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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장보은 교수 인터뷰


Q. 안녕하세요, 교수님. 약력 및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사법연수원 35기이고, 연수원 수료 후 2006년부터 2017년까지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변호사로 일하다가 2017년 2학기부터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에서 민법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연구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미국 연수 기간에 하버드 LL.M.을 마치고 미국변호사 자격을 취득하였고, 연수 기간 중 6개월은 영국의 Queen Mary Law School에 있었습니다.
 

Q. 학부 때는 저랑 같이 경제법학회 활동을 하셨는데, 민법을 전공하게 된 계기나 이유가 있으신지요?

 경제법학회는 김 변호사님처럼 선배들의 권유로 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학회 활동을 하기 전에는 경제법이나 법경제학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는데, 학회 활동을 하면서 어깨너머로 좀 알게 되었고, 그게 인연이 되었는지 회사에 가서는 공정거래 관련 업무를 많이 하였습니다.

 사실 학부 때부터 민법이라는 과목을 제일 좋아하기는 했는데, 처음부터 민법을 전공해야겠다고 생각하지는 못했습니다. 교수님들을 보면서 천재들만 민법을 공부하는 건 줄 알았거든요. 여담이지만, 당시 같은 과목을 여러 교수님들이 분반을 해서 강의를 하셨는데, 극성스러운 친구들을 만나서 수강하는 교수님 수업 외에 다른 교수님 수업은 청강을 하는 식으로 민법 교수님들 수업은 다 듣다시피 했었습니다. 그러다가 지금은 대법관이신 김재형 교수님께 대학원 전공에 대해 여쭈어볼 기회가 있었는데, 석사는 민법을 하고 박사 할때 더 고민하면 된다고 말씀해 주시면서 바로 그 자리에서 지도교수 선정원을 써 주시더군요. 저는 그걸 곧이곧대로 믿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뭐랄까, 당시 교수님이 저의 지려천박을 이용하여 올바른 길로 이끌어 주신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계기가 없었으면 민법 교수가 되지는 못했을 테니까요. 이렇게 시작한 민법은 할수록 어렵지만, 또 할수록 재미있고, 많은 주제들을 폭넓게 담을 수 있어서 매력적입니다.
 

Q. 로펌 변호사로 근무하시다가 교수가 되셨는데, 교수가 되어야겠다고 마음먹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변호사 업무를 하면서 막연하게는 나중에 교수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기는 했지만, 구체적으로 계획을 세우거나 결심을 한 건 아니었습니다. 박사논문을 쓰고 있을 무렵 우연한 기회에 학교에서 연락을 주셨는데, 고민을 조금 하기는 했지만 자연스럽게 일이 진행되어 교수가 되었습니다. 교수가 되고 보니 클라이언트를 위해서 일하는 것보다 여러 면으로 자유롭고, 학생들에게도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이 있어서 저하고는 잘 맞는 것 같습니다.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Q. 변호사로서 주로 어떤 업무를 하셨는지와 특히 기억에 남는 사건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회사에서는 healthcare팀, 공정거래팀 등의 업무를 많이 했어요. 저연차 때에는 부동산이나 M&A 업무를 할 기회가 많은 편이었고요. healthcare팀에서는 제약회사나 의료기기회사 등의 전반적인 업무를 자문하였습니다. 약가 협상, 의약품 공급계약, 마케팅, 광고같은 일상적인 업무부터 회사 간 M&A나 투자 계약, 유전자정보나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신사업 도입 등의 자문 업무도 하였습니다. 스위스에 있는 제약회사에서 전 세계에서 자기 회사 일을 하는 변호사들을 초청해서 매년 세미나를 하는데, 2014년 행사 때 참석한 일이 있습니다. 당시 첨단의 의료기기를 개발하여 사용자들을 통해 빅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다시 치료제 개발에 연결하는 것을 보면서, 데이터라는 것이 가지는 가치가 그전까지 제가 이해하던 것과는 전혀 다르다는 것에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공정거래팀에서는 담합이나 불공정거래 등 회사의 공정거래법 위반 이슈들을 다루었습니다. 특히 장기적인 대리점 계약을 해지하는 경우와 같이 분쟁에 대응하는 일들을 많이 하였는데, 이때에는 공정거래법상 거래거절이 일차적으로 문제가 되었지만, 실제로 분쟁이 진행되면 마치 당사자들 간에 이혼을 하는 것처럼 묵혀 있던 모든 이슈들이 나오기도 하였습니다. 실무에서는 빈번하게 문제가 되는데, 이론적으로는 참고할 만한 자료들이 별로 없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이때 사안을 다루면서 가지고 있던 문제의식을 모아서 계속적 공급계약에 관한 박사논문을 쓸 수 있었습니다. 참고할 만한 자료가 없어서 고생도 하였지만, 가끔 실무 하시는 분들이 잘 보았다고 연락을 주시면 기분이 좋습니다.
 

Q. 구체적으로 학교에서는 어떤 강의나 연구를 하고 있으신지, 요즘 관심을 가지고 계시는 주제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학교에서는 주로 민사 이론과목과 이를 사례에 적용하는 응용과목을 강의합니다. 이번 학기에는 채권법 수업을 맡았고, 학교에 온 지가 벌써 만으로 4년 가까이 되어 이론과목은 과목별로 다 하였네요. 학교에 와 보니 우리가 학교를 다녔을 때 공부하던 것에 비해 기본적으로 요구하는 게 많아요. 판례도 너무 많고, 3년 안에 연수원 1년 차 정도까지의 실력을 갖추고 나가야 한다는 것인데, 자칫 마음이 급해서 제대로 실력을 쌓기가 어렵게 될 수 있는 구조입니다. 학생들이 리걸 마인드를 잘 쌓을 수 있도록, 특히 민법을 잘 이해하고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도와 주려고 애를 씁니다.

 연구와 관련해서는 박사논문을 계속적 계약에 관하여 썼는데, 계약법에 대해 여전히 관심이 많습니다. 계약법이라고 하면 너무나 기본적이고 학부 때부터 다 배운 것이라 더 공부할 게 뭐가 있나 하고 생각하실 것 같은데, 사회가 변화하고 이에 따라 계약의 태양이 변화하기 때문에 계약법도 변화하고 있고, 또 변화해야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계속적 계약에 대한 연구도 계속하고 있는데, 소비패턴이 바뀌고 그린뉴딜 등이 강조되면 계속적 계약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얼마 전에는 인공지능의 발전과 관련하여, 계약법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글을 써서 법률신문에 그 일부를 소개하기도 하였습니다. 다음 주에는 홍콩 중문대에서 급변하는 시대에 계약준수의 원칙이라는 대주제로 세미나가 예정되어 있는데, 우리 법상 사정변경의 원칙에 대한 판례 동향과 코로나19 등의 상황에서 이 원칙이 어떠한 기여를 할 수 있을지에 대해 발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계약법을 비롯한 민법의 영역에서 역동적으로 변화에 대응하는 모습이 흥미롭지 않은가요?
 


Q. 『여성을 위한 법』이라는 책을 쓰셨는데,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정확히 말하면 제가 쓴 책이 아니라, 한참 선배이신 이은영 명예교수님이 쓰신 책을 개정한 것입니다. 학교에 와서 교수님들과 학회 참석차 이태리에 가게 되었는데, 그때 이은영 교수님이 동행을 하셨고, 맛있는 것도 많이 사 주시고 재미난 이야기도 많이 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한국에 돌아올 때쯤 책의 개정판 작업을 부탁하셨는데, 거절하기가 아주 어려웠습니다.

 제가 사실 로펌 생활만 했지 『여성을 위한 법』을 쓰기에는 여러모로 부족함이 많아서 이은영 교수님께 누가 될까 봐 걱정이 많았지만, 욕심을 내려놓고 새로운 법률과 판례를 보완하는 데에 중점을 두고 개정판을 준비했습니다. 책을 준비하면서 지난 10여 년 간의 우리 법이 젠더 이슈와 관련하여 어떻게 발전하였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책이 계기가 되어 학부 학생들을 대상으로 ‘젠더와 법’이라는 수업을 할 기회가 있었는데, 제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도 있었고, 또 어떤 부분에서는 우리 세대에 비해 훨씬 진보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책을 쓰면서, 또 학생들을 통해서 제가 더 많이 배웠던 것 같습니다.
 

Q. 배우자이신 김한규 변호사님이 지난 총선에 출마하셨었는데, 옆에서 선거 과정을 지켜본 소감이 어떠신가요?

 저는 옆에서 지켜보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남편이 정치적인 기반이 전혀 없는 신인으로, 준비기간도 충분치 않아서 제가 많이 도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다행히 도와 주시는 분들이 있었는데, 특히 젊은 친구들이 많이 왔습니다. 일반적인 선거 운동하고 다른 방식으로 해 보자는 다양한 의견이 나왔고, 남편이 기존에 정치를 하던 사람이 아니어서 오히려 자유롭게 여러 시도를 해 볼 수 있었습니다. 자고로 선거는 이겨야 한다지만, 그 과정은 나름대로 재미있었습니다. 그전에는 유권자로서 투표하는 것 이외에 정치를 이렇게 가까이에서 본 적이 전혀 없었는데, 법학에서 갈등을 조정하는 훈련을 하는 것이 상당히 도움을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Q. 작년에는 교수님 부부가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이라는 방송 프로그램에 함께 출연하신 것을 보고, 정말 화목하고 사랑이 넘치는 행복한 가정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바쁜 직장 생활과 힘든 육아를 병행하다 보면 지치기도 하고 부부간에 서운한 마음도 생길 수 있을 것 같은데, 혹시 이런 어려움을 잘 해결해 나가는 교수님 부부만의 비결이 있으신지요?

 저희도 똑같이 종종 싸우기도 하지요. 비결이라는 게 있겠습니까? 기본적으로는 서로를 믿고 격려하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습니다. 사실 남편은 저한테 늘 격려를 해 주는 편이에요. 변호사로 일하면 본인은 정말 힘들게 일하는데, 남들한테 그만큼 칭찬을 받기는 어렵잖아요. 남편은 남편이기도 하지만 같은 회사 선배로서도 정말 잘한다고 칭찬해 주고, 같이 고민해 주고, 저나 제가 하는 일의 가치를 언제나 인정해 주었어요. 이런 점들이 일하는 여자들, 여자변호사들한테는 정말 힘이 되는 거거든요. 박사논문을 쓸 때에는 논문 쓰라고 주말에 아이들을 데리고 눈썰매장으로 사라져 주기도 하고, 교수가 된 다음에도 비슷한 일들을 해 주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남편이 정치를 하고 싶다고 했을 때 그게 쉽지 않은 길이라는 걸 짐작했지만, 무턱대고 반대할 수가 없었어요. 오히려 남편의 진심을 알기 때문에 더 많이 돕게 되었지요. 남편이 그동안 작업을 잘해 둔 덕분(?)이라고 할까요? (웃음)
 

Q. 방송 이후 주변의 반응은 어땠나요? 방송에서 받은 야식세트 쿠션과 생선 슬리퍼는 어떻게 되었는지도 궁금합니다(웃음).

 방송을 무슨 정신으로 했는지 모르겠어요. 재미있게 봤다고 말씀해 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너무 다행이지요. 방송에서 받은 선물은 집에서 잘 쓰고 있습니다. 쿠션들은 소파에, 슬리퍼는 베란다에 있습니다.
 

Q. 서울지방변호사회도 미얀마 군부를 규탄하는 성명을 했고, 또 최근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님 184명이 미얀마 민주화 지지 성명을 했습니다. 인권을 옹호하고 정의를 실현함을 사명으로 삼는 것이 우리 변호사들인데요,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님들의 이번 성명에 로스쿨 교수님들이 큰 역할을 하셨을 것 같습니다.

 외대 어문계열 교수님들이 다 함께 참여하신 거고, 저는 숟가락만 얹었으니 죄송하지요. 다양한 언어를 가르치고, 그 문화들을 이해하는 게 외대의 장점인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예전부터 미얀마 난민 문제에 관심이 있어서 사람예술학교라는 사단법인에 법률자문을 했었어요. 예술학교를 설립해서 갈등 상황을 완화해 보고자 하는 단체이고, 벌써 10년 동안 매년 미얀마를 찾아서 난민 어린이들과 예술캠프도 했는데, 이제 학교 설립을 위한 MOU도 맺고 논의가 막 구체화되던 찰나에 쿠데타 소식이 들려와서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국제법적으로는 워낙 갈등이 첨예하여 뭔가 실효성 있는 해결책이 나오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계속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습니다.
 

Q. 평소 체력 관리와 스트레스 해소는 어떻게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몇 달 전에 집 앞 상가에 있는 발레학원에서 발레를 시작했습니다. 딸이 다니고 싶다고 해서 데리고 갔다가 저도 같이 등록을 하였습니다. 아직까지는 흉내를 내는 수준이지만, 자세도 많이 좋아졌고, 클래식 음악에 맞춰서 몸을 움직이다 보면 스트레스도 많이 해소가 되는 것 같습니다.
 

Q. 앞으로 교수님의 계획이나 목표 내지 꿈이 어떤 것인지 궁금합니다.

 글쎄요. 거창하게 목표나 꿈까지는 아니지만, 제가 학계에 뭔가 기여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변호사를 할 때에는 잘 몰랐는데, 학교에 와 보니까 생각보다 우리 학계의 저변이 넓지는 못하다고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제가 로펌 변호사로 10년 넘게 일했다는 게 우리 민법 학계에 다양성을 더하고, 의미 있는 성과를 보였으면 좋겠습니다.
 

Q. 마지막으로 젊은 변호사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을 부탁드리겠습니다.

 변호사로서 산 시간이 더 길어서인지 아직까지는 제자들을 볼 때에도 후배라는 생각이 먼저 듭니다. 당장 학교를 졸업해서 맞닥뜨릴 세상이 쉽지 않을 것 같아서 안쓰럽기도 합니다. 예전에 비해 처우가 안 좋아졌다고해도 변호사는 아직까지 꽤 괜찮은 직업입니다. 변호사로서 법적인 지식을 쌓고, 복잡한 사회 문제 중에 쟁점을 짚어 내고, 다른 사람들을 설득하는 훈련은 나중에 무엇을 하더라도 분명히 도움이 될 겁니다. 어떻게 커리어를 쌓을지 고민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변호사로서 어떤 일을 하더라도 그 경험들은 다 본인에게 득이 됩니다. 영리하게 미래를 준비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너무 조급해하지 말고 긴 호흡으로 자기 브랜드를 만들어 가기 바랍니다. 가끔은 변호사로 남의 일만 해 주다가 정작 자기 일은 뒷전이 되기도 하는데, 열심히 하는 와중에도 자기를 잃어버리지 않도록 잘 챙기기를 당부합니다. 열심히 살고 있는 후배변호사님들에게, 격려와 칭찬을 보냅니다.
 

 

 

 

 

 

 

 

 

 

 

 

 

 

● 인터뷰/정리 : 김추 본보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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