가 고 3때 이탈리아로 가서 공부를 시작했어요. 그 나이 또래의 평범한 대학생활을 포기하고 갔던 거죠. 성악가의 꿈만을 바라보고 모든 것을 투자하면서 10년이 지나다 보니 마음속에 구멍이 컸어요. 사람이 고프기도 했고, 또 클래식 대중화에 나름의 역할을 하고 싶어서 출연을 결심했죠. 지금은 구멍이 꽉 채워진 느낌이에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카메라 앞에 서는 것이 더 적성에 맞는 것 같기도 하고요. 미라클라스 멤버들이 ‘주택이 형은 카메라에 빨간 불만 들어오면 부캐가 된다’고 하더라고요(웃음). 물론 시행착오는 많이 겪었어요. 주변에서 ‘김주택이 오페라는 그만뒀나 보다’ 하는 이야기까지 들렸으니까요. 하지만 <팬텀싱어> 출연 후에도 이탈리아와 한국을 오가면서 정통 오페라 공연도 꾸준히 진행했고, 오페라와 크로스오버 활동을 병행할 수 있는 길을 찾았어요. 예전에는 앞만 보고 달리는 경주마였다면, <팬텀싱어>를 통해서 눈가리개를 벗어던지고 시야가 넓어진 느낌이랄까요.
 

Q. 작년 코로나19 바이러스 유행 초기에 이탈리아가 특히 큰 피해를 입었지요. 성악가님께는 제2의 고향이나 마찬가지인 곳인데, 개인적으로도 어려움이 많았을 것 같습니다.

 그렇죠. 제가 작년 2월 말까지도 베니스에서 오페라 ‘사랑의 묘약’을 공연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팬데믹이 시작되면서 5회 공연 중에 마지막 공연이 취소되고, 급거 귀국한 후에 아직 이탈리아를 못 가고 있습니다. 사실은 작년 4월부터 11월까지 영국 투어 공연도 잡혀 있었고, 개인적으로도 여러 가지 계획이 있었는데, 다 취소될 수밖에 없었죠. 이탈리아에 있는 지인들, 후배들 걱정에 마음이 너무 아팠고요. 다행히 백신이 보급되면서 유럽 상황은 이제 많이 안정화되었다고 하고 섭외 요청도 들어오고 있어요. 내년에는 국내 활동을 더 활발히 하면서 유럽 무대 출연도 병행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Q. 클래식의 대중화에 뜻이 있으셨고, 작년에 코로나19로 인한 새로운 형태의 공연을 경험하시면서 고민이 더 많아지셨을 것 같습니다. 무관중 온라인 공연에 적응이 좀 되셨는지요?

 작년 여름까지의 공연은 다 취소되어 버렸고, 8월쯤 제주관악축제가 그나마 취소되지 않고 온라인 공연으로 진행됐어요. 누구나 다 아시는 명곡인 ‘MY WAY’를 불렀는데, 노래가 끝난 뒤 박수와 함성이 없는 게 너무 어색하고 당황스러웠습니다. 이후에 다른 온라인 공연에서는 웹캠으로 관객 반응을 촬영해서 실시간으로 화면에 보여 주고 박수소리도 들려 주니 조금 나아졌어요. 온라인 공연을 위한 장비나 기술이 빠르게 자리를 잡고 관객분들도 적응을 하신 거죠. 최근에는 대면 공연도 조금씩 하고 있는데, 관객분들이 마스크를 쓰고 함성도 못 지르고 가만히 앉아만 계셔야 하니 안타깝더라고요. 한편으로는 현장에서 박수소리를 직접 듣는 것만으로도 감동적이었고요. 머잖아 상황이 안정되어서 다시 대면 공연이 활발해지리라고 믿지만, 팬데믹을 버텨 내면서 얻은 노하우도 계속 활용을 해야겠지요. 클래식 공연계에서도 대중들의 호기심을 유발할 수 있는 새로운 온라인 콘텐츠를 개발해야 하지 않을까요.
 

Q. 그러고 보니 성악가님도 어엿한 유튜버이시지요. 작년에 ‘노래하는 주택’ 채널을 개설해서 위로가 되는 노래들을 많이 업로드해 주셨고, 최근에는 ‘미라클라스의 저스트텐미닛’ 채널을 통해서 활발히 활동 중이시고요.

 네. 작년에 여러분들께 힘이 되어 드릴 수 있는 일이 무얼까 고민하다가, 다양한 장르의 커버곡들을 불러 노래하는 주택 채널에 업로드했지요. 그런데 <팬텀싱어 올스타전>에 출연하면서부터는 따로 시간을 내기가 어려웠고, 올스타전을 계기로 미라클라스가 다시 주목을 받다 보니 미라클라스 채널에 더 집중하게 되었어요. 사실 미라클라스 멤버들과 함께 하는 촬영이 더 재미있기도 하고요(웃음). 물론 노래하는 주택 채널도 계속 운영할 겁니다. 이번 달에 새로운 영상을 업로드할 테니 기대해 주세요.
 

Q. 성악가는 가사를 명확히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고 하셨지요. 그런데 오페라는 뮤지컬과 달리 외국어로만 공연되다 보니 가사가 와 닿기 힘들고, 아무래도 접근성이 떨어지는 것 같아 아쉽습니다.

 국내에서도 오페라 도입 초창기에는 우리말로 번역한 공연이 많이 시도되었어요. 그런데 오페라는 영어도 아니고 이탈리아어나 독일어 등 유럽 언어가 대부분이다 보니, 그 당시 번역 기술도 부족해서 실패했던 것으로 알아요. 개인적으로는 오페라도 작곡가의 의도를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우리말로 자연스럽게 잘 번역해서 공연한다면 뮤지컬처럼 흥행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현실적으로는 스타 마케팅도 필요하고 투자되는 자본의 규모도 문제인데, 제가 더 영향력 있는 사람이 되어서 꼭 그런 기획을 해 보고 싶어요. 그리고 우리말로 된 창작 오페라들도 꾸준히 발표되고는 있는데, 이야기의 소재 등 몇 가지 측면에서 아직은 대중들의 주목을 받지 못하는 것 같아서 아쉬워요. 기회만 닿는다면 창작 오페라에도 출연해서 오페라 문화의 대중화에 일조하고 싶습니다.
 

Q. 문외한이 입문하기에 좋은 오페라를 추천해 주신다면요?

 예전에 광고에 나왔던 “시간 좀 내주오~ 갈 데가 있소~” 했던 곡 아시지요? 오페라 ‘리골레토’에 나오는 여자의 마음(La donna è mobile)이라는 아리아예요. 꼽추인 궁정 광대 리골레토의 이야기인데, 비극이긴 하지만 귀족들의 문란한 행위를 속 시원하게 풍자하는 내용이고, 스펙터클한 면도 있어요. 참 좋은데, 보시면 안다고밖에는 설명을 못 하겠네요(웃음). 리골레토는 제가 가장 맡아 보고 싶은 역할이기도 해요. 바리톤 음역대가 주인공을 맡을 수 있는 오페라가 많지 않은데, 그중 하나이거든요. 리골레토가 딸도 있고, 남자의 중후함을 표현하는 역할이라 제가 맡기는 일렀죠. 이제 결혼도 했으니 아버지 역할에 좀 더 감정이입이 가능하지 않을까요(웃음).
 

Q. ‘성악가는 컨디션 관리가 진짜 실력이다’라는 말씀을 하셨더라고요. 변호사도 나름대로 법정이라는 무대에 서서 말로 변론하는 직업이다 보니 중요한 재판을 앞두고는 컨디션 관리, 목 관리가 필요한데요. 관리의 비법을 살짝 알려 주실 수 있을까요?

 컨디션 관리에 앞서서 멘탈 관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멘탈은 철저한 준비에서 나오고요. 무대에서는 내가 무얼 하는지 모르거든요. 거의 무의식 상태로 연습한 것이 툭 툭 나오는 거지요. 연습이 부족하면 티가 날 수밖에 없어요. 공연은 시간의 예술이라고 생각해요. 시간이 흐르지만 편집은 안 되지요. 재판에서의 변론도 마찬가지겠지요. 목 관리 팁을 드리자면, 일단 잠을 충분히, 여덟 시간 이상 주무셔야 해요. 성대도 근육이니까 회복 시간이 필요하거든요. 그리고 (자연스럽게 성악 발성으로 바꾸며) 복식! 호흡으로! 말씀을 하시면 성대에 무리가 덜 가요. 저는 도라지 엑기스, 오미자, 배즙, 비타민도 많이 챙겨 먹습니다. 추천해 드리고 싶은 영양제도 있는데, 다음에 따로 알려 드릴게요(웃음).
 

Q. 작년에 변호사이신 신부님과 아름다운 결혼식을 올리셨지요. 직접 부르신 축가 영상도 화제가 되었고요. 곁에서 변호사의 삶을 지켜보며 특별히 느끼신 점이 있으실까요?

 네. 사실 아내를 만났다는 점 단 하나만으로도 <팬텀싱어> 출연은 저에게 ‘신의 한 수’였어요. 서로 존중하면서, 정말 행복한 신혼생활을 보내고 있습니다. 아내도 무용을 전공하다가 변호사가 되었지만, 변호사의 삶은 예술가인 저와는 완전히 다르더라고요. 처음에는 정말 당황스러웠어요. 저는 나름대로 논리적이고 말도 잘 하는 줄 알았는데, 아내를 만나고 나서 그렇지 않다는 걸 알게 됐어요(웃음). 저는 아내를 만난 후에 성격부터 MBTI 유형까지 바뀌었어요. 논리정연한 쪽으로 바뀌었고, 또 준법의식도 더 철저해졌다고 할까요? 자연스럽게 영향을 받더라고요. 요즘은 아내가 재택근무를 하니까 하루종일 일하는 것을 옆에서 보는데, 업무상 통화하는 것만 들어 봐도 와... 진짜 저는 다시 태어나도 그런 일은 못할 것 같아요. 대한민국 변호사님들 정말 존경한다는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 인터뷰/정리 : 이승훈 본보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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