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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해연 한국연극인복지재단 이사장 인터뷰


Q. 안녕하세요, 이사장님. 배우로서, 그리고 한국연극인복지재단 이사장으로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고 계신데요, 먼저 재단에 관한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연극은 기초예술의 근간이 되는 분야이고, 국민의 문화 향유에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많은 연극인들이 최저생계비 이하의 수입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 지원이 절실한 상황입니다. 한국연극인복지재단은 연극인들이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연극을 포기하지 않고 기본적인 처우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2005년 설립되었습니다. 초대 박정자 이사장, 2대 윤석화 이사장을 거쳐 제가 작년부터 이사장으로 취임하여 최선을 다해 활동 중입니다.
 

Q. 연극인들을 위해 한국연극인복지재단은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요? 이사장으로서 특히 역점을 두고 있는 활동이 있으시다면?

 의료, 일자리, 생계, 역량 강화, 정서 등 연극인을 위한 다양한 지원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연극인 가족을 위해 뜻있는 다수 협력병원과 함께 무료 건강검진, 직접 의료비를 지원하고, GKL 사회공헌재단과 함께 2020도담도담 연극교실을 열어 탈북, 아동 청소년을 대상으로 연극지도 및 작품발표를 통해 재능 발굴의 기회를 제공하기도 했습니다. 연극인 역량 강화를 위한 인문학 강좌, 연극인 아카데미, 연극 워크숍 활동, 그리고 직업 연극인들의 정서적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연극인 마음학교’ 프로그램 운영, 무료법률지원, 연극인자녀 장학지원 사업을 이어 오고 있습니다. 최근 장학사업 일환으로서 <길해연장학금>, <대학로연극인광장장학금>이 지급되기도 했습니다.
 

Q. 재단 활동 중 법조인과 함께 진행하고 계시는 ‘무료법률상담’이 눈에 띕니다. 어떤 활동인지 소개해 주세요.

 2016년부터 건국대 로스쿨 홍완식 교수님의 주도로 뜻있는 변호사님들이 모여 연극인들에게 무료법률상담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10명 내외의 변호사단이 재능기부 형식으로 주 1회 재단 사무실에 방문(현재는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진행), 연극인들에게 법률지원을 하고 있는데, 생계나 정보의 한계 때문에 법적인 조력을 받기 어려운 많은 연극인들에게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Q. 연극인들이 예술 활동에 집중하기 위해 절실하다고 생각되는 것이 있었다면 어떤 것이었을까요?

 경제적 어려움을 감수하더라도 많은 연극인들은 새로운 연극을 만들어 내고 실험하고 창조해 내기를 바라고 소망합니다. 그런데 그런 창조 활동을 펼칠 수 있는 기반과 여건이 너무 부족합니다. 예술 활동에 쏟아야 할 에너지와 시간을 생계유지를 위해 아르바이트에 쏟아부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합니다. 연극인들이 연극 활동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 조성에 힘을 보탤 수 있는 복지재단이 될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연극인자녀 장학금 전달식 - 2021년 2월 22일(좌) / 연극인 무료법률상담 발대식 - 2016년 5월 25일(우)


Q. 더욱 활발한 연극인 지원을 위해, 재단이 앞으로 계획하고 있는 활동이 있다면?

 현재 배우들의 재능기부로 낭독 공연을 진행 중인데, 이런 사업들을 개발하고 확장해서 연극인 일자리 창출과 기금 마련을 하려고 합니다. 또한 공연 연습 중이거나 공연 중인 연극인들에게 한 끼 식사 제공을 위한 사업도 구상 중입니다. 복지 사업과 그 사업들을 실행하기 위한 기금 마련 사업,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사업을 계획하고 있고 실행 중에 있습니다.
 

Q. 이제부터는 배우 길해연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고자 합니다. 최근 JTBC 드라마 <괴물>에서의 좋은 연기에 이어 <로스쿨>에서 한국대 로스쿨 원장 역으로 분해 열연을 펼치고 계십니다. 법과 가까운 역할을 맡으시면서 남달리 느끼시는 바가 있다면?

 <로스쿨> 마지막 회에 제가 맡은 역할인 오정희 원장이 법에 대해 회의적으로 말하는 다른 교수에게 이런 말을 합니다.
“법은 정의로워야 제맛이죠 ”
 짧고 단순한 것만 같은 그 대사가 촬영이 끝나고도 입 안에 뱅뱅 맴을 돌았습니다. 중요한 대사는 대부분 정의의 여신상 앞에서 이루어졌는데, 가려진 눈을 볼 때마다 공정, 정의에 대해서도 많이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Q. 방송, 영화에서도 활동하시지만, 이미 1986년 극단 ‘작은 신화’를 창단하시는 등 오랜 기간 연극무대에서 활약하시고 계십니다. 연극에 대한 남다른 애착이 있으실 것 같은데요.

 대학 졸업을 앞둔 친구들끼리 모여 극단을 창단하고 정말 많은 어려움을 겪으며 연극을 했습니다. ‘사막에 한 초롱의 물을 뿌리는 마음으로!’, 극단 모토를 이렇게 정하면서 저희들끼리도 한참을 웃었습니다. 이미 대단한 변화는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메마른 땅을 잠시라도 적실 수 있다면, 그리고 마르면 다시 뿌리면 된다는 믿음이 저를 여기까지 끌고 온 것 같습니다. 이제는 박정자 선생님 말씀처럼 ‘연극이라는 세상 안에서 얻은 이름’을 가슴에 매달고 연극을 지켜 내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Q.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 있으시다면?

 사실 이 질문을 받은 배우들은 대부분 모든 작품이 다 기억에 남고 소중하다고 답하게 됩니다. 힘들고 괴로운 순간들도 많았지만 매 순간 치열하게 준비하고 공을 들였기에 감히 어느 한 작품을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할 수가 없나 봅니다. 저의 경우는 항상 지금 하고 있는 작품이 가장 우선입니다.
 

Q. 연기를 하시는 데 있어 본인만의 철학이 있으시다면?

 인간을, 세상을 따듯한 마음으로 깊이 들여다보려고 노력합니다. 새로운 역할을 만나 그 인물을 연기하려면 그 인물의 사고와 행동 패턴을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합니다. 이 사람은 왜 이런 행동을 하고 왜 이런 생각을 하는 걸까? 그 ‘왜?’ 라는 질문을, 인물을 이해하려는 입장으로 계속 던지다 보면 어느 순간 저절로 ‘아!’ 하고 무릎을 치게 됩니다. 그 깨달음은 평상시 세상을, 인간을 얼마만큼 깊이 있게 들여다보았는가에서 나오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Q. 배우로서, 이사장으로서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코로나19 영향으로 연극인복지재단에서 계획하거나 추진하려고 했던 일들이 무기한 연기되거나 중단되었습니다. 코로나19가 종식되면 그동안 보류했던 사업들을 추진하고, 힘든 상황에 놓여 있던 연극인들을 위로할 수 있는 사업들도 추진해 보려 합니다. 물론 이 모든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기부금 조성에도 더 힘을 쏟아야 하겠지요.

 배우로서의 계획이라기보다는 배우로서의 각오라 해야 할 것 같은데요, 어떤 배역을 만나든 처음 연기할 때처럼 떨림을, 설렘을 간직하고 늘 새롭게 인물을 창조해내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Q.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원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가 있으시다면?

 ‘법’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당신’ 같은 존재입니다. 살면서 법리를 따져 물을 일이 없기를 바라보지만 그게 뜻대로 이루어지는 일도 아니고요. 이런 어려운 상황에 처한 사회적 약자나 소외계층을 위한 법률적 지원을 통해 사회적 나눔을 실천하고 계시는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원분들께 지면을 통해서나마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연극인복지재단 또한 변호사님들의 법률적 자문 덕분에 곤경에 처한 많은 연극인들에게 도움을 드릴 수 있었습니다.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원 여러분들이 따듯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애쓰시는 것처럼 저희 연극인들은 예술을 통해 사람들에게 온기를 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인터뷰/정리 : 신상진 본보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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